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학수의 골프 오디세이 <243> 과학으로 한계 극복한 작은 거인들의 시대] “단신의 반란” 계보…이언 우스남에서 히가 가즈키까지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 전문기자 2025. 9. 26.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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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회 신한동해오픈에서 우승한 일본의 히가 가즈키(오른쪽)에게 진옥동 신한금융그룹회장이 트로피를 수여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KPGA

1991년 마스터스에서 웨일스 출신의 이언 우스남(Ian Woosnam·67)이 우승하자, LA타임스는 ‘Woosnam Is Short, but Game Is Long(우스남은 키는 작지만 경기는 대단하다)’라는 제목으로 그의 성취를 보도했다. 키 164㎝라는 체격적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놀라운 장타와 강한 승부 근성으로 메이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단순히 작은 체구의 이변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상징이었다. 당시 그는 퍼시몬 드라이버와 발라타 공(고무수지를 덮은 부드러운 공)을 사용하던 시절에도 260~280야드를 날리며 장타 그룹에 속했다. 키가 크고 팔다리가 긴 선수가 유리한 드라이버 샷에서, 그는 하체와 코어의 강력한 회전 그리고 흔들림 없는 멘털로 그 불리함을 극복했다.

골프에서 체격 조건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미국 통계에 따르면, 키가 1인치(2.54㎝) 크면 드라이버 평균 거리는 약 1.3~1.5야드 늘어난다고 한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185㎝),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191㎝) 같은 선수가 체격적 장점을 활용해 장타와 안정성을 동시에 갖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골프가 단순히 큰 선수들만의 경기가 아님을 우스남은 증명했다. 그리고 30여 년이 지난 지금, 그 계보를 잇는 작은 거인들이일본 무대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신한동해오픈 2회 우승, 158㎝ 히가 가즈키

대표적인 인물이 히가 가즈키(比嘉一貴· 30)다. 158㎝의 단신인 그는 현역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선수 중 최단신이다. 그러나 9월 14일 인천 송도의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파72)에서 열린 제41회 신한 동해오픈에서 합계 18언더파로 우승, 2022년에 이어 두 번째 정상에 오르며 통산 8승을 달성했다.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를 기록한 그는 캐나다 교포 이태훈과 아시안투어 랭킹 1위 스콧 빈센트의 추격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섰다.

히가의 장타력은 해마다 성장하고 있다. 2022년 신한동해오픈 우승 당시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는 285.71야드(투어 46위)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297.44야드(35위)로 12야드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48위에서 올해 35위까지 순위도 크게 상승했다. 페어웨이가 넓은 곳에서는 320야드를 넘나드는 드라이버 샷을 날리며 갤러리로부터 ‘작은데 정말 멀리 친다’는 감탄을 이끌어낸다.

그 비결은 과학적 접근이다. 히가는 짧은 스윙 아크라는 단신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몸통 회전을 크게 가져가며 클럽헤드 스피드를 확보한다. 임팩트 지점을 왼쪽으로 옮겨 로프트를 줄이고, 발사각과 스핀을 최적화하는 ‘효율 설계’를 구사한다. 여기에 스위트스폿에 정확히 맞히는 능력은 투어 최정상급이다. 최근에는 장비 계약을 자유롭게 바꿔 자신에게 맞는 클럽을 선택했고, 피지컬 트레이닝을 강화하며 매년 비거리를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 그는 “2023년 DP월드투어에서 뛰며 장타자의 중요성을 절감했다”며 “비거리를 늘리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신력 또한 강점이다. 지금까지 거둔 8승 중 선두로 나섰던 5경기를 모두 지켜낸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흔들림 없는 집중력과 승부사 기질로 경기를 마무리한다. 비거리를 늘린 과학적 노력과 강인한 멘털은 그를 ‘작은 거인’으로 만드는 쌍두마차다.

1 2번 홀에서 드라이버 샷을 날리고 있는 히가 가즈키. 2 히가 가즈키는 드라이버부터 퍼팅에 이르기까지 균형잡힌 경기력으로 통산 8승을 올렸다. 3 키 158㎝의 작은 거인 히가 가즈키./사진 KPGA

상금 1위, 162㎝ 쇼겐지 다쓰노리

히가보다 4㎝ 큰 162㎝의 쇼겐지 다쓰노리도 일본 골프의 단신 계보를 잇는 선수다. 올해 JGTO 상금 랭킹 1위인 그는 드라이버 평균 297.97야드로, 장타 부문 33위에 올라 있다. 최근 3년간 15야드 가까이 거리를 늘린 그는 임팩트 순간 왼손 손목을 굽히는 보잉 동작으로 공을 페이스에 오래 싣고 밀어내는 ‘긴 임팩트 존’을 만들어내며 비거리와 방향성을 동시에 확보한다. “포기하지 않고, 기술 연습을 열심히 하면 키가 작아도 할 수 있다”는 그의 말은 단신 선수들의 공통된 신념을 대변한다. 쇼겐지의 성공은 단순히 체격 극복을 넘어, 일본 골프계가 과학적 트레이닝과 장비 선택, 멘털 교육을 체계적으로 쌓아온 결과물로 평가된다.

150㎝의 메이저 챔피언, 야마시타 미유

여자 무대에서도 단신 골퍼의 돌풍은 이어진다.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 대회인 AIG 여자오픈을 제패한 야마시타 미유(24)는 150㎝대의 작은 체구다. 드라이버 평균 거리는 245야드로, 상대적으로 짧지만, 정교한 아이언 샷과 뛰어난 쇼트게임, 흔들림 없는 퍼팅으로 메이저 정상에 올랐다. 일본의 유소년 골프 시스템은 키나 체중 같은 체격 조건보다는 기술과 멘털을 우선시한다. 또 맞춤형 피트니스 프로그램으로 단신 선수들이 약점을 보완하도록 돕는다. 야마시타의 성공은 그 시스템이 낳은 대표적인 결실이다.

과학으로 풀어낸 ‘단신의 장타’

단신 선수들의 사례를 분석하면 공통된 특징이 보인다.

첫째, 지면 반력(ground reaction force) 활용이다. 작은 체구는 체중 이동 폭이 작아 불리하지만, 히가나 쇼겐지 그리고 ‘까치발 장타’로 유명한 미국의 저스틴 토머스(32)처럼 지면을 강하게 밀어내며 클럽헤드 스피드를 끌어올린다.

둘째, 코어 회전과 유연성이다. 긴 팔 대신 빠른 회전 속도로 스윙 아크를 넓히며 효율적 궤도를 확보한다.

셋째, 정타율 극대화다. 단신 선수는 스매시 팩터를 높여 에너지 전달 효율을 극대화한다. LPGA의 리디아 고는 드라이버를 1인치 짧게 잡아 원래라면 줄어들 거리를 정타율로 상쇄하는데, 스매시 팩터가 1.50 이상으로 투어 평균을 웃돈다. 이 경우 0.02 차이만으로도 약 5야드가 추가된다.

넷째, 멘털이다. 쇼겐지가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듯, 한계를 인정하는 순간 극복은 불가능하다. 마지막 순간 집중력을 발휘하는 멘털은 단신 선수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결론: 체격을 넘어선 ‘작은 거인들’

골프는 분명 체격 조건이 중요한 경기다. 그러나 14개 클럽을 활용하는 특성상, 기술과 전략, 멘털, 장비 혁신이 체격 조건의 격차를 좁힌다. 우스남이 1991년 마스터스에서 ‘작지만 강한 골퍼’의 상징이 됐듯, 히가 가즈키는 2025년 신한동해오픈에서 그 메시지를 다시 증명했다. 두 차례 신한동해오픈을 제패하며 통산 8승을 거둔 그의 성취는 단순한 기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효율적 스윙, 과학적 훈련, 강인한 정신력으로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 단신 골퍼들의 성취는 골프가 단순한 체격 싸움이 아닌, 과학과 정신의 경기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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