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금융당국 개편 스톱… 칼끝, 금융공기업 통폐합으로?

주형연 2025. 9. 25.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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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기은, 신보·기보·예보 등 7개 기관 '수술대'
전문가들 "물리적 통합 넘어 '기능 재설계' 핵심"
금융위원회가 자리하고 있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공무원들이 청사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의 공약인 금융당국 조직 개편안이 25일 돌연 백지화됐다. 이에 따라 혼돈 속에 제자리걸음을 하던 금융 개혁과제들이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관가와 금융권은 특히 금융공기업 통폐합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통령이 "공공기관이 너무 많다"고 지적한 만큼, 주요 금융공기업의 기능 재조정과 합병 등이 본격 추진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대통령실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회의를 열고 금융당국 조직 개편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 공공기관 지정도 일단 철회했다. 기획재정부도 이날 정부조직법 수정안과 관련해 "신설될 재정경제부가 부총리 부처로서 경제사령탑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이 제시한 숙제인 금융공기업 구조조정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기재부와 금융위원회는 최근 금융공공기관 구조조정 로드맵을 확정하고, 유사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을 단계적으로 통합하거나 기능을 재배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기관 간 중복 사업을 해소하고 비용을 절감해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금융소비자 지원 기능은 오히려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금융 부문에서는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간 역할 조정 논의가 본격화됐다. 현재 산은은 기업 구조조정과 신성장 산업 투자 지원을, 수은은 대외거래 금융과 선박·플랜트 금융을, 기은은 중소기업 대출을 각각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기업 대출·보증 등 업무 영역이 겹치면서 비효율 논란이 제기돼 왔다.

예금보험공사·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등 보증·보험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들도 조정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관은 각각 금융회사 예금 보호(예보), 중소기업 신용보증(신보), 기술혁신 기업 보증(기보)을 맡아왔지만, 실제로는 중소·벤처기업 지원 과정에서 역할이 중첩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무역보험공사 등도 주요 점검 대상에 올라있다.

캠코는 부실채권 정리와 공적자산 관리, 주금공은 주택금융·보증, 무역보험공사는 수출입 보험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각 기관의 업무가 정책금융·보증 분야에서 일부 중복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중복 업무부터 정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보증, 대출, 수출금융, 주택금융 등 유사 기능을 한 기관에 집중시키고 기관 간 경쟁과 혼선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업무 경계가 명확해져야 기업 지원 속도와 효과가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물리적 통합을 넘어 '기능 재설계'가 핵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숫자 줄이기에 그친다면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데이터 통합도 시급하다. 현재 기업은 신보와 기보에 각각 보증을 신청하며 동일한 절차를 두 번 밟는다. 기관별 데이터베이스를 연계·통합하면 기업의 행정 부담은 크게 줄고, 금융 지원의 신속성과 정확성은 크게 개선된다. 이는 국민이 개혁 효과를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대표적 사례가 될 것이다.

민간 금융과의 연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공 보증과 민간 대출을 결합하는 공동 보증 모델을 확대하면 정책금융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공공의 역할을 줄이되 민간이 자연스럽게 메꿀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의종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원장은 "개혁은 속도보다 순서가 중요하다. 기관 기능 진단, 중복 업무 매핑, 데이터 통합 인프라 구축, 단계적 조직 통합 순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인력 재배치와 조직 축소는 노조·정치권과의 협의 구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일본정책금융공고, 독일의 KfW처럼 특정 기능에 집중해 성과를 낸 해외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금융 공기업 내부에서는 전문성 저하와 조직 불안정이 불가피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기관 통폐합이 추진되면 조직 문화 충돌은 물론, 핵심 인력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며 "단순한 규모 축소보다는 기능별 역할 재정립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형연 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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