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암표 처벌법’ 1년, 온라인 신고 4만여건에 검거는 고작 4건[국감25시]
매년 가을 열리는 국회 국정감사는 정기국회의 꽃으로 불립니다. 국회가 정부 정책이나 예산 집행 등을 감사하는 국정감사는 입법 행정 사법이 서로 견제토록 한 헌법의 삼권분립 원칙을 구현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국회의원과 보좌진들이 국정감사를 ‘1년 농사’라 일컬으며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임하는 이유입니다. 여의도 현장을 구석구석 누비고 있는 동아일보 정치부 정당팀 기자들이 국감의 속살을 가감없이 전달해드리겠습니다.

사상 최초로 한 시즌 누적 관중 12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둔 프로야구의 인기가 어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다음달 초 포스트시즌이 시작되면 열기는 한층 배가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암표상들이 활개를 치며 정상적인 경로로 입장권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가 돼버렸습니다. 수많은 스포츠 팬들이 겪는 불편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암표 처벌법’이 만들어졌지만, 실제 이 법에 따른 암표상 적발 실적은 극히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해 9월 시행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 제6조 2항에 따라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운동경기 입장권, 관람권 등을 부정 판매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받게 됩니다. 그런데 2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진종오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난해 9월 27일 이후 현재까지 이 법을 적용해 암표상을 검거한 사례는 3월 1건(3명), 7월 3건(3명) 등 단 4건(6명)에 불과했습니다.


암표 거래가 없어서였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진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법 시행 이후인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11개월 동안 ‘암표 통합 신고 누리집(www.culture.go.kr/singo)’으로 접수된 스포츠 암표 신고 건수는 4만6657건에 이릅니다. 특히 2024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이 벌어진 지난해 10월엔 한 달 동안 무려 1만4544건의 신고가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검거 실적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 경찰은 ‘현실적 어려움’을 들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암표상이 매크로를 활용해 표를 구매한 뒤 판매한 사실까지 입증해야 하는데, 개인 간 거래여서 상황을 깊이 파악하기가 어렵다”고 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신고가 접수돼 수사에 착수해도 판매자가 매크로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는 경우도 많다”고도 했습니다. 이에 진 의원은 “국민 불편을 해소하고 공정한 관람 문화를 만들기 위한 ‘암표 처벌법’이 지난해 통과됐지만 현장 단속이 전혀 뒷받침되지 않아 법이 사실상 사문화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온라인 암표 신고 사례 중 98%(4만6657건 중 4만5872건)가 프로야구 티켓 관련이었던 만큼 한국야구위원회(KBO)도 제 역할을 다했는지 의문이란 지적입니다. KBO 관계자는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국민체육진흥법이) 개정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포스트시즌 대비 암표 근절 대책을 묻는 진 의원 질의에도 “최근 급증하고 있는 온라인상 불법 거래에 대한 법적 규제는 상대적으로 미비한 상황”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야구팬들 사이에선 현실과 동떨어진 답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진 의원은 “특히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정부와 관계기관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심각한 직무유기”라며 “문체부와 경찰청, KBO가 책임 있는 협조 체계를 구축해 실효성 있는 단속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습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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