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흰머리에 수척해진 尹… 가슴엔 수용번호 3617

박혜연 기자 2025. 9. 26.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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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2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재판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전 대통령이 26일 내란 특검팀이 추가 기소한 사건의 첫 재판에 출석했다. 지난 7월 3일 내란 재판에 나온 뒤 85일 만에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날 오전 10시 16분쯤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 윤 전 대통령이 들어섰다. 짧게 자른 머리가 하얗게 세고, 살이 빠져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수용복 대신 흰 와이셔츠와 짙은 남색 정장을 입었고, 넥타이는 매지 않았다. 왼쪽 가슴에는 수용번호 ‘3617′이 적힌 명찰이 달려 있었다. 법정에 들어서자 그는 재판부를 향해 고개 숙여 인사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재판장 백대현)는 이날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 전 대통령의 첫 정식 재판을 열었다. 재판장인 백대현 부장판사가 “피고인, 일어서십시오”라고 하자 윤 전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피고인의 성명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윤석열입니다”라고 답했다. 작고 힘없는 목소리였다. 생년월일을 묻자 “60년 12월 18일”이라고 했고, 주소는 구속 전까지 지내던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라고 말했다. “국민 참여 재판을 원하지 않죠”라는 질문에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내란 특검팀은 PPT(파워포인트) 자료를 이용해 공소 사실 요지를 설명했다. 특검 측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 범행을 저지르는 과정에서 헌법상 권력 통제 장치를 무력화했다”면서 “범행을 은폐·무마하기 위해 국무위원들의 심의권을 침해했고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고자 직권을 남용해 대통령경호처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했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혐의를 전부 부인했다. 김홍일 변호사는 “이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은 오늘 이 광풍이 지난 후에도 오래 역사에 남을 것”이라며 “사법부는 법치주의의 최후의 보루인 만큼, 오직 법리와 증거에 따라 현명하게 재판해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했다.

이어 김계리 변호사는 “특검의 기소는 법적 근거에 기초했다기보다는 정치적 목적이 포함된 기획 기소로 봐야 한다”면서 “대통령 본래의 직무 범위 내에서 이뤄진 행위들이며 직권 남용이 성립한다고 보는 것은 사실관계와 법리를 모두 왜곡하는 것”이라고 했다.

윤 전 대통령도 법정에서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을 통해 비상계엄 해제 이후인 지난해 12월 5일 새로 ‘비상계엄 선포문’이라는 문건을 만들어 7일 결재한 혐의에 대해 직접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은 “12월 7일에 서명받으러 왔길래, 사후 부서 문서는 장관이나 총리를 통해 대통령에게 올려야지 부속실장이 왜 직접 하느냐고 나무랐는데, 갖고만 있겠다고 했다”면서 “한 전 총리가 그렇게 의결을 하면 저한테는 물어보지 않아도 당연히 할 거라고 해서 그러지 않았나 생각했다”고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첫 공판에 출석했다. /뉴스1

재판부는 특검이 신청한 주요 증인 9명에 대한 신문부터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재판은 내달 10일 열리며, 재판부는 오는 12월까지 총 15번의 재판 일정을 한꺼번에 정했다. 주로 금요일에 재판 예정이며, 주1회에서 많게는 2회까지 재판이 열린다.

이날 재판은 시작부터 끝까지 법원이 자체 영상 카메라로 재판을 촬영한 뒤 개인 정보 비식별화 등을 거쳐 재판 영상을 공개된다. 재판은 낮 12시 30분쯤 끝났고, 점심시간 없이 곧바로 보석 심문이 이어졌다. 보석 심문은 오후 1시 54분에 끝났다. 약 3시간 40분간 절차가 진행된 것이다.

보석 심문에서 윤 전 대통령 측은 방어권 보장과 건강 문제 등을 이유로 불구속 재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검 측은 범행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우려 등을 들어 보석을 해줘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보석 심문은 재판부가 허가하지 않아 방송으로 중계되지는 않는다.

이런 가운데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우인성)는 같은 날 오후 3시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건희 여사의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한다. 전직 대통령 부부가 같은 날 형사 재판을 받는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왔지만, 김 여사는 불출석할 예정이라 부부가 같은 날 법정에 서는 일은 이번에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식 재판과 달리 준비 기일에는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가 없다. 이날 재판부는 특검 측이 신청한 최소 27명의 증인신문 순서와 일정을 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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