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금융감독기구 개편’ 접고 정부조직법 상정···국힘은 “배려로 포장 말라” 필리버스터 돌입

이재명 정부 첫 정부조직개편안 처리를 놓고 25일 여야 간 협상이 결렬되면서 또다시 필리버스터 정국이 시작됐다. 여당은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금융당국 개편안을 제외한 정부조직법 수정안을 제시하며 야당 협조를 요청했지만, 야당은 “배려로 포장하지 말라”며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여당이 입법 드라이브를 걸고, 야당은 비쟁점 법안에 대해서도 모두 필리버스터 실시를 고려하는 만큼 정기국회가 파행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 국회법과 증언·감정법 등 4개 쟁점 법안과 69개 비쟁점 법안 처리를 목표로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 실시 방침을 예고해왔다.
여당은 이날 본회의를 앞두고 정부조직법 개정안 중 금융당국 개편 부분을 제외한 후 야당과 막판 협상을 시도했지만 여야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긴급 고위 당정대 회의를 열어 정부조직법상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개편 내용을 제외키로 했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고위당정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금융 관련 정부조직을 6개월 이상 불안정한 상태로 방치하는 것은 경제위기 극복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야당의 의견을 존중해 정부조직법 속도 조절을 한 만큼 대결이 아닌 대화의 장으로 나와주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결정은 야당의 반발로 후속 입법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 개편을 위해서는 정부조직법뿐 아니라 새로 신설되는 금융감독위원회 설치법을 비롯한 9개 법안을 함께 개정해야 한다. 그러나 소관 상임위 위원장을 맡은 국민의힘은 법안 처리에 협조적이지 않다. 민주당은 당초 해당 법안에 대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을 검토했지만,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금융조직 개편이 장기화하는 데 대한 부담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고위 당정대 회의 후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여야 원내대표가 최종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검찰청 폐지 등 정부조직법 핵심 쟁점은 그대로 두고 금융당국 개편 부분만 뺀 것을 “배려로 포장하고 있다”며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본회의 전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본회의 당일 졸속 수정되는 것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한 민주당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의총에서 금융감독위 설치와 금융소비자보호 감독 기능을 떼는 등 (기존 안대로) 개혁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며 “다만 (현 상황에서는) 안정적인 행정을 하기 어렵다고 정부가 이야기하니 수긍하고 수정키로 했다”고 말했다.
여당의 입법 독주와 야당의 필리버스터 돌입이 재현되면서 여야의 대립은 더욱 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69개 비쟁점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 송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이 수적 우세를 앞세워 일방적으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문제와 정부조직법에 심각한 문제가 내포돼있다는 점을 국민께 소상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70일간의 필리버스터’ 정국이 펼쳐질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본회의 후 논평에서 “정부조직법 필리버스터는 국민 배신이고 국정 파괴”라며 “새 정부가 새로운 비전으로 일할 수 있도록 조직을 갖추는 것은 국가 운영의 기본 상식”이라고 말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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