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강성곤의 '아름다운 우리말'…최종면접의 말하기 팁 外

이세영 2025. 9. 26. 09:28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강성곤 KBS 한국어진흥원 운영위원 [본인 제공]

누군가 말했다.

학문이란 멋대로 산재한 가치, 개념 따위를 위상에 맞게 잘 조목화하는 것, 혹은 반대로 추상적이고 모호한 개념과 가치를 이리저리 풀어헤쳐 찬찬히 설명하는 작업이다.

가만히 보면, 스피치 강의하는 분들도 그런 것 같다.

한쪽은 일반인들의 일상 말하기를 잘 분류해 개념화하는 식으로 가르치고, 다른 쪽은 이론과 개념을 제시한 다음 거기에 일반 화법을 맞춰 풀이한다.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이라 잘라 말하기 어렵다.

특히 젊은 강사들은 자신이 연마하고 습득한 이론을 설파하는데 열정을 쏟는 걸 보게 되는데 나쁘지않다. 다만, 더 중요한 것을 간과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스피치 강의, 특히 첫대목에서 늘 챙겨야 하는 것은 '라포'(Rapport)라는 개념이다. 원래는 프랑스말로 '연결/관계성/친근감' 등의 의미다.

제일 못난 강사가 맨 앞에 자기 자랑을 한다. 듣는 이들은 알아듣지도 못할 미국/유럽의 무슨 대학/대학원 코스를 밟았다는 둥 화려한(?) 경력을 앞세운다.

이건 제 무덤을 스스로 파는 일이다. 브로슈어나 PPT 화면으로 충분하다.

가장 중요한 건, 청중과의 교감이다. 곧 라포다.

"내가 당신과 다른 사람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고민을 잘 알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나도 그랬으니까요. 함께 풀어봅시다."

이런 느낌을 줘야 하는 것이다.

학생에게는 자기도 수학을 못 했고 공부 때문에 늘 고민이 많았음을, 주부 앞에서는 자신도 속 끓게 하는 남편에 속함을. 교사들 상대로는 자유분방한 학생들과 잡무의 부담을 이해함을, 장년층/노인을 마주해서는 불효자식이 명명백백 틀림없음을 인정하고 전제해야 한다.

그리고 자기 강의가 딱히 새로운 것은 아니며, 그저 청중이 평소 느끼고 알고 있었던 것을 다시 한번 정리하고 가다듬어 본다는 식으로 겸허하게 다가가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강의가 시작돼야 하며, 이를 촉매로 진정성이 형성되는 공감대(Empathy)가 관건이다.

십수 년 전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내한한 당시, 용산 미군기지와 한국외국어대에서 한 맨 마지막 인사는 이거였다.

"Go Together. (한국말로)같이 갑시다."

설레고 울컥하고 먹먹하지 않았었나? 바로 그 언저리다.

최종면접의 말하기 팁

대개 최종 면접 전의 관문으로, 의제를 주고 그룹을 지어 찬반 토론을 하게 하거나 여러 응시생에게 한 이슈에 대한 의견을 묻는 방식을 취한다. 기업과 언론사에서 여전히 유효한 시험 장르 중 하나다. 시각과 관점이 엇갈리는 이슈가 주어지고, 참가자는 서로 자신의 주장과 논거를 힘주어 펼치느라 열을 올린다.

많은 응시생이 간과하는 대목이 있다. 중요한 것은 발언 내용의 논리 전개, 창의성, 공감 형성 측면과 아울러, 그 진행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성과 매너, 인격 요소라는 사실이다.

아니 후자(後者)가 훨씬 더 강력한 평가 요소일 것이라고 경험상 확신한다.

토론 주제는 당일 그 자리에서 제비뽑기 형태로 정해지는 것이 보통이다. 아무리 시사와 우리 사회의 민감 이슈에 통달했다 하더라도 기발하거나 정연하거나 통렬한 내용은 사실 나오기 힘들다. 대부분 상식선에서 이슈에 대한 브리핑 수준에 그치거나 비슷한 주장을 반복하기 일쑤다.

이럴 때 왕왕 도드라져 보이겠다고 발언권 확보에 지나치게 민감하거나, 자기주장이나 논박을 길게 늘어놓고, 열을 내며 상대를 몰아붙이는 장면을 보게 되는데 패착이다.

어쨌든 많이 발언하고, 토론에서 시간이나 열기 측면에서 활약하는 것을 전략으로 여기는 응시생들이 의외로 많은데 정말 아니다. 여기서도 적용되는 것은 '메시지'보다 '스타일'이란 사실이다. 물론, 발언 기회에서 주제와 벗어나는 얼토당토않은 내용을 말한다든지, 진지하지 못하거나 사적인 발언을 일삼으면 안 될 것이다.

그러나 다시 강조하지만, 매너와 자세, 태도를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상대 팀이 발언할 때 주의 깊게 열심히 듣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공감하는 부분에서는 고개를 끄덕여주고, 눈도 자주 마주쳐 주어야 한다. 이것이 이른바 '응대(reflection)의 미덕'이다. 일단 잘 들어야 논박을 펼치든지 말든지 할 것 아닌가. 그리고 심사위원은 그 '듣는 모습'을 보고 있음을 명심하라.

들을 때에도 상대가 힘주어 말하는 부분, 자신이 논박할 만한 부분을 메모하고, 또한 그 모습을 명확히 보여라. 상대가 유머를 쓴다고 느끼면 별로 우습지 않아도 예의상 미소라도 지어라. 그게 매너다.

같은 팀에서 발언 기회를 얻고자 동시에 손을 들었다 치자. 상대를 향해 가볍게 웃으며 손짓으로 먼저 하라는 사인을 보내는 사람이 진정한 승자다. 상대를 째려보고 심지어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란 투지(?) 가득 찬 멘트를 날리는 순간, 패자일 확률이 훨씬 높다.

자신에게 논박의 발언 기회가 왔을 때 반드시 기억할 것은 'yes, but' 기법이다.

"지금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말씀하셨는데요. 많은 부분 공감합니다. 다만~"

"원론적으로 보면 맞습니다. 그러나 현실 적용에 있어 무리가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군요."

상대방이 아무리 미욱한 발언을 해도 그 중 긍정과 칭찬의 요소를 찾아 상대를 먼저 추어주고 자기 발언을 해야 신사적이고 멋진 것이다.

"계속 똑같은 말만 반복하시네요. 참 답답합니다."

"지금 말씀하신 것, 사실과 다릅니다. 왜냐하면~"

"상황이 말씀하신 것과 차이가 크고요. 자, 제 얘기 잘 들어보세요."

"더 이상 이런 황당한 이야기 못 듣겠습니다. 제가 발언을 저쪽보다 한번 덜 했거든요. 참고해 주시고요. 문제는 말이죠.~"

"말도 안 됩니다, 그건. 완전히 잘못 생각하고 계신 거고요."

'심야토론', '백분토론' 등에서 자주 보이는, 일부 패널의 이런 몰지각하고 무례한 발언 매너를 응시자가 보이면, 발언 내용이 아무리 그럴싸하더라도 탈락과 낙방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강성곤 현 KBS 한국어진흥원 운영위원

▲ 전 KBS 아나운서. ▲ 정부언론공동외래어심의위원회 위원 역임. ▲ 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언어특위 위원. ▲ 전 건국대·숙명여대·중앙대·한양대 겸임교수. ▲ 현 가천대 특임교수.

* 더 자세한 내용은 강성곤 위원의 저서 '정확한 말, 세련된 말, 배려의 말', '한국어 발음 실용 소사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