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몸으로 먹는 장조림… ‘케어푸드’ 3조 시장 성장

지난 18일 현대그린푸드 경기 성남 공장의 ‘포화 증기 오븐’에서 뜨거운 김이 뿜어져 나왔다. 생선 굽는 냄새가 순식간에 공장 안에 퍼졌다. 냉장고 같은 외형의 이 오븐은 압력솥 원리를 응용한 것으로, 고온·고압의 진공 상태에서 조리를 한다. 음식 외형을 망가뜨리지 않으면서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오븐에서 꺼낸 고등어는 숟가락으로 살짝 누르자 금세 부서졌다. 딱딱한 호두도 삶은 밤처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음식을 씹기 어렵거나 소화가 힘든 이들을 위한 ‘케어푸드’ 생산 공정이다.
고령화에 식단 관리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케어푸드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과거 케어푸드는 죽이나 음료 형태에 국한됐지만 최근에는 기술 발전으로 치아 없이도 먹을 수 있는 함박스테이크, 장조림 같은 다양한 메뉴가 등장하고 있다. ‘인간다운 식사’를 원하는 소비자 요구에 맞춰 음식의 모양과 맛을 살리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을 구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대그린푸드를 비롯해 아워홈, CJ프레시웨이 등 대형 급식 업체부터 제약사까지 케어푸드 시장에 진입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는 오징어나 미역처럼 질긴 음식을 젤리나 어묵 형태로 만들거나 우엉, 연근 등 단단한 재료를 부드럽게 만든 음식이 이미 판매되고 있다.

◇잇몸으로 먹는 함박스테이크
지난해 보건복지부의 노인 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체 노인 중 31.5%가 씹는 능력 저하로 인해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겪고 있다. 노인 4명 중 1명은 보조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식사의 어려움으로 영양 섭취가 부실한 70세 이상 노인은 21.5%에 달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가 없어도 먹을 수 있는 190여 종의 식품을 ‘고령 친화 우수 식품’으로 지정했다. 포화 증기 오븐을 도입한 현대그린푸드는 국내 식품 업계 중 가장 많은 16종을 판매하고 있다. 소고기 장조림, 함박스테이크도 부드럽게 만든다. 장조림과 스테이크를 직접 먹어보니 고기 맛은 그대로지만 혀로 치대기만 해도 쉽게 부서졌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치아가 약해지면 씹기 힘든 단백질보다 탄수화물을 더 많이 먹게 된다”며 “포화 증기 오븐 요리를 통해 고령층도 필수 영양소인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워홈은 단백질 분해 효소인 프로테아제를 활용해 고기를 부드럽게 만들면서도 단백질 함량을 높였다. CJ프레시웨이는 X선 검사로 생선 가시를 제거한 생선구이, 보통의 나물보다 2배 이상 부드러운 나물 등을 내놓았다. 제약사 중에선 종근당건강이 최근 한국당뇨협회와 함께 ‘닥터케어 당코치 제로’를 출시하며 케어푸드 시장에 뛰어들었다.
◇“인간다운 식사” 경쟁 치열
일본은 케어푸드 선진국으로 꼽힌다. 한국에선 아직 부드럽게 만들기 어려운 해산물도 판매되고 있다. 질긴 오징어나 새우도 젤리처럼 부드러운 어묵 형태로 만들어 치아가 없는 노인들도 해산물의 맛을 즐길 수 있다. 병상의 환자들도 다양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고기 조림, 가다랑어 생강 조림 등도 부드럽게 만들어 밥과 함께 먹을 수 있는 제품도 등장했다.
한국도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케어푸드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케어푸드 시장은 최근 5년간 연평균 7.2%씩 커졌다. 올해는 총 3조원대로 커질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 역시 연평균 5.1%씩 성장해 2033년에는 389억달러(약 54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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