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 에세이] 우리에게도 예쁜 것들이 있다- 전미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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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옛 물건의 실용성과 아름다움을 하나씩 짚어가면서 한국의 미를 찾아내고 가치를 부여하는 책이 있다.
서양의 명품 브랜드와 물건에만 환호하는 세태에 반기를 들며 우리에게도 선조들의 지혜와 미적 감수성을 겸비한 물건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른 것들에 한눈파는 사이에 우리 옛것에 대한 아름다움은 묻히고 사위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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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옛 물건의 실용성과 아름다움을 하나씩 짚어가면서 한국의 미를 찾아내고 가치를 부여하는 책이 있다. 이소영의 〈우리에게도 예쁜 것들이 있다〉이다. 서양의 명품 브랜드와 물건에만 환호하는 세태에 반기를 들며 우리에게도 선조들의 지혜와 미적 감수성을 겸비한 물건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소의 뿔에 돌가루 물감으로 그림을 그려 만든 ‘화각장’의 화려함과 섬세함에 놀라게 되었다. 어떻게 소의 뿔에 그림을 그려 아름다움을 구현할 생각을 했을까 하는 경탄은 ‘나전’으로 이어진다. 버리는 조개껍데기를 예술로 승화시킨 물건에서 뿜어져 나오는 광채에 눈이 부시다.
먹색을 현(玄)색이라고 하는데 서양의 검정과는 다른 아득하고 심오한 색의 차이도 식별할 기회가 되었다. 막연하게 검정이니 같은 검은색이겠지 하는 대충의 마음이었다. 이 책을 통해 먹이 가질 수 있는 깊고 아득한 묘미를 인식하게 되었다.
유교 사회였던 조선은 청렴, 소박함을 추구하여 사대부들이 유일하게 꾸밀 수 있는 것이 갓끈이었다. 갓끈에 매달았던 구슬들의 영롱함을 상상하면서 인간의 미에 대한 본능을 거스를 수 없어 자신의 미적 개성을 내보이는 선비들의 마음이 흥건하게 나에게 전이되었다.
목재로 만든 패물함이나 머릿장의 구성 요소들을 단단하게 고정시키기 위해서 사용하였던 ‘고추 잎 모양 거멀잡이쇠’는 늘상 봐 온 것이었지만 이렇게 예쁜 이름이 있는 줄은 몰랐다. 원통형의 망건 통을 고정시켜 놓은 일자형 쇠붙이를 ‘국수 모양 거멀장’이라고 한다.
그냥 쇠 하나 박혀 있을 뿐이라는 대강의 시선이었는데 이름을 붙여 주면 마음이 가면서 눈도 따라붙게 된다. 다시 보게 하는 힘, 호명하는 일이다.
사라져 간 인간들의 생활과 꿈이 담겨있는 옛 기물들을 보면서 그들의 숨결과 자취가 손에 잡힐 듯했다. 유물이란 그런 것인가 보다. 상상으로 시간을 거슬러 누군가를 만나게 하는 것.
우리 옛 물건들에 깃들어 있는 디자인의 요체는 단순 명료함이다.
단순함을 극대화한 사물들에는 절제된 여백의 미가 느껴진다. 달항아리가 그러하고 사방탁자가 그러하다. 고졸함과 담백함이 느껴지는 우리 유물에는 요즘 유행하고 있는 미니멀리즘의 정신이 관통하고 있다.
다른 것들에 한눈파는 사이에 우리 옛것에 대한 아름다움은 묻히고 사위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것만이 좋다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지만, 우리 것 속에 깃든 고움과 이쁨을 발견하고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먼저라는 말은 하고 싶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K-pop 아이돌을 소재로 하는 최초의 해외 제작 애니메이션인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만들어질 정도이니 우리 문화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거기다 선풍적인 인기도 구가하고 있다.
전미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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