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이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txt]

이유진 기자 2025. 9. 26.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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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김홍중을 사회학계의 반사회학자라고 해야 할까.

그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명제를 거슬러 꾸준히 인간이 '사회'와 연결하면서도 자신의 생존을 위해 연결을 끊는 존재라고 주장해 왔다.

시인이나 철학자가 아니지만 그쪽 감수성에 가까운 사회학자다.

김홍중은 그를 아예 "21세기 사회이론의 '필수 통과 지점'"이라고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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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스로-있음 l 김홍중 지음, 이음, 3만3000원

이쯤 되면 김홍중을 사회학계의 반사회학자라고 해야 할까. 그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명제를 거슬러 꾸준히 인간이 ‘사회’와 연결하면서도 자신의 생존을 위해 연결을 끊는 존재라고 주장해 왔다. 전통적인 사회학의 주된 관심사가 아닌 ‘마음’을 사회학적으로 재구성하거나 예술과 사회이론을 넘나들면서 철학적 사유로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데 아포리즘적이고 문학적인 표현을 삼가지 않았다. 시인이나 철학자가 아니지만 그쪽 감수성에 가까운 사회학자다.

이번에는 ‘가까스로-있음’이라는 제목으로 브뤼노 라투르의 이론을 경유하면서 ‘파국’의 존재론을 선보인다. 라투르는 2000년대 한국의 사회학, 철학, 과학기술학(STS) 연구자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사상가로 자리 잡았다. 김홍중은 그를 아예 “21세기 사회이론의 ‘필수 통과 지점’”이라고 높인다. 한권의 책이 통째로 라투르를 경유한 ‘파국’의 이야기다.

저자는 이 시대의 근본 문제를 “가이아 파국”으로 규정하고 더 큰 “행성적 지구-사회”(geo-society)라는 공생의 틀로 전환할 것을 촉구한다. 라투르가 제시한 ‘행위자-네트워크 이론’(ANT)의 관점에 따라 관계성, 연결망을 강조한다. 이는 사실 20세기 사회학의 행위이론과 대립각을 세우는 일이다. 인간만의 행위능력을 강조한 사회학의 근본적인 무지를 인정해야 한다는 뜻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간뿐만 아니라 비인간에까지 행위 능력을 부여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이를테면 ‘코로나바이러스’까지 ‘행위자’임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책의 앞뒤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봄비조차 위협으로 느낀 저자의 경험이 나온다. 참사 앞에서 그는 존재의 의미를 되새긴다. “‘나’는 고사리나 개, 물고기나 흙과 구별되지 않는 하나의 지구적 존재다.” 사랑하는 존재를 돌봐야 하는 “휘말린 존재”들이 인류세 시대의 ‘가까스로-있음’이라는 감수성을 먼저 지니게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환경 재앙의 충격 속에 가까스로 존재하는 행성적 연대감에 대한 각성과 그 새로운 앎에 대한 이야기다. 비관이나 우울이기보다는 희망이다. 반사회학은커녕 ‘사회’를 재사유하자는 제안이다.

이유진 선임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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