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트럼프 ‘눈도장’ 대신 ‘미국 내 우군 조직화’ 만찬

엄지원 기자 2025. 9. 2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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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지난 22일(현지시각)부터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교착상태에 빠진 한-미 통상 협상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미국 쪽 주무 장관인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을 직접 만났다.

이 대통령이 23일 저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재한 정상 만찬에 가는 대신, 미국 내 외교·안보 오피니언 리더들을 만찬에 초청해 만난 것도 이번 방미 기간에 이 대통령이 주력했던 외교 전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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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0억달러 투자펀드 돌파구 찾기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공개 토의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지난 22일(현지시각)부터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교착상태에 빠진 한-미 통상 협상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미국 쪽 주무 장관인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을 직접 만났다. 현지 파워그룹 내 우군을 만들기 위해 미 외교·안보 분야 리더들을 초청해 만찬도 주재했다.

이 대통령이 베선트 장관을 만난 것은 대미 투자펀드의 1차 과제인 한-미 통화스와프(원화를 맡기고 달러를 정해진 환율로 빌려올 수 있는 계약)를 주무 장관인 그에게 ‘맨투맨’으로 설득하려는 목적이 가장 컸다고 한다. 애초 25일 뉴욕 증권거래소 투자 서밋에서 일대일 면담이 예정돼 있었지만 베선트 장관이 참석할 수 없게 되자 하루 앞당겨 만난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미 베선트 장관을 만나 대규모 현금 투자가 한국 외환시장에 미칠 혼란에 대해 충분히 설명한 상황이었지만, 이 대통령이 별도로 시간을 냈다”고 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 대통령이 베선트 장관에게 직접 (우리 외환시장 상황 등을) 설명했다”며 이 만남을 “협상의 중대 분수령”이었다고 했다. ‘대통령의 일대일 설득’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동원한 데 대한 기대감을 나타낸 것이다.

출국 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나 영국 공영방송 비비시(BBC), 로이터 통신 등과 인터뷰를 한 것도 방미 기간 미국 쪽 인사들을 만나기에 앞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주지시키기 위한 ‘사전 여론전’의 성격이 짙었다. 대통령실은 이런 시도가 지금의 한-미 투자펀드 조성 방식이 무리하다고 보는 미국 현지의 합리적 목소리를 묶어내는 데 일정한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 뉴욕 도착 첫날 영 김 하원 외무위 동아태소위원장(공화당), 진 섀힌 상원 외교위 간사(민주당) 등 의원단을 접견한 이 대통령은 “한-미 간 관세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외환시장에 불안정이 야기될 우려가 있지만 결국 양쪽이 ‘상업적 합리성’이 보장되는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협조를 구했다.

이 대통령이 23일 저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재한 정상 만찬에 가는 대신, 미국 내 외교·안보 오피니언 리더들을 만찬에 초청해 만난 것도 이번 방미 기간에 이 대통령이 주력했던 외교 전략을 보여준다. 이 자리에는 정치 컨설팅 그룹을 이끌며 워싱턴 정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이나 외교정책 전문지인 포린어페어스의 대니얼 커츠페일런 편집장 등이 함께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눈도장’을 받는 대신 현지 여론 설득에 주력한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과는 최근 이미 정상회담을 진행했고,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곧 만나게 될 것”이라며 “10초 남짓한 만남을 갖는 것보다 현지 주요 인사들과의 일정을 소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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