[최준영의 세상만사 <41>] 카타르 공습한 이스라엘…중동에서 통제력·신뢰 약해진 미국

9월 9일(이하 현지시각) 이스라엘이 카타르 수도인 도하를 공습했다. 도하에 있는 하마스 지도부를 공격하기 위해서였다. 이스라엘은 15대 이상의 전투기를 동원했고, 공중 발사 탄도미사일 등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공습에 대해 9월 8일 예루살렘에서 발생해 6명이 사망한 버스 정류장 총격 사건과 2023년 10월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한 보복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수석 협상자인 칼릴 알하야를 포함한 지도부가 회의 때문에 모여있을 때를 노려 한꺼번에 제거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번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6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목표했던 하마스 지도부 제거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중동 중재자’ 카타르 공격한 이스라엘
이스라엘이 자국을 위협하는 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다른 나라를 폭격하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카타르는 상황이 다르다. 카타르는 1만 명 이상의 미군이 상시 주둔하는 중동의 핵심 거점이다. 천연가스 부국인 카타르는 모두의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자세로 각종 분쟁 상황에서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과거 아프가니스탄 탈레반과 미국의 협상도 카타르에서 진행됐고, 가자 지구 휴전을 둘러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회담도 카타르가 중재하고 있다. 카타르는 미군 기지와 하마스, 탈레반 등의 대표부가 공존하는 묘한 곳이다. 카타르는 2023년 10월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던 하마스에 대해서도 공격 이전까지 연간 3억달러(약 4180억원)를 지원했고, 가자 지구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후원을 이어왔다. 테러 단체로 지정된 하마스에 지원한 나라는 미국에 의해 테러 지원국으로 분류됐지만, 카타르는 예외였다. 모든 세력과 잘 지내는 카타르는 복잡한 중동 정세에서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나라였다. 그런데 이스라엘이 카타르를 공습하면서 중동 정세는 요동치기 시작했다. 가장 큰 관심은 이스라엘이 왜 카타르를 공습했는지에 쏠리고 있다. 유력한 가설은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 휴전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카타르를 공습했다는 것이다. 공습 이틀 전인 9월 7일 하마스는 미국과 카타르가 제시한 가자 지구 휴전안에 대해 원칙적으로 환영의 뜻을 표명했다. 하마스는 억류하고 있는 인질 석방과 이스라엘군 철수를 진행하는 방안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다음 날인 9월 8일 이스라엘은 인질 석방과 가자 지구에서 저항하고 있는 하마스의 무장해제 없는 휴전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분위기가 차갑게 식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대해 압박을 가하자, 이스라엘은 미국의 제안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트럼프 대통령은 하마스에 휴전안 합의를 독촉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카타르를 공습한 것이다. 이는 휴전을 원치 않는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을 둘러싼 미국의 압박에 겉으로는 수용의 뜻을 밝혔지만, 휴전 중재자를 공격하는 방법으로 회담 자체를 결렬시킨 상황이 됐다.
反이스라엘 정서 퍼지는 중동
공습 이후 중동의 분위기는 반이스라엘 흐름으로 정리될 수 있다. 피해국인 카타르는 이스라엘의 공습이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며, 자국민을 심각하게 위협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지역 안보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침해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카타르는 미국이 자국에 공습 사실을 사전 경고했다는 사실을 부인했으며, 미국이 고의로 공습을 방조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우데이드 공군기지에는 걸프 지역 통합 공중 작전 센터가 운영 중인데 이곳에서 이스라엘 공군기의 이륙 및 비행경로를 몰랐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란은 물론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오만 등 중동 국가는 한목소리로 이스라엘을 비난하고 나섰다. 튀르키예의 경우 이스라엘에 대한 교역 중단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이번 공습에 대해 모든 자원을 동원해 카타르와 카타르 국민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스라엘은 학살 책임자인 하마스 지도부를 궤멸할 때까지 계속 공격하겠다며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다만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이번 공격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보기관이나 군 당국은 카타르 공습을 반대했지만, 정치권의 압력에 따라 공습이 진행된 만큼 이스라엘 내부의 갈등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동 평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던 미국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 직전에 이스라엘로부터 통보를 받았지만, 이를 막을 시간이 없었다고 밝히면서 카타르에 이 사실을 즉각 통보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해 당황한 모습이다. 다만 하마스 퇴치 작전 자체는 가치 있는 목표라고 강조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은 자제하고 있다. 카타르는 미국의 요청에 따라 하마스와 지속적인 협상에 나서고 있을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중동 방문 당시 대규모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등 미국의 최우선 동맹이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해 짜증과 분노 그리고 좌절감을 표하고 있다. 미국이 계속 이스라엘에 끌려가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회담을 중재하고 있는 카타르를 이스라엘이 공격한 초유의 사태로 인해 중동 정세는알 수 없는 상황으로 변하고 있다. 먼저 가자 지구 휴전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상대적 온건파로 분류되는 하마스의 협상단을 공격했기 때문이다. 하마스 내부적으로도 힘으로 맞서야 한다는 강경파가 득세하는 상황이 됐다.
미국이 과연 이스라엘을 통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확산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미국의 의사에 반해 일방적으로 행동하고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처벌이나 제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다. 중동 국가를 중심으로 미국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당장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의 경우 자국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산 무기, 특히 방공망이 이스라엘의 공격에 제대로 가동될 수 있는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카타르가 요구했지만, 미온적으로 응해왔던 상호 방위 협정 체결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대 세력과 대화 없다’ 강경한 이스라엘
문제는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습을 통해 ‘적대 세력과 대화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상대를 제거하고 타격할 수 있는 힘과 정보가 있는데 왜 대화를 통해 상대에게 여지를 줘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강경파 목소리가 득세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자국이 얼마든지 미국을 원하는 쪽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선제적 행동에 나서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이스라엘에 대한 통제가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음을 노출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힘과 능력 그리고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하도록 만들었다. 당장 중동 국가가 이스라엘에 맞서 공동 대응 의지를 피력하면서, 과거 체결했던 아브라함 협정을 일시 중단하거나 폐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은 중동 국가를 달래는 동시에 이스라엘을 자제하게 해야 하는 이중의 과제를 안게 됐다.
2023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중동 분쟁은 이제 새로운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이스라엘이 밝힌 대로 이스라엘이 중동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 것인지, 아니면 중동 국가의 단결과 협력이 미국의 입장을 변화시킬지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확실한 점은 중동에서 미국의 힘과 의지는 과거와 같이 신뢰받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종식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중동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따라 세계정세가 다시 한번 격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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