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어쩔 수가 없다' 손예진, "남편과 세번째 작품할 의향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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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연기에 진심이지 않은 배우는 없다. 그런데 손예진은 조금 특별하다. 본인이 맡을 역할을 직업으로 구분하지 않고, 어떤 사연과 서사를 가졌으며, 연기를 통해 얼마나 많은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지에 주목한다. 그녀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청순미녀'로 고착화되어 가던 무렵 '섹시미'를 어필해 완전히 이미지를 탈바꿈했고, 20대 중반의 나이에 이혼녀까지 연기했다. 툭 건들면 쓰러질 정도로 가녀린 역할도, 소름 돋을 정도로 섬뜩한 역할도, 코믹에 보이시한 역할까지 그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고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믿고 보는 배우'로 거듭난 손예진이 이번에는 대한민국 영화계의 거장 박찬욱 감독과 함께 했다. 심지어 박찬욱 감독이 먼저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손색없는 연기를 선보여 왔던 그녀지만, 이번 작품에서 "연기가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한다. "첫 씬을 촬영하는데, OK 싸인이 안 떨어지고 테이크가 7~8번 넘게 이어졌어요. 이 동작을 추가해 달라, 말투를 이렇게 바꿔보라 등 너무 많은 디렉팅이 있어서, 가슴이 아닌 머리로 연기하는 느낌마저 들었어요. 그런데 어느덧 제 자신이 미리가 되어 있더라고요."
<어쩔 수가 없다>에 얽힌 에피소드를 비롯해 손예진이 말하는 연기 철학, 가정이 안겨준 선물까지 손예진의 이야기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자.

박찬욱 감독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는데, 어떻게 캐스팅이 된 건가요.
시나리오가 완성되고 나서 가장 먼저 캐스팅된 건 이병헌 배우였어요. 박찬욱 감독과 이병헌 배우가 만나서 작품에 대해 심도 깊게 얘기를 나누던 중 이병헌 배우가 미리 역으로 저를 추천했다고 하더라고요. 감독님도 제 이름을 듣더니 '잘 어울릴 거 같다'고 말했데요. 그렇게 <어쩔 수가 없다> 시나리오를 받게 됐는데, 다 읽고 나서 '감독님께서 <공동경비구역 JSA> 때로 돌아간 거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박찬욱 감독님 작품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공동경비구역 JSA>거든요.
<어쩔 수가 없다> 시나리오를 읽고 가장 좋았던 점은 뭔가요.
처음 받아본 시나리오와 영화화된 <어쩔 수가 없다>는 조금 달라요. 제가 맡은 역할 미리를 예로 들자면 기존 시나리오에서는 분량이 적고 캐릭터도 조금 약했는데, 각색 작업을 통해 주변 상황의 변화로 인해 캐릭터가 도드라지고 서사도 역시 강렬해졌어요. 분량도 늘었고요. 변하지 않은 건 미리가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라는 거예요. 그 점이 마음에 들었고요. 가장 좋았던 건 대사였던 거 같아요. 박찬욱 감독님과 이경미 감독님 두 분이 대화를 하면서 이렇게 쓴 건지, 주인공들의 대화 속에 유머가 가득합니다.
박찬욱 감독과의 첫 호흡은 어땠나요.
제가 가진 말투라는 게 있고, 영화를 준비하면서 제가 구상했던 미리의 말투나 행동이 있는데, 감독님께서 끊임없이 다른 말투와 행동을 요구하더라고요. 그 과정을 거치면서 테이크를 다시 가고, 다시 가고 하는데 감독님이 말씀하시는 대로 연기하는 게 되게 어렵더라고요. 머릿속은 점점 복잡해지고 호흡도 빨라지고, 긴장을 넘어서 패닉까지 올 거 같더라고요. 쉽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촬영 중반을 넘어가니까 재미도 붙고, 편안해지더라고요. 연기에 다시 열정이 생기는 좋은 계기가 됐어요.

촬영 때 많이 힘들었다는 말인데, 구체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나요.
부부싸움을 하는 장면이 있어요. 일반적으로 아내가 격양된 말투로 남편을 쏘아붙이잖아요. 처음엔 그렇게 연기했어요. 그런데 박찬욱 감독님께서 귀에 딱딱 꽂힌다면서 소곤대면서 작게 얘기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감독님 지시대로 연기했는데, 처음엔 납득이 가지 않았어요. 그리고 남편이 회사에서 받은 선물 '장어'를 들고 집에 오는 장면이 있는데, 이때 미리가 "당신이 좋아하는 장어를 가지고 왔네"라고 대사를 치거든요. 이때 전 '장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장어'에 포인트를 두고 대사를 했거든요. 그런데 '장어'를 너무 세게 말하지 말라는 거예요. 계속 NG가 나니까 식은땀도 나더라고요. 처음이었던 거 같아요. 처음 보는 낯선 제 자신과 친해질 수 있었던 게…
"내 연기가 맞다"고 따지지는 않았나요.
다른 배우들은 감독님의 얘기를 잘 따르는데, 제가 뭐라고 거기서 제 주장을 해요. 그럴 수 있는 공간이 아니잖아요. 그리고 좀 전에 설명 드린 부부싸움 장면에서 격양된 말투로 남편을 쏘아붙였다가 연기 지적을 받은 걸 나중에서야 알았어요. 감독님이 옳았다는 걸…. 그게 미리의 캐릭터잖아요. 일반적인 게 무조건 정답이 될 수는 없는 거니까요. 그리고 박찬욱 감독님은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의 말투, 손짓 하나까지 전부 기억하고, 신경 쓰는 아주 디테일한 분이에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병헌 배우와도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건데, 어땠나요.
왜 '연기의 신'으로 불리는지 알겠더라고요. 이제는 다른 배우들이 촬영에 들어가기 전 어떤 식으로 집중하는지, 그리고 촬영에서 어떻게 연기를 풀어낼지가 어느 정도 보이거든요. 그런데 병헌 선배는 예측이 안 될 정도로 힘이 빠져 있는 거예요. 감독님의 수많은 디렉팅마저도 전부 다 흡수해서 유연하게 연기를 하더라고요. 뭐든지 힘이 잔뜩 들어가거나 '열심히 해야지'라고 생각하면 되레 더 잘 안 풀리곤 하잖아요. 탁구, 테니스, 골프처럼 어깨에 힘이 바짝 들어가면 공을 잘 못 맞추는 것처럼. 병헌 선배가 완전히 릴렉스한 상태에서 연기에 집중하니까 그 어떤 것도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자유자재로 연기를 펼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너무 대단했어요.

<어쩔 수가 없다> 관전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박찬욱 감독님의 작품을 보면 다크하거나 잔인하거나 찝찝하거나 이런 부분이 있는데, <어쩔 수가 없다>는 다릅니다. 상당히 웃기고, 그 웃음 안에 철학이 담겨 있어요. 저도 벌써 이 영화를 4번이나 봤는데, 볼 때마다 달라요. 안 보이던 게 계속 보이더라고요. 곳곳에 숨어있는 디테일을 찾는 재미가 있어요. 박찬욱 감독님의 작품 중 가장 직관적이고, 눈과 귀가 즐거운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엄마 '미리'와 엄마 '손예진'. 어떤 점이 다른가요.
미리는 아들 시원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그걸 감춰서 '완전범죄'로 만들어버려요. <어쩔 수가 없다>에서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이면서 알아도 모르는 척하는 인물이죠. 전 이게 비뚤어진 모성이지 않을까 싶어요. 아이가 사달라는 장난감을 전부 다 사준다고 해서 좋은 엄마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물론 아이를 위해 노력은 해야겠지만요.

결혼과 출산으로 인해 달라진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 시야, 시각이 달라졌어요. 그리고 현장을 대하는 제 태도도 굉장히 여유로워졌고요. 배우라는 직업이 영원할 순 없잖아요. 한 순간의 실수로 인해 더 이상 연기를 할 수 없게 되는 순간이 찾아올 수 있어 늘 조심했는데, 결혼 후 여유가 생겼어요. 그리고 소소한 행복에도 감사한 마음이 생겼답니다.(웃음)
남편 현빈 배우와 영화 <협상>,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으로 두 번이나 호흡을 맞췄어요. 혹시 세 번째 작품도 함께 할 생각이 있나요.
저는 남편과 다시 함께 작업할 마음이 있습니다. 그런데 남편의 생각은? 모르겠네요. 물어본 적은 없어요.(웃음) <사랑의 불시착>이 너무 큰 사랑을 받았지만, 멜로는 힘들지 않을까요? 코미디나 액션이라면 현빈 씨와 다시 작업할 기회가 생길 지도 모르겠네요.

다음에는 어떤 작품을 하고 싶나요.
모성애가 강한 역할을 하고 싶어요. 드라마 <마더>에서 친자식이 아님에도 강한 모성을 느껴 힘든 길을 걸어 나가는데 그런 역할이면 좋을 거 같아요. 그리고 지금 방영 중인 드라마 <사마귀>에서 고현정 선배가 맡은 역할도 욕심이 나요. 제대로 비뚤어진 모성이지만, 자식에 대한 한 엄마의 고귀한 사랑. 애를 낳고 나니 엄마 역할이 하고 싶나봐요.(웃음)
유시혁 기자 evernur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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