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 전 세계 800명 장성 사상 초유 긴급 소집…작전 공백·지휘구조 격변 우려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2025. 9. 26.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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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25일(현지 시각) 약 800명에 달하는 모든 미군 장성급 지휘관들에게 오는 30일까지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대 기지에 열리는 긴급회의에 참석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구체적 의제에 대한 설명 없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분쟁 지역을 포함해 세계 각지에 근무 중인 준장 이상 전투 지휘관급 장성에게 예외 없이 소집 명령이 내려지면서 온갖 추측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과 같은 군 장성들의 대규모 대면 회동은 미군 현대사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초유의 일”이라고 했다. 통상 미군은 반기마다 전구(戰區·전쟁 구역) 사령관과 군 수뇌부 일부가 워싱턴에서 정례적으로 만나지만, 이번처럼 전 세계 모든 전구 지휘관이 한날한시에 집결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미 국방부 대변인은 “헤그세스 장관이 다음 주 초 고위 지휘부에 연설을 할 예정”이라고만 밝혔을 뿐, 세부 의제나 목적은 군 내부에도 사전 고지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 내에서는 한반도를 포함한 중동과 동유럽 등 분쟁 지역에서 작전을 지휘하는 장성들까지 모두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단기 지휘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군사 및 안보 전문가들은 “이례적 규모의 단일 집결이 군 기밀, 현장 지휘, 연합작전 공백 등 다양한 리스크를 동반할 수 있다”고 했다. 소집 시점이 의회가 예산안을 제때 처리하지 못해 정부 업무가 일시 중단되는 ‘셧다운’ 가능성이 거론되는 9월 말과 겹치면서, 지휘관들의 귀환 예산 문제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CNN은 이번 소집 명령이 해임 및 재배치 통보와 관련됐을 수 있다며, 일부 장성들은 이를 ‘장군들의 오징어게임’이라고 부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을 계기로 최소 200명 이상의 장성이 해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헤그세스 장관은 취임 직후 장성급 감축을 추진하며 대대적인 군 수뇌부 교체 작업을 해왔다. 4성 장군 20% 감축 방안을 내놓고 전체 장성·제독의 10%를 줄이겠다고 밝히며 흑인 합참의장 찰스 브라운, 첫 여성 해군참모총장 리사 프란체티 등 고위 장성 다수를 해임했다.

이번 조치가 국방부 명칭을 ‘전쟁부(Department of War)’로 바꾼 이후 내려졌다는 점도 주목을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국방부의 이름을 전쟁부로 바꾸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는데, 이는 미군을 전투 중심 조직으로 전환하려는 조치로 해석됐다. 미 언론들은 이번 회동이 단순 회의가 아니라 새로운 국가방위전략(NDS) 개정, 해외 주둔 미군 방위구조 변화 같은 전구 지휘 구조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번 소집이 장성들의 정치적 충성심을 평가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헤그세스가 취임 이후 준장과 소장 진급 심사를 진행하면서 과거 발언, 개인 소셜미디어 활동까지 검토했다고 보도했다. 전 세계 장성 일괄 소집 역시 평소 각지에 흩어져 있던 장성들을 한꺼번에 모은 뒤 헤그세스가 직접 정치적 성향과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충성도를 평가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것이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관련 질문에 “전 세계에서 어디로 온다고요?”라고 반문하며 사전에 보고받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는 이후 “오라면 오겠지, 그게 뭐 대단한 일이냐”며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말했다. J D 밴스 부통령도 “장관이 장성들과 만나는 게 특별할 것이 없다”며 “언론이 과대 해석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장 지휘관들 사이에서는 목적도 불분명한 사상 초유의 대면 일괄 소집 명령이 갑작스럽게 통보되면서 일정 조정에 어려움을 겪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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