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천 & 인천人] 4. 안정현 프랑스 NEOMA 국제금융대학원 원장

라다솜 기자 2025. 9. 25.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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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협동조합은행 연구, 인천 지역 금융 해법 되길”

인천 출신…파리서 경제학 박사 학위 취득
프랑스 7대 경영대학 NEOMA서 재직

산학협력·금융위기 관련 연구에 주목
“공공성·효율성 담보하는 새 거버넌스
협동조합은행 사례 통해 가능성 찾아”

인천 특성 고려한 금융기관 필요성 제시
“소상공인 가치 제대로 평가할 수 있어야”
▲ 지난 7월 18일(현지시간) 프랑스 NEOMA 국제금융대학원 루앙 캠퍼스에서 안정현 NEOMA 국제금융대학원 원장이 인천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인천일보DB

프랑스 북동부 도시 루앙(Rouen). 노르망디의 수도이자 인상파 대표 화가 '모네'가 활동했던 곳으로 알려진 이 도시에, 프랑스 7대 경영대학 중 하나인 'NEOMA Business School'이 자리하고 있다. 이 곳에서 국제금융대학원을 이끌고 있는 이는 다름 아닌 인천 출신 안정현 원장이다.

▲한국과 프랑스에서 길러낸 글로벌 금융 전문가

▲ 어머니와 동생과 찍은 인천 용현초등학교 입학식 사진 /사진제공 = 안정현 원장

고려대학교 경제학과에서 학부와 석사 과정을 마친 그는 일찍부터 '경제와 사회'의 접점을 고민해왔다. 대학 시절부터 단순히 경제지표나 이론에 몰두하기보다는, 그것이 사람들의 삶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살폈다.

이후 김균 교수(전 참여연대 공동대표)가 이끄는 정치경제학 연구모임에서 '경제와 제도'에 대한 문제의식을 키웠고, 그것이 유학의 단초가 됐다.

그가 향한 다음 무대는 프랑스 파리. 영어만으로도 어려운 학문을, 불어와 함께 공부해야 했고, 문화적 장벽도 높았다.

"초기에 가장 큰 장벽은 언어였어요. 그리고 프랑스 연구자들이 갖고 있는 방대한 인문학적 소양이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많이 달랐구요."

▲ 지난 7월 18일(현지시간) 프랑스 NEOMA 국제금융대학원 루앙 캠퍼스에서 안정현 NEOMA 국제금융대학원 원장이 인천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인천일보DB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금융 전공으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파리10대학(현 파리 낭떼르 대학교)에서 그는 '조절이론' 창시자인 미셸 아글리에타 교수가 이끄는 경제학 연구소에서 수학했다.

동료 연구자들과의 점심 식사 자리, 주 1회 이상 열리는 세미나와 런치 토론은 그에게 프랑스 사회를 이해하고 적응하는 가장 실용적인 교과서가 됐다.

프랑스 파리에서 정착한 그는 유럽 학계와 국제학회에서 연구 성과를 꾸준히 발표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그는 유럽 경영대학 랭킹 20위권, 국제금융석사 과정은 세계 24위에 올라 있는 NEOMA 비즈니스 스쿨(캠퍼스 루앙, 랭스, 파리)에 2009년부터 재직 중이다.

2023년부터는 랭스캠퍼스와 루앙캠퍼스에 운영 중인 NEOMA 국제금융대학원 원장으로 부임해 교육과 조직 운영을 동시에 책임지고 있다.

▲"금융의 공공재적 역할"…프랑스에서 찾는 새로운 거버넌스

그는 프랑스 고등교육 시스템을 "일반 대학과 엘리트 교육기관인 그랑제꼴의 이원 구조"라고 설명했다. 교수로서 그가 주목한 또 다른 현장은 '산학협력'이다.

"그랑제꼴은 엘리트 교육기관으로, 입학 자체가 높은 경쟁을 뚫고 들어와야 하고, 실무 중심 교육과 기업 연계가 탄탄합니다. 프랑스 기업은 대학과의 협력에 매우 적극적이에요. 실무자들이 수업에 와서 학생들에게 사례를 소개하고, 인턴십 연계를 위해 학교와 유기적으로 소통합니다. 반면 한국 기업들은 이런 접근에 아직 다소 소극적입니다. 글로벌 교육 환경에서 한국 기업이 대학과의 교류 및 협력에 더 적극적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 지난 7월 18일(현지시간) 프랑스 NEOMA 국제금융대학원 루앙 캠퍼스 연구실에서 안정현 NEOMA 국제금융대학원 원장이 연구에 몰두해 있다. /인천일보DB

그가 오래 붙잡아 온 화두는 '금융의 공공재적 역할'이다. 금융위기와 관련된 주제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융위기는 개별 은행의 이윤 추구를 위한 과도한 위험 추구에서 비롯됩니다. 그러나 그 여파는 경제 전반에 걸쳐 모든 국민이 감당해야 하죠. 이 점에서 금융위기는 은행업의 공공재적 성격을 가장 잘 드러냅니다. 그래서 은행 산업은 민간기업, 즉 주주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상업은행이 주도하지만, 동시에 가장 강도 높은 규제와 감독을 받는 산업이기도 합니다."

그의 문제의식은 최근 '공공성과 효율성을 조화롭게 담보할 수 있는 은행의 거버넌스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이 물음이 그를 프랑스의 협동조합은행 연구로 이끌었다.

"협동조합은행은 주주가 아니라 조합원에 의해 소유됩니다. 조합원은 동시에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당사자이기도 하죠. 단기적인 이윤 창출과 주주 배당보다 소비자를 위한 장기 목표에 집중할 수 있는 토양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혁신에 미온적이고, 상업은행에 비해 경영 효율성이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 지난 7월 18일(현지시간) 프랑스 NEOMA 국제금융대학원 루앙 캠퍼스 연구실에서 안정현 NEOMA 국제금융대학원 원장이 연구에 몰두해 있다. /인천일보DB

그는 프랑스의 사례가 이 딜레마를 풀어줄 열쇠를 갖고 있다고 봤다.

"다른 나라에서는 지역 거점 소규모 은행이 느슨한 전국 연합체를 이루는 경우가 많지만, 프랑스의 협동조합은행들은 훨씬 강고한 그룹 구조를 갖추고 있어요. 일부 은행은 투자은행 업무를 전담하는 자회사를 두어, 지역에서는 협동조합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전국적으로는 시너지와 효율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농협에 해당하는 '크레디 아그리콜(Crédit Agricole) 그룹'은 유럽 유수의 글로벌 상업은행들과 어깨를 나란히 합니다."

그는 이 사례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한다.

"한국도 최근 농협은행이 증권업에 진출하며 유사한 길을 걷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은행의 DNA를 지키면서도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이려면, 프랑스 모델에서 배울 점이 많습니다."

지금 그는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 각지의 협동조합은행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한국 지역 금융 현실과 비교하며 새로운 설계도를 그리고 있다.

▲인천 금융…지역 특성을 고려한 금융기관 필요

그는 인천을 "'다이내믹 코리아'의 상징 도시"라고 표현했다. 이질적인 것들이 부딪히고, 새로운 것이 생겨나는 복합적이고 실험적인 구조를 가진 공간이라는 의미다.

"제가 자랄 때 인천은 서울의 위성도시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동북아 물류허브이자 바이오 산업의 중심으로 부상했죠."

▲ 지금은 없어진 인천 송도유원지에서 어머니, 동생과 찍은 사진. /사진제공 = 안정현 원장

그의 기억 속 인천은 송도신도시건설과 함께 없어져 버린 송도해수욕장, 지금은 전철이 된 수인선 협궤열차, 강화도로 향하는 국도, 연안부두 어시장 같은 장면들이다. 안 원장은 그는 금융 전공자로서, 마지막으로 고향 인천의 지역 금융에 대한 생각을 덧붙였다.

"신도시나 항만 건설 같은 대형 프로젝트들은 지역의 주요 사업이면서 동시에 국가 사업입니다. 대규모 공공 인프라 예산과 공공기관의 대출 보증 등 다양한 혜택이 따라붙죠. 하지만 연안부두나 강화처럼 고령화와 산업 쇠퇴가 동시에 진행되는 곳은 상황이 다릅니다. 구도심 재생을 위한 금융 지원은 천지차이입니다. 지역 특성을 고려해 실효성과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금융기관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한 재건축이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거주 중인 소상공인에게 필요한 금융을 제공할 수 있는 곳 말입니다. 담보 부동산 가치만을 보고 대출 심사를 하는 방식이 아니라, 소상공인 프로젝트의 가치를 지역 특성과 연결해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금융기관이 필요합니다."

그는 최근 시작한 협동조합은행 연구가, 이러한 지역 금융의 해법을 찾는 데 작은 실마리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라다솜 기자 radasom@incheonilbo.com

"안 원장, 학생 중심 리더십 갖춘 따뜻한 교육자"

▲ 지난 7월 18일(현지시간) 프랑스 NEOMA 국제금융대학원 루앙 캠퍼스 강의실에서사미 아타위 NEOMA 비지니스 스쿨 글로벌 최고경영자가 인천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인천일보DB

"학생의 성장을 함께 고민하는 동료, 장-얀 (Jean-Yann)이라는 이름이 주는 신뢰"

NEOMA에서 글로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아타위 교수는 인터뷰 내내 '장얀'이라는 한 사람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장얀'은 곧 안정현 원장. 아타위 교수에게는 그는 오래된 동료이자 연구 파트너다.

"장얀은 NEOMA의 핵심 인물입니다. 그는 현재 약 300명의 학생이 소속된 대형 재무 석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파이낸셜 타임즈'에 랭킹될 만큼 국제적으로도 매우 인정받는 코스입니다."

그는 안 원장이 보여주는 리더십의 핵심은 '학생 중심의 태도'라고 했다.

"그는 탁월한 기술적 역량을 갖췄을 뿐 아니라, 학생 만족도를 매우 중요하게 여겨요. 수업 준비부터 커리큘럼 구성, 학생들의 진로 지도까지 모든 부분에 세심하게 신경 씁니다. 학생들과 항상 소통하고, 그들의 질문에 귀 기울이며, 필요한 도움을 아끼지 않죠."

같은 교수로서 그가 느낀 안 원장의 강점은 분명하다.

"그의 강의는 명확하고, 연구는 깊이 있고, 사람은 따뜻합니다. 교수로서 그런 동료와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이죠."

아타위 교수는 안 원장이 학생들의 실질적인 취업 지원에도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기업과의 파트너십도 매우 활발히 운영해요. 학생들이 졸업 후 좋은 커리어를 가질 수 있도록, 인턴십과 채용 기회를 연결해주는 일에도 적극적입니다."

두 교수는 지금도 함께 '지속가능한 금융(Sustainable Finance)'에 대한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우리는 지속가능성과 금융의 교차점에 대해 깊이 연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학교행사 일환으로 한국을 방문해 그런 주제를 가지고 영감을 많이 얻었죠."

마지막으로 그에게 안 원장을 한 단어로 표현해달라고 요청했을 때, 그는 조용히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엄격함 속의 따뜻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는 매우 체계적이고 진지하게 일을 하지만, 그 안에는 언제나 사람을 향한 따뜻한 배려가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 학교뿐 아니라, 저 개인적으로도 매우 소중한 존재입니다. NEOMA가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동료이자, 제가 신뢰하는 교육자입니다."

/라다솜 기자 radasom@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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