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문에서]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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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덜기 위한 농축산물 할인지원사업의 충격적인 실태가 최근 공개돼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던 사업이 결국 유통업체의 배만 불려줬다는 사실이 감사원의 정기감사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유통업체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지정한 품목을 소비자에게 할인 판매하면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를 통해 할인금액을 보전해주는 사업으로, 지난해까지 집행된 금액만 6002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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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덜기 위한 농축산물 할인지원사업의 충격적인 실태가 최근 공개돼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던 사업이 결국 유통업체의 배만 불려줬다는 사실이 감사원의 정기감사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농축산물 할인지원사업은 정부가 농축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부담을 완화할 목적으로 2020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유통업체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지정한 품목을 소비자에게 할인 판매하면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를 통해 할인금액을 보전해주는 사업으로, 지난해까지 집행된 금액만 6002억원에 달한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6∼12월에 실시된 할인행사 때 6개 대형유통업체가 행사 직전 132개 품목의 가격을 인상하고, 이중 45개 품목은 20% 이상 인상한 뒤 행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결국 소비자는 할인된 가격이 아니라 제값에 구매한 셈이고, 유통업체는 본래 가격대로 받으면서 할인효과로 인한 판매량 증대에다 할인지원금까지 챙겼다. 얄팍한 상술을 뛰어넘는 부정행위라 할 수 있다. 막대한 국민의 혈세로 할인금액을 지원한 건데 유통업체의 눈속임으로 소비자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이 고스란히 유통업체에 돌아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사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관리·감독하는 기능 또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2023년까지도 유통업체가 할인행사 직전에 가격을 부당하게 인상했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고, 심지어 지난해 9월에는 유통업체의 계획을 인지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도매가 상승에도 가격을 못 올렸는데 이번에 올렸다”는 유통업체의 황당한 소명을 듣고서도 그대로 내버려두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외에도 할인지원품목을 선정할 때 평년 대비 가격이 높아 소비자에게 부담이 되는 품목을 선정해야 함에도 유통업체의 요청대로 소비자 물가 부담이 크지 않은 품목이 선정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대체 누굴 위한 사업인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소비자라면 누구나 할인행사장에서 고개를 갸우뚱했던 경험이 한번쯤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신뢰하고 구매한 건데 감쪽같이 속은 소비자들의 헛헛한 심사를 어떻게 달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앞으로 어떤 할인행사건 소비자가 농산물을 기쁜 마음으로 구입할 수나 있겠는가. 그동안 농산물이 물가상승의 주범인 양 늘 뭇매를 맞던 농업계도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다. 유통업계의 꼼수로 농산물 가격이 적정 가격보다 높게 부풀려진 채 소비자에게 인식되어 왔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갈수록 감당하기 어려운 농업생산비 급등에도 정부의 내년도 농업예산안에 무기질비료 가격보조,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 차액 지원 등 농자재 비용 지원예산이 한푼도 반영되지 않아 속을 끓이고 있는 농민들은 더욱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다.
정부예산은 정책성과를 최대화할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 투입돼야 한다. 다른 부정행위는 없는지 철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수급안정을 도모한다며 남발하는 할당관세도 되돌아봐야 한다. 물가당국의 효과분석에서 수입·유통 업자의 주머니로만 들어가고 고물가를 해결하는 효과는 크지 않다는 것이 이미 입증됐다.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국내 농축산물 수급안정을 위해서는 농가 생산성 향상과 생산비 절감 등 안정적인 국내 생산기반을 우선 구축해야 한다.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 웃을 수 있는 물가 정책을 기대한다.
김진철 제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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