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천 세대 지주택 5백억 횡령 의혹…고발 건의하자 "업무 배제시켜라" / 풀버전

정아람 기자 2025. 9. 25.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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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4~5억을 내면 대단지 아파트에 살 수 있다더니, 10년 지난 지금 분담금이 15억원으로 불어났습니다. 서울 영등포의 한 지역주택조합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최소 500억원의 횡령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알고 보니, 조합장의 부인 회사에 350억원 어치의 일감을 몰아줬습니다. 이중계약을 맺어 150억원의 업무 대행비도 썼습니다.

정아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다음 달 착공을 앞둔 서울 신길5동 지역주택조합 부지입니다.

10년 전 주민들은 4~5억원을 내면 2천 세대 대단지 아파트에 살 수 있단 말에 조합에 가입했는데 지금은 불만으로 가득합니다.

공사비 상승 등을 이유로 조합이 분담금을 15억원으로 세 배 가량 올렸기 때문입니다.

[이모 씨/조합원 : 받을 적에는 4억5천인가 그러면 더 내는 것도 없고 그래서 하나 한 거거든. 우린 그럼 그거 못해. 돈이 있어 뭐가 있어.]

[김모 씨/조합원 : 날강도 놈들 아니에요?]

그런데 서울시 공공 변호사·회계사가 실태 조사한 결과, 수상한 점들이 확인됐습니다.

조합이 지출한 '업무 대행' 용역비 내역.

'업무 대행'은 각종 인허가나 민원 등 잡무를 조합 대신 처리하는 용역인데 한 업체에만 지급한 돈이 10년간 350억원입니다.

조사 결과 이 돈을 받은 업체 대표는 조합장 부인으로 드러났고 알고보니 조합은 다른 업체들에도 2백억원을 주고 같은 '업무 대행' 용역을 또 맡겼습니다.

[장원택/실태조사 담당 회계사 : 일단 (업무 대행) 금액이 크기도 하고 동시에 여러 군데로 나가면 안 되는데 본인이 본인한테 지불한 걸로 볼 수도 있는 거죠.]

또 조합은 분양 대행 업무도 여러 업체에 중복으로 맡깁니다.

이 금액도 150억원에 달합니다.

자금 집행 대부분은 절차 없이 진행됐습니다.

서울시 공공변호사 측은 이렇게 집행한 돈들은 횡령 가능성이 있다는 고발 입장을 냈습니다.

[신동운/실태조사 담당 변호사 : 총회의 사전 의결을 거치지 않고 절차적 하자가 있는 채로 집행된 돈이 한 1천억 가까이 되는 거로… 자금 집행이 너무 이상하다고 보이는 것들이 최소한 500억.]

조합장은 제보자를 특정해야 인터뷰에 응할 수 있다며 해명을 거절했습니다.

[신길5동 지역주택조합장 : 제보자가 없을 때는 인터뷰에 응하지 않아요.]

정부는 올해 안에 지역주택조합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앵커]

구청의 대응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실태 조사를 한 공무원이 영등포구청에 조합장 고발 같은 후속조치를 취하자고 했습니다. 그러자, 구청 감사팀이 오히려 그 담당 공무원을 소환하고 업무에서 배제시키려고 했습니다. 이 공무원은 개인 이름으로 고발장을 접수한 상태입니다.

이어서 정아람 기자입니다.

[기자]

영등포구청 주택과에서 지역주택조합 실태조사업무를 담당했던 공무원 A씨는 한달 전 조사 결과를 전달받고, 조합장 고발을 건의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감사팀에서 A씨를 소환했습니다.

[A씨/영등포구청 주무관 : 감사팀에서 1시간 정도 부르셔서, 조합장을 고발함으로써 이 착공 일정이 늦어지는 거 아니냐 그 지연 이자나 이런 것들을 나중에 소송이 들어온다면 네가 감당할 수 있겠어. 이런 식으로…]

이후 한달간 아무 조치가 진행되지 않았고, 최근에는 자신을 업무에서 배제하라는 압박도 내려왔다고 합니다.

[A씨/영등포구청 주무관 : 저희 부서를 통해서 쟤는 왜 저렇게 업무를 하냐 업무 배제시켜라, 그런 식으로 계속 지금 실무진들에 대한 압박이 들어오는 거죠. 다른 직원들한테 피해가 가는 걸 모르느냐 이런 식으로…]

영등포구청은 "해당 지주택은 사실 관계 확인이 필요해 추가 실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내부 검토 중이었다"고 답했습니다.

후속 조치가 차일피일 늦어지자 A씨는 영등포경찰서에 개인 이름으로 고발장을 접수한 상황입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공무원은 직무를 하다 범죄가 있다고 사료되면 고발해야 합니다.

[윤종군/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 : 비리 혐의가 확인되었는데도 시정 고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영등포구청의 명백한 직무유기가 아닌가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전국 곳곳에서 지역주택조합에 대한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단 목소리가 나옵니다.

[영상취재 김재식 구본준 신승규 김대호 정재우 영상편집 김지우 영상디자인 강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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