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침해 유죄’ 동명원 건재…15명은 지금까지 30년 이상 수용돼

과거 부랑아 보호시설로 아동들을 장기간 학대한 사실이 드러난 전남 무안 동명원이 여전히 노숙인 보호시설로 운영되면서, 인권침해가 확인된 시기부터 지금까지 30년 이상 수용된 이들이 15명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설장에게 유죄가 확정됐는데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시설 폐쇄 등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전라남도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25일 보면, 현재 동명원 수용자 39명 중 수용 기간이 10년 이상 된 이들은 24명(61.5%)이었다. 이 중 10~20년은 7명, 20~30년은 2명이었다. 8명은 30~40년을 동명원에 머물렀고, 40년 이상 머문 사람도 7명에 달했다.피해자들이 동명원의 강제 노동과 감금 등 극단적인 인권침해가 벌어졌다고 증언하고 있는 1990년대 이전부터 30년 이상 머문 이들만 추려도 15명(38.5%)에 이르는 셈이다. 동명원은 현재 노숙인 시설이지만 전체 39명 중 30명이 장애인이다. 과거 학대 과정에서 장애를 지니게 된 이들도 적잖을 것으로 추정된다.

동명원 인권침해 피해자들은 1970년대부터 이곳에 수용된 이들의 이름을 기억한다. 동명원 공장에서 4년간 강제노동을 당하다 1993년 탈출한 문호현(48)씨는 40년 이상 이곳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나0선, 김0필씨에 대해 “(1980~1990년대)당시에는 장애인이 아니었고 일을 엄청 했는데, (학대·강제 노동 탓에) 지금은 장애인이 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찰 출신 김춘식이 1972년 목포시 인가를 받아 부랑아 보호시설로 운영을 시작한 동명원은 1981년 전남 무안군 청계면 복길리로 옮겨와, 지금도 같은 자리에 있다. 동명원과 인근에 지은 공장에서 △상습 폭행과 감금 △무임 강제 노동 △정신병원 강제 입원 △강제 피임 시술 등을 당한 피해자들이 올해 4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서 진실규명(피해 인정)을 받았다. 동명원은 2012년 노숙인 보호시설로 형태를 바꿨지만 이후로도 문제는 이어졌다. 김춘식 사망 뒤 대를 이어 시설장을 한 아들 김승호(68)씨와 그의 부인 김설(67)씨는 근로기준법 위반과 사기, 업무상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17년 각각 1년2개월과 10개월의 징역형이 선고됐다.

극단적인 인권침해 현장이었던 동명원이 유지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행정기관의 솜방망이 처분이 있었다. 시설장 부부의 징역형이 확정된 뒤 목포시는 징계 등 별도의 행정 조처를 하지 않았고, 이들은 ‘자진 퇴사’ 형태로 시설을 떠났다. 사회복지사업법은 시설에서 학대, 불법 행위 등이 벌어졌을 때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지자체장이 사업 정지나 폐쇄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복지부와 지자체 재량에 처분이 맡겨진 셈인데,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끈 사건이 아닌 한 소극적 조처에 머무는 경우가 상당수다.
동명원 관할 지자체인 목포시의 사회복지과 관계자는 25일 한겨레에 “동명원은 2014년 시설장이 경찰조사를 받으면서 교체됐고, 인권침해는 과거의 일로 알고 있다”며 “(시설 폐쇄는) 검토한 적 없다”고 말했다. 다만 “진실화해위가 동명원 인권침해에 대한 피해자 진실규명을 하고 피해 회복과 재발 방지 대책을 권고한 터라 10월 중에 수용자 인권과 건강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전라남도와 함께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명원 쪽도 “본 법인과 시설은 관련법과 근거법에 따라 전라남도와 목포시의 지도와 감독 아래 한치의 오차 없이 운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동명원 이사장과 시설장도 김승호 시설장 시절부터 동명원에서 이사와 직원으로 일한 이들이다.

동명원이 부랑아 시설에서 노숙인 시설로 성격만 바뀐 채, 탈시설이나 자립 계획 없이 수십년 동안 장애인을 수용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1989년 동명원에 강제 수용돼 25년 동안 학대를 당한 김애정(49)씨는 지난달 19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자기의사 표현이 어려운 분들이 감옥에 갇혀 있는 셈이다. 동명원을 빨리 폐쇄하고 거기서 나온 이들이 사회로 나와 살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 나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왜소증과 지적장애가 있는 김씨는 동명원이 노숙인보호시설로 전환된 뒤에도 2년을 더 있다가 가족포기각서를 쓰고서야 시설을 벗어날 수 있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기림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 활동가는 “탈시설과 자활에 대한 지원체계를 하나도 갖추지 못한 채, 어린 시절에 입소한 이들을 이렇게 30, 40년 이상이나 수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특히 39명 중 30명이 장애인인데, 장애인 시설이 아닌 노숙인 시설에 머무는 탓에 각종 장애인 자립 지원 제도 대상도 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김예지 의원은 “피해자들의 폭로로 시설에서 벌어졌던 인권침해가 일부 밝혀졌지만 국가는 여전히 공식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며 “보건복지부는 지자체와 협력해 동명원 거주 장애인의 자립 지원, 시설 폐쇄 등 과거 시설 폭력에 대한 국가 차원의 책임을 이제라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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