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조선이 英제국 일궜다…나무가 쓴 인류문명사

박현주 책칼럼니스트 2025. 9. 25.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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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기 청동기 철기.

인류가 진화하고, 문명이 흥망성쇠를 거듭하며, 지금 모습의 세상이 만들어지기까지 나무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파헤치고 분석했다.

나무가 없었으면 인류는 어쩔 뻔했을까.

이 책의 주장처럼 인류의 역사는 사실상 '나무의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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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시대-목재가 이룩한 인류 문명의 위대한 서사/롤랜드 에노스 지음/김수진 옮김·더숲/3만2000원

- 인류의 진화와 문명 흥망성쇠
- 木·목재 관점으로 새롭게 조명
- 이쑤시개부터 中 자금성까지
- 인류사 곳곳 나무 역할 그려내

석기 청동기 철기. 역사를 배우면서 거대한 시간의 흐름을 크게 구분할 때 이렇게 설명한다. 그것만으로 충분한 걸까. ‘나무의 시대-목재가 이룩한 인류 문명의 위대한 서사’는 가장 친숙하고 유용한 재료라 할 수 있는 ‘목재’의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하는 인류문명서이다. 인류가 진화하고, 문명이 흥망성쇠를 거듭하며, 지금 모습의 세상이 만들어지기까지 나무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파헤치고 분석했다.

11세기에 만들어진 바이외 태피스트리(자수 작품)의 일부. 잉글랜드 노르만 왕조의 침략전쟁을 위해 함대를 만드는 모습으로, 벌목꾼들이 나무를 베고 목수가 나무 판자 모양을 자르는 장면 등 나무를 재료로 배를 만드는 현장이 담겨 있다. 더숲 제공


저자 롤랜드 에노스는 식물학 생체역학 통계학 분야의 저명한 학자로, 영국 헐대학교 생물과학과의 객원 교수다. 전문 학술서 외에도 대중과 과학을 연결하는 글쓰기에 꾸준히 힘써 왔으며, 영국 자연사박물관에서 출간된 ‘나무(Trees)’가 그 대표작이다.

‘나무의 시대’는 그의 오랜 연구와 통찰을 집대성했으며, 획기적인 시도를 보여주는 책이다. 과학의 언어를 넘어, 역사 기술 건축 환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쉽게 풀어냈다. 저자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나무 없이 설명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정면으로 답하고 있다.

프롤로그의 한 대목이다. “돌이켜보면 인류의 역사에서 목재는 분명 중심적인 재료였다. 목재는 인류의 장대한 진화와 문명의 여정을 지탱해 준 핵심 소재였다. 숲을 헤매던 유인원에서 창을 던지던 수렵채집인과 도끼를 휘두르던 농부, 지붕을 올리던 목수와 종이책을 읽던 학자에 이르기까지 목재는 늘 우리와 함께였다.”

저자는 만능 구조재로서 나무에 필적할 만한 소재는 없다고 설명한다. 물보다 가벼우면서, 질량 대비로 보면 강철에 필적할 만큼 단단하고 강하다. 늘이거나 압축해도 잘 견딜 수 있다. 결대로 쪼개지기 때문에 가공이 쉽다. 큰 구조물을 지탱하는 거대한 부재로도 쓸 수 있고, 이쑤시개처럼 섬세한 도구도 만들 수 있다. 요리와 다양한 산업공정을 위해 땔감이 되어 불살라지기도 한다. 나무가 없었으면 인류는 어쩔 뻔했을까.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

저자는 6000만 년을 넘나드는 여정으로 문명의 역사와 문화·기술·환경에서 나무와 목재가 차지한 놀라운 역할에 관해 방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나무와 목재가 전 세계에서 이루어낸 문명의 장대한 이야기는 인간 문명의 본질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동남아시아와 서아프리카에서는 나무들 사이를 돌아다니고 도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형 유인원의 뇌를 자극했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600년 이상 끄떡없는 세계 최대 규모의 궁궐인 자금성과 서기 600년경 세워진 호류지 5층 목탑이 빈번한 대형 지진을 견디어 왔다. 유럽에서는 목재를 변형해서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만들고 책과 신문을 만들 종이를 공급했다. 영국은 목조선으로 제국을 건설했다. 19세기 아메리카의 신생 국가는 거대한 산림에 의존하여, 주택·철도·가축우리·다리를 지었다.

저자는 산업혁명 이후 목재는 점차 화석연료와 대체 자재에 자리를 내주었지만, 이제 다시 ‘나무’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나무가 어떻게 인간의 진화·기술·사회·건축·환경을 이끌어왔으며, ‘목재로서 나무’의 독특한 성질을 활용할 줄 아는 우리의 능력이 어떻게 우리의 몸과 마음, 사회와 삶을 근본적으로 빚어냈는지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또한 나무를 키우고, 다듬고, 쓰는 전통적인 방식이 지구와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해법임을 강하게 역설하면서 목재를 중심에 두고 세상을 바라보면, 우리가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고 또 어디로 가는지를 이해하는 데 새로운 통찰이 가능해진다고 말한다. 이 책의 주장처럼 인류의 역사는 사실상 ‘나무의 시대’이다. 정말이지 인간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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