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라! 야생이여! [.txt]
유럽과 미국 등지의 생생한 사례 전하고
‘용솟음치는 생명력과 자유’의 매력까지 전달

미국 와이오밍주에 위치한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이다. 이곳에 살던 늑대들은 20세기 초 대거 퇴치됐는데, 마지막 늑대가 1926년 사살됐다. 늑대가 사라지자 큰 사슴의 일종인 엘크가 급증하면서 미루나무, 버드나무 군락이 쇠퇴하는 등 생태계 불균형이 나타났다. 비대해진 엘크 개체군을 두고 논의한 끝에, 늑대를 다시 데려오기로 했다. 1995년, 캐나다 앨버트주에서 데려온 늑대들이 70년 만에 옐로스톤 땅을 밟았다.
늑대의 귀환은 엄청난 변화를 불러왔다. 엘크의 개체 수가 줄었을 뿐만 아니라 행동도 달라졌다. 더 이상 한곳에 머물면서 마음 놓고 먹는 일이 불가능해진 엘크는 자주 옮겨 다니며 먹이활동을 했다. 덕분에 수목 경관 구성이 다양해졌고, 그 결과 여러 중소형 동물이 돌아오거나 늘어났다. 특히 비버의 복귀는 수변 생태계를 한층 윤택하게 만들었다. 늑대는 또 코요테 같은 중형 포식자를 직접 잡아먹어 그 수를 억제했는데, 그러자 코요테에게 시달리던 각종 설치류와 조류가 회복됐다. 마침내 공원 전체의 경관이 더 풍성하고 다채로워졌다.
‘리와일딩 선언’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이러한 ‘리와일딩’ 흐름을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책이다. 저자는 생명다양성재단 대표이자 야생영장류학자인 김산하 박사다.
‘재야생화’로 번역될 수 있는 리와일딩은 야생적 작동 원리가 돌아오도록 만드는 새로운 자연보전 세계관이자 실천적 접근법이다. 특히 유럽에서 리와일딩이 적극적으로 진행 중인데, 영국 언론 ‘가디언’은 2022년을 ‘리와일딩이 주류화된 해’로 선언하기도 했다. 그해에 ‘리와일딩 유럽’의 10번째 프로젝트가 시작됐는데, 이는 스페인 동부의 85만 헥타르 땅에 스라소니, 검독수리, 야생마가 다시 돌아오도록 하는 20년에 걸친 대규모 사업이다.
‘리와일딩’이라는 용어는 1991년 미국의 자연보전 운동가 데이브 포먼이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복원 생태학은 주로 식생 복원에만 집중하며 동물 개체군 복원에는 소극적이었다. 포먼은 이런 방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야생을 복원’할 것을 촉구했다. 야생의 복원이란 인간 입장에서 부담스럽거나 심지어는 피하고 싶은 ‘짐승’들도 다시 데려오는 것으로, 포식자의 존재가 생태계의 조화와 균형을 잡아주고 나아가 기후 저항성까지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인류의 역사는 실은 대형 포식자들을 멸종시키고 중소형 포식자들을 가축화하는 역사였다. 현재 전 세계 포유류의 36%가 인간, 60%가 가축이며, 오직 4%만이 야생 포유류다. 조류 전체의 70%가 가금류이며, 30%만이 야생 조류다. 세계자연기금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18년까지 야생 동물 개체군의 약 70%가 사라졌다.
한국에서도 호랑이, 표범, 스라소니 같은 대형 포식자가 사라진 지 오래다. 원래 집집마다 둥지를 틀던 제비조차 지난 18년간 100분의 1로 줄었다. 갈 길이 멀지만, 책은 아르헨티나, 포르투갈, 네덜란드 등지의 생생한 리와일딩 사례를 전하고, 한국 비무장지대(DMZ)에 대한 리와일딩 제안도 담고 있다.
사실 멧돼지 한 마리만 산 아래로 내려와도 도심은 난리가 난다. 대형 포식자를 다시 데려왔을 때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염려하며 리와일딩을 ‘판도라의 상자’라고 비판하는 학자들도 있다. 하지만 책은 리와일딩의 본질적이고 치명적인 매력을 강조한다. “야생의 본질, 그것은 자유다. 가장 깊숙한 곳에서부터 발원해 모든 개체의 모든 삶으로 용솟음치는 생명력의 가장 본질적 속성. 야생은 자유롭고 싶다. 그래서 어떤 이는 자연에 ‘자유 진화’를 허락하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자유로운 진화의 장이자 힘. 그것이 야생이다.”
리와일딩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며 국내에도 리와일딩 운동이 상륙했음을 책은 선언한다. 저자가 이끄는 생명다양성재단은 국내에 리와일딩 담론과 철학을 소개하고 ‘야생의 재시작’ 등 활발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책은 지식과 정보도 풍부하지만, 무엇보다 ‘야생’이라는 감각이 주는 흥분과 설렘을 심어주는 데 성공한다.
“우리에게도 야생성은 남아 있다. 야생의 땅에서 야생을 만나는 사람은 내 안에서 뭔가가 깨어나는 것을 느낀다. 실제로 종 및 서식지 다양성이 높은 야생의 공간에 있을수록 반성적 사고력, 삶의 의미, 생기, 살아 있음에 대한 자각, 미학적 가치 부여 등의 경험이 증대되고 발전한다.”
광활한 대지 위에서 포효하는 짐승들과 이들이 불어넣는 야생의 공기와 냄새는 상상만으로도 심장을 뛰게 한다.
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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