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다고 말 걸어”… 줄잇는 유괴 시도 신고에 경찰 비상
무조건 ‘코드 1’ 긴급 출동 나서
“업무 폭주, 하루 2~3번 뛰어나가”
“모르는 할아버지가 우리 아이 하굣길에 말을 걸었어요.”
지난 14일 서울의 한 일선서 112 신고 센터에 유괴 시도 의심 신고가 들어왔다. 뚜렷한 범죄 혐의점이 없었지만 ‘코드 1′(둘째 긴급 단계)이 발령됐다. 평소 출동 인원보다 배가 넘는 10여 명이 급파됐다. 5시간 동안 초등학교 인근 CCTV를 확인하고 목격자를 탐문한 끝에 동네에 사는 80대 할아버지를 찾았다. 그런데 여자아이에게 “곱게 생겼다”라고 한 것 외엔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경찰은 경고 후 사건을 종결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은 “아이에게 말 한마디 걸거나 조금이라도 뒤따라온다는 느낌이 들면 신고한다”며 “하루에 2~3번씩 뛰어나가고 있다”고 했다.

최근 전국에서 이어진 10여 건의 아동 유괴 시도 사건으로 경찰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28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20대 남성 3명이 초등학생 3명을 “귀엽다” “집에 데려다 주겠다”며 차에 태우려 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8일 대구에서는 60대 남성이 “짜장면 먹으러 가자”며 초등학생의 팔을 잡아끌었다. 같은 날 경기 광명시에서는 고등학생이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초등학생의 입을 틀어막고 끌고 가려고 했다. 이에 경찰청은 신고가 들어오면 무조건 긴급 출동 하도록 했는데, 일선 경찰서 업무가 폭증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그간 미성년자 약취·유인 신고가 들어와도 범죄 발생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면 출동하지 않았다. 출동하더라도 오인 신고 가능성이 있을 경우엔 비긴급 상황(코드 2~3)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지난 12일부터 약취·유인 신고는 전부 코드 1(0에 가까울수록 긴급) 이상으로 지정해 지구대·경찰서 강력팀·여성청소년과 3개 부서 경찰들이 일제히 현장에 출동하도록 했다. 전국 초등학교 6183곳의 등하교 시간대에 맞춰 학교와 통학로 주변에 경찰 5만5000여 명을 집중 배치해 순찰도 하고 있다. 전국 경찰 인력(2024년 기준 13만1158명)의 42%다. 또 피신고자를 추적·조사해 사건 경위를 파악한 이후에야 사건을 종결할 수 있다.
일선 경찰들은 “범죄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건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오인 신고가 대부분인데 무조건 현장에 나가야 해 일이 2~3배 늘었다”고 했다. 지난 8일부터 18일까지 경기 남부 지역에서 접수된 신고 19건 중 약 79%(15건)는 오인 신고(12건) 또는 허위 신고(3건)였다. 미성년자 약취·유인 사건도 2021년 193건, 2022년 222건, 2023년 260건, 2024년 236건, 올해 8월까지 173건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의 한 경찰서 형사과장은 “최근 잇달아 발생한 유괴 미수 사건이 주목받으면서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최근 서울 광진구의 한 초등학교에선 “모르는 아저씨가 사탕을 줬는데 봉지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더라”라며 “그 사이로 마약을 넣은 게 아니냐”는 신고가 들어왔다. 경찰은 이 사탕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내 분석을 거쳤지만 마약 성분은 나오지 않았다. 조사 결과 초등학교 인근 식당 주인이 가게에 있던 사탕을 초등학생에게 건넨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일 전북 군산에선 70대 남성이 차를 타고 지나가다 초등학생에게 “예쁘다”고 말을 걸었다가 경찰 조사를 받았다. 형사 20여 명이 동원돼 10시간이 넘는 추적 끝에 해당 남성을 붙잡았다. 그러나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보고 이 남성에게 “유사한 행동을 해선 안 된다”고 경고한 뒤 사건을 종결했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29일 60·70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아이들과 함부로 접촉하면 안 된다”는 유괴 오인 방지 교육을 실시한다. 오인 신고로 인한 불필요한 경찰력 낭비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경찰 관계자는 “고령층은 동네 아이들에게 다가가 말을 거는 게 익숙하지만, 젊은 층은 이를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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