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태양광 급히 늘리면 중국만 이득… 에너지 안보 악영향”

탈린(에스토니아)/박상현 기자 2025. 9. 26.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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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토니아 前 기후에너지부 장관
요코 알렌더 전 에스토니아 기후에너지부 장관이 본지와 인터뷰하는 모습. 그는 재생에너지 문제와 관련, “중국 영향권을 벗어나려 한다”고 했다./박상현 기자

발트해 동쪽에 있는 에스토니아는 재생에너지 생산에 유리한 지형적 조건을 가지고 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초당 7~9m로 안정적이라 풍력 발전에 강점이 있다. 해안선이 3700㎞가 넘고, 발트해가 비교적 얕아 해상 풍력 단지 건설 비용이 낮다. 국토는 대부분 평야라서 육상 풍력 단지 조성도 수월하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한국을 비롯해 탈(脫)탄소 사회를 준비하는 각국의 공통 관심사다. 그런데 ‘재생에너지 강국’인 에스토니아에서도 우려를 표하는 것이 있다. 풍력과 태양광을 늘릴수록 중국 의존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에스토니아가 청정에너지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파리협정에 따른 2050년 탄소 중립도 영향을 미쳤으나, 결정적 계기는 러·우 전쟁이었다. 2022년 5월 러시아산 가스 수입 중단을 결정했고, 러시아·벨라루스와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의 전력망을 묶었던 브렐링(BRELL Ring) 공급망에서 탈퇴했다. 에너지의 대러 의존도를 줄이면서 그 자리를 재생에너지 확대로 대신한 것이다.

에스토니아는 현재 전체 전력의 40%가량을 재생에너지를 통해 얻고 있다. 이를 2035년까지 70~80%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인구 134만명인 ‘작은 나라’이고 전력을 막대하게 소비하는 산업이 없어 이 같은 목표를 설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풍력·태양광 설비 및 부품의 높은 중국 의존도다. 요코 알렌더 전 에스토니아 기후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17일 본지 인터뷰에서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에서 중국 영향력이 커지면 결국 그와 연결된 러시아의 영향력에 다시 놓이는 것과 같다”며 “러시아·중국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유럽 제조 업체를 비롯해 한국 등 새로운 선택지를 발굴 중”이라고 했다. 실제 에스토니아의 최대 에너지 공기업인 에스티 에네르지아(Eesti Energia)는 인근 풍력 단지에서 온 전력을 저장하기 위해 작년 초 BESS(대형 배터리 저장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을 택했다.

반면 한국은 환경부가 2035년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에 앞서 재생에너지 비율을 대폭 늘리겠다고 하면서도, 핵심 부품·설비 등에 대한 국내 기업 활용 등 방안 등은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양적 늘리기에 급급할 경우 ‘에너지 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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