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野 핑계대며 “금융개편 안 한다”는데… 돌고돌아 李 뜻대로?
당정대(여당·정부·대통령실)는 25일 금융 감독 체계 개편을 사실상 백지화하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한 것에 대해 “야당의 반대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금융 조직의 불안정을 방치하는 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안팎에선 “이재명 대통령이 개편할 생각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에서 “금융위원회 개편은 야당의 반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됐으므로 기존대로 갈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라며 “통탄스러운 상황에 대단히 유감”이라고 했다. 금융 당국 개편 무산을 야당 탓으로 돌린 것이다.
당초 당정대는 금융위원회 정책과 감독 기능 분리 및 금융감독위원회 신설, 금소원(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 등을 골자로 한 금융 당국 조직 개편안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금감위 설치법 등은 소관 상임위원회가 국민의힘이 위원장인 정무위원회여서 상임위를 통한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여당 주도로 패스트 트랙(신속 처리 안건)에 태워 6개월 뒤 처리하려는 계획이었다. 이재명 대통령도 취임 100일 회견 때 “정부조직법은 좀 천천히 하면 되고, 한 달 후에 하나 6개월 후에 하나 뭔 차이냐”고 했다. 여야 지도부가 특검 기간 연장을 하지 않고 금감위 법 처리에 협조하기로 한 것을 비판하면서 했던 발언이다. 결국 이 합의는 파기됐다.
하지만 당정대는 이날 본회의 직전 비공개 협의에서 입장을 바꿨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정부 조직 개편이 여야 대립으로 소모적 정쟁과 국론 분열 소재가 되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금융 관련 정부 조직을 6개월 이상 불안정한 상태로 방치하는 것은 경제 위기 극복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했다.

이 같은 발표 이후 정치권과 경제 금융 부처는 들썩였다.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이날 본지에 “대통령이 민주당 내 강경파와 금융 당국을 쪼개야 한다는 일부 학자에게 휘둘리다 보니 금융위 쪼개기를 처음엔 받아들였지만, 이번에 야당 관계를 구실로 자신의 본뜻을 관철한 것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다른 국장급 관계자는 “금융위원장과 부위원장이 수차례 대통령에게 공개 칭찬을 받았다”면서 “대통령이 취임 4개월간 지켜보니 현 금융 당국이 쓸모 있다고 여긴 것 같다”고 했다.
실제 이재명 정부 들어 금융 당국 개편은 추진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돌았었다. 이는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기획재정부가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되는 것과 맞물려 있었다. 금융위의 국내 금융정책 기능을 재정경제부로 이관하게 돼 있어서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에 각각 이억원 전 기재부 차관과 이찬진 변호사를 내정했다. 이때부터 “없어질 부서에 왜 인사를 하냐” “백지화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특히 이찬진 금감원장은 이 대통령과 사시 18회 동기로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변호를 맡은 측근이다.
여권 관계자는 “금융 조직 개편이 대선 공약이긴 했지만, 이는 ‘금융 마피아’를 손봐야 한다는 캠프 소속 학자들과 시민단체 멤버들이 주도한 것이었다”면서 “이 대통령의 생각은 좀 달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위·금감원 등이 거세게 반발한 것도 개편 무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융위·금감원은 존치하나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은 그대로 추진한다.
기재부 내부에선 신설되는 재정경제부가 금융위의 국내 금융정책 기능을 이관받지 못하게 되자 반발이 일었다. 기재부 한 직원은 “예산은 빠지고 금융은 안 들어오면 재정경제부가 아니라 세제경제부로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했고, 다른 관계자는 “우리도 금감원처럼 시위라도 해야 하나. 이 무슨 날벼락이냐”고 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에서도 “언제 다시 개편될지는 아무도 모르지 않냐”는 말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여야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공익신고자보호법·공공기관운영법·통계법·민주유공자 예우법 개정안 등 4건을 패스트 트랙으로 지정하기 위한 무기명투표를 진행했다. 그런데 민주유공자 예우법 개정안에 대한 표결에서 투표수(275장)가 명패 수(274장)보다 1장 더 많이 집계됐다. 무기명투표는 각 의원이 먼저 명패를 명패함에 넣고, 이후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는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러니까 부정선거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 아니냐. 부정투표 아니냐”고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여야 간에 고성이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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