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서 고개 숙인 덴마크 총리 “강제 피임당한 여성들에 깊이 사죄”
트럼프가 그린란드 눈독 들이자
“관계 개선 공들이는 것” 해석도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 24일 그린란드 수도 누크를 방문해 과거 덴마크 정부가 원주민을 상대로 자행한 강제 피임 정책의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그린란드인이라는 이유로 여러분에게 가한 잘못에 대해 덴마크를 대표해 사죄드린다”고 했다. 지난달 정부가 공식 사과 성명을 낸 데 이어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재차 사과한 것이다.
강제 피임 정책은 1960~1970년대 집중적으로 시행됐다. 덴마크는 18세기 초부터 식민지였던 그린란드를 1953년 정식 영토로 흡수하면서 원주민을 동화시킬 필요성을 느꼈다. 그 과정에서 원주민인 이누이트족의 높은 출산율이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당사자 동의 없이 자궁 내 피임 장치(IUD)를 삽입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덴마크 정부는 그린란드의 미성년자 출산 비율이 높고, 일부 부모의 양육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1960~1991년 이누이트 여성 4500여 명이 강제 피임에 노출됐다. 이는 당시 그린란드 가임 여성 인구의 절반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 사건은 작년 이누이트 여성 143명이 덴마크 정부를 상대로 총 630만달러(약 88억원) 규모의 피해 배상 소송을 제기하며 공론화됐다. 한 여성은 20대에 산부인과 정기 검진을 받던 중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IUD를 삽입당했다고 진술했다. 대부분 어린 학생들을 한꺼번에 병원에 데려가는 방식으로 강제 피임이 이뤄졌고, 피해자들은 “의사가 무슨 일을 할지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당시 보건 당국의 행위는 그린란드 소녀들에게 심각한 후과를 남긴 배신이었다”고 밝혔다.
덴마크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기 위한 ‘화해 기금’도 조성하기로 했다. 14세 때 IUD를 삽입당했다는 한 피해자는 “총리가 누크를 방문한 것은 기쁘지만,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좌절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했다. 피해자 중 최고령자는 현재 80세가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프레데릭센 총리의 사과가 그린란드를 넘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는 자원이 풍부한 그린란드를 미국 영토로 편입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이를 의식한 프레데릭센 입장에선 덴마크와 그린란드 사이 최대 걸림돌로 지목돼 온 강제 피임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였다는 것이다. BBC는 “프레데릭센의 사과는 트럼프가 북극 지역을 장악하겠다고 거듭 밝힌 가운데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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