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의 미래] 잘려나간 풀뿌리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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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불탈 수 있을까.
물은 불을 꺼트리고, 불은 물을 수증기로 날려버리기는 해도 통상 물이 불에 타지는 않는다.
서울환경연합이 이달 초 발표한 '서울시 가로수 계획 모니터링'에 따르면 25개 자치구 가운데 도시숲법에 따른 연차별 가로수 계획을 지킨 곳도, 가로수 건강을 살피는 생육환경 개선을 명기한 자치구도 5곳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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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지구의 날’ 출범 이뤄져
국내 사회 환경 감수성도 부족
지역 환경문제부터 눈길 줘야
“초콜릿빛 갈색에 기름기로 번들거리고, 지하에서 올라오는 가스로 거품이 이는 이 강은 흐른다기보다 스며 나온다. 클리블랜드 시민들은 음울하게 농담한다. ‘쿠야호가 강에 빠진 사람은 익사하지 않는다, 썩는다’고. 연방 수질오염관리국은 건조하게 기록했다. ‘하류의 쿠야호가 강에는 눈에 보이는 생명이 없다. 폐수 속에서도 살아남는 거머리나 슬러지 벌레조차 없다.’ … 몇 주 전 이 강이 불길에 휩싸여 타올랐고, 불길은 너무나 격렬해 두 개의 철도 다리가 거의 파괴될 뻔했다.”(1969년 8월, ‘타임’ 기사)

우리나라도 100년 뒤에 돌아보면 ‘그 시절엔 왜 그랬을까’ 느낄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악천후 잦은 먼 섬에 공항을 놓겠다(흑산도, 울릉도, 백령도)거나 마을 하천을 준설하며 주변 나무 수백 그루를 일제히 베어내거나(전북 전주, 대구 동구) 알프스(알프스를 왜 한국에서 찾는지는 모르겠으나)를 꿈꾸며 산악열차와 케이블카를 놓겠다(전북 남원, 강원 원주?양양 등)는 구상은 단지 그 지역 자치단체장의 몽니 때문만은 아니다. 관광 활성화, 이동권, 행정 효율, 주민 숙원 같은 명분이 환경보다 우세하다는 방증이다. 일부의 눈엔 심각한 환경문제가 지역사회 ‘찬반 논란’으로 축소돼 다뤄진다. 생태 보전의 가치를 지역민 이득으로 환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형식적 주민 의견수렴 같은 절차적 문제는 왜 항상 되풀이되는지 ‘개발 대 보전’의 이분법에서 한 단계 나아가기 위한 논의는 비등점을 넘지 못하고 갈등 구도만 남는다. 환경문제가 ‘문제’로 호명되려면 그걸 인식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공동의 이해가 충분히 축적돼야 한다.
개발될 대로 개발된 서울이라고 이런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내가 사는 마포구에선 최근 때아닌 소나무 논쟁이 진행 중이다. 마포대로에 있던 커다란 느티나무, 양버즘나무를 구청이 일괄 베어내고 그 자리에 소나무를 심으면서다. 마포대교 북단~공덕역 약 1km 구간에서 가로수 교체가 진행됐고, 그보다 더 긴 공덕역~아현교차로 구간에도 소나무 가로수를 심겠단 계획이다. ‘소나무는 생장이 느려 쓰러질 위험이 적고, 낙엽 발생이 적어 관리가 용이하며, 수관이 크게 발달하지 않아 간판이나 교통표지판 가림이 없다’는 게 그 이유인데, 결국 구청 입장에서 아름드리 활엽수는 간판 가림 민원과 낙엽 쓰레기의 발생원이었던 셈이다. 무성한 나뭇잎이 그늘을 선사하고 증산작용을 통해 도시열섬을 완화한다는 점이나 소나무는 도로 매연과 제설제에 특히 약해 도시 환경 적응력이 떨어진다는 점, 베어낸 수종보다 탄소흡수량이 다소 떨어진다(2024년 승인 국가 온실가스 배출·흡수계수 기준)는 점은 제대로 설명되지 않고 있다.
서울환경연합이 이달 초 발표한 ‘서울시 가로수 계획 모니터링’에 따르면 25개 자치구 가운데 도시숲법에 따른 연차별 가로수 계획을 지킨 곳도, 가로수 건강을 살피는 생육환경 개선을 명기한 자치구도 5곳에 불과했다. 아직 우리 사회 환경 감수성이 가로수까지 내려앉지는 않은 모양이다.
27일 각지에선 시민들이 참여하는 기후정의행진이 열린다. 풀뿌리 시민행동의 날에 무심코 넘기기 쉬운 내 지역 환경문제에도 눈길을 주면 좋겠다.
윤지로 사단법인 넥스트 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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