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평가보다 우려되는 건 차익 욕구…그래도 얕은 조정에 그칠 것[오미주]

미국 증시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증시 고평가론과 AI(인공지능) 버블 가능성으로 24일(현지시간)까지 2일 연속 하락했다.
월가에서는 미국 증시가 통상 4분기에는 강세를 보이지만 올해는 조정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임파워 인베스트먼츠의 최고 투자 전략가인 마르타 노튼은 CNBC에 "많은 사람들이 '4분기에는 증시에 결코 매도세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4분기에 접어들 때 모멘텀이 있으면 유지되는 경향이 있긴 하다"며 "하지만 실제로는 (4분기에도) 조정은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향후 증시에 낙관할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연준은 금리 인하를 시작했고 최악의 관세 정책은 지나갔으며 통상 10월 중순부터 12월까지는 1월과 더불어 계절적으로 미국 증시에 수익률이 가장 좋은 시기다.
엔비디아가 오픈AI의 데이터센터 구축에 10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한데 대해 사실상 오픈AI에 AI 칩 구매대금을 대주는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긴 했지만 AI 호황의 근거가 깨진 것은 아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세금 감면과 규제 완화도 주가를 상승으로 이끄는 우호적인 환경이다.
다만 파월 의장의 지적대로 증시 밸류에이션이 너무 높다는 점은 투자자들에게 지속적인 부담이 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지난 23일 연설에서 주식이 "상당히 높게 평가돼 있다"고 말했다.
이는 1996년 12월5일 앨런 그린스펀 당시 연준 의장이 "비이성적 과열이 자산가치를 부당하게 끌어올려 예상치 못한 장기적인 위축으로 귀결될지 어떻게 알겠는가"라고 언급했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당시 미국 증시의 닷컴 버블은 3년 이상 이어지다 2000년 3월에야 붕괴됐다.
파월 의장의 지적대로 현재 S&P500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올해 순이익 전망치 기준 23배에 육박하고 있어 코로나 팬데믹 강세장이던 2021년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가 창안한 경기 순환적으로 조정된 PER인 CAPE 비율도 지난 8월 말 38배로 올라 2021년 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러 교수는 CAPE 비율을 매월 말 한번씩 업데이트하기 때문에 최근 수치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크리에이티브 플래닝의 수석 전략가인 찰리 비렐로는 이번주 초 소셜 미디어 X에 "S&P500지수의 CAPE 비율이 2000년 이후 처음으로 40배를 넘어섰다"고 직접 계산한 결과를 밝혔다. 2000년은 닷컴 버블이 붕괴되며 약세장이 시작됐던 때다.
가치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이 증시 밸류에이션을 측정하는 도구로 가장 신뢰하는 버핏 지표도 증시 고평가를 가리킨다. 버핏 지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의 비율로 측정하는데 지난 6월 말 기준 버핏 지표는 2.7배로 2001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다른 밸류에이션 측정 도구인 주가매출액비율(PSR)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 다우존스 마켓 데이터에 따르면 S&P500지수의 올해 매출액 전망치 기준 PSR은 지난 8월 말 기준 3.12배로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다만 S&P500 기업들의 이익률이 사상최고 수준에 근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PSR을 과거 수치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증시 고평가가 전반적으로 그리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야데니 리서치의 에드 야데니는 올 3분기에도 S&P500 기업들의 이익이 사상 최대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며 이익 성장세가 가팔라지면 고평가 문제도 해결된다고 설명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수비타 수브라마니안은 증시의 높은 밸류에이션이 '뉴 노멀'(New normal), 즉 새로운 정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업의 기초체력과 실적의 질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개선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S&P500 기업들은 1980~90년대에 비해 부채비율이 낮은데다 변동금리 부채가 거의 사라져 채무 상환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익 변동성은 줄어들었으며 이익률은 사상최고 수준이다.
그럼에도 임파워 인베스트먼츠의 노튼은 미국 증시가 지난 4월 말 이후 휴식 없이 랠리를 이어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4분기에는 차익 실현 욕구가 높아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증시 조정을 촉발할 수 있는 리스크 요인으로 AI 성장 논리를 뒤흔드는 사건의 발생과 노동시장의 급격한 냉각을 꼽았다. 여기에 갑작스러운 인플레이션의 반등을 증시 위협 요인으로 지목하는 목소리도 있다.
노튼은 "(AI 성장 논리나 노동시장에서) 뚜렷한 충격이 발생한다면 시장이 약세로 돌아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기업과 가계의 부채 수준이 감당 가능한데다 소비 지출이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고 AI가 구조적 성장세라는 점을 감안할 때 근본적인 붕괴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25일엔 오전 8시30분(한국시간 오후 9시30분)에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와 2분기 GDP 성장률 확정치. 8월 내구재 주문 등이 발표된다. 장 마감 후에는 회원체 할인점인 코스트코가 실적을 발표한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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