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韓 투자 소폭 증액해야"…일본 모델 압박 강화
일본식 조건 수용 요구, 투자 이익 대부분 미국 몫

[파이낸셜뉴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한국의 대미 투자 규모를 기존 3500억달러(약 490조원)에서 소폭 증액할 것을 요구하면서 한미 무역협상이 다시 불안정해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트닉 장관은 한국 정부에 3500억달러 투자안을 일부 증액해 최종 금액을 일본의 대미 투자 규모인 5500억달러에 조금 더 가깝게 맞추자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또 협상 과정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투자액 상당 부분을 대출이 아닌 ‘현금(cash)’으로 확보하길 원한다는 입장을 비공식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통화스와프 없이 3500억달러를 전액 현금으로 미국에 투자한다면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며 난색을 보였다. 한국 정부는 현금보다는 보증 중심의 투자 패키지를 추진해 외환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일본식 조건을 요구하며 압박을 강화하는 상황이다.
러트닉 장관과 미 협상단은 미일 무역 합의를 벤치마킹한 조건을 한국에도 적용하려 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는 대신 일본이 550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하고, 원금 회수 이후 투자 이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가는 내용의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동시에 행정명령을 통해 관세 인하를 단행했다.
러트닉 장관은 한국이 일본과 같은 5500억달러 규모에 근접하기는 어렵다고 인정하면서도 "일본과 체결한 조건 중 상당 부분은 수용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WSJ는 "그가 한국에 일본과 전혀 다른 합의를 제시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는 것"이라며 이는 미일 간 비구속적 합의의 신뢰성을 훼손하지 않으려는 의도라고 전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한국과의 협정을 세밀하게 조정 중이지만 이미 합의된 틀에서 극적인 이탈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금 투자 요구와 증액 압박으로 협상이 다시 교착 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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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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