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는 축제 준비로 진땀 났지만 남해로 통한 ‘우리’ 찾아 다행이야 [행복한 시골살이]

박수진(남해 아마도책방 책방지기) 2025. 9. 2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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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해 청년의 날 함께 만든 하루

남해 청년들 1년에 한 번 모여 안부·응원 나누는 날
봄부터 차근차근 준비, 전날엔 긴장감에 잠 못 이뤄
서로 믿고 각자 역할 충실히…감사함에 충만했던 날

#청년 축제의 계절, 9월

여름 성수기도 끝났고, 가을이 되면 어느 정도 숨을 돌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올해 9월은 무척 바빴다. 아무래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일은 '남해 감각'이었다. 남해청년센터와 팜프라가 준비한 2025 청년의 날 '남해 감각' 행사가 9월 23일, 남해서울농장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이번 청년의 날은 1년에 한 번, 바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남해 청년이 모두 모여 안부 인사를 나누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남해청년센터와 팜프라가 준비한 2025 청년의 날 '남해 감각' 행사. /양희수

행사를 위해 4팀의 남해 대표 셰프, 18팀의 프리마켓 셀러, 11명의 아티스트, 3명의 청년센터 팀원, 13명 스태프와 패널들, 5명의 팜프라 친구들이 함께했고, 300명에 가까운 남해 청년들이 자리를 채웠다. 야외 행사에 늘 가장 큰 변수가 되는 날씨마저 깨끗하고 맑았던 덕분에 상상했던 것보다 더 풍성하고 아름다운 행사가 되었다…. 여기까지 쓰면 행사 결과에 대해서만 다루는 보통의 기사 지면과 다를 바 없을 테다.

그러나 축제의 화려한 순간은 너무나 짧다. 그 시간을 만들어내려고 무대 뒤에서는 훨씬 더 많은 일이, 상당히 긴 시간 동안 벌어진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그래서 이번 기고에서는 행사를 준비한 입장에서, 무대 뒤에서 어떤 노력이 있었는지에 집중해 보려 한다.
남해청년센터와 팜프라가 준비한 2025 청년의 날 '남해 감각' 행사. /양희수

#무대 뒤의 분투

봄부터 조금씩 준비를 시작해 여름 내내 기획 미팅과 프로그램 준비를 하며 달려왔지만, 행사가 가까워지자 날마다 체크리스트가 늘어만 갔다. 단순히 공연만 하는 축제가 아니라, 남해에 사는 청년들이 자신을 충분히 느끼는 하루가 되기를 바랐기에 준비할 일이 많았다. 셰프 다이닝, 프리마켓, 지역 청년 토크 콘서트, 공연과 마음챙김 프로그램까지, 행사에 참여하는 청년들만 해도 70명이 넘었다.

각각의 팀과 함께 사전 미팅부터 홍보와 사후 정산에 필요한 서류 수집, 행사 안내 사항 공유까지 긴밀하게 이루어졌다. 군청과 청년센터와도 계약 및 인허가 서류 제출, 행사 홍보와 사전 참가자 모집 등 끊임없이 소통했다. 덕분에 행사 담당자인 나의 휴대전화는 밤낮없이 울렸다. 전화를 받으며 일어나고, 예약 메일이나 메시지를 작성해 두고 잠드는 일상이 한동안 반복되었다.

행사를 앞둔 며칠은 더욱 분주했다. 애초에 200명의 청년을 초대한다는 목표로 행사를 준비했는데,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열심히 하다 보니 사전 신청자만 200명을 훌쩍 넘어버렸다. 감각 설문지 13개의 주관식 답변을 해야 다이닝 교환 쿠폰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획했기 때문에 참가 신청이 저조하지 않을까 했던 걱정은 기우였다. 혹시나 준비한 음식이 모자랄까 싶어 셰프들에게 급하게 연락을 돌리고,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음료도 수량을 늘려 더 넉넉하게 구매했다.
남해청년센터와 팜프라가 준비한 2025 청년의 날 '남해 감각' 행사. /양희수

행사 전날은 두모마을 현장에서 부스 세팅과 무대 및 조명 설치로 하루가 훌쩍 지나갔다. 흔쾌히 행사 공간을 빌려주신 이장님, 사무장님도 손을 보태주셨다. 맥주와 무알코올 맥주, 탄산음료와 물까지 골고루 준비한 800여 개의 음료를 보관할 아이스박스가 모자랐는데, 사무장님이 마을회관에서 김장용 대형 고무대야를 갖다주셨다. 현수막을 달지 못해 쩔쩔매고 있으니, 이번엔 이장님이 오셔서 순식간에 해결해 주셨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이장님, 사무장님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마지막까지 잘 해보자고 서로 격려했다.

그날 밤에는 긴장과 설렘이 동시에 몰려와 잠을 이루기 어려웠다. 잠들기 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날씨를 확인했다. 딱 행사가 끝나는 늦은 밤 이후부터 비 예보가 있었다. 제발 행사 중에는 비가 오지 않기를 바라며 애써 눈을 감았다.
남해청년센터와 팜프라가 준비한 2025 청년의 날 '남해 감각' 행사 중 마음챙김 프로그램. /양희수

#D-DAY, 감각으로 채워진 하루

드디어 맞이한 9월 23일. 다행히 하늘은 우리 편이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에 감사하며, 오전부터 바삐 몸을 움직였다. 앞에는 초록색 잔디가, 뒤에는 금산이 보이는 소박한 무대는 그 자체로 자연에 녹아들었다. 특별한 무대 장치가 없어도, 마을 그 자체가 배경이 되었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예상보다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사전 신청을 하지 못하고 현장에서 참가를 원하는 분들에게도 샌드위치와 음료도 별도로 준비해서 나눠드렸다. "남해에서 살며 느끼는 열두 가지 감각을 조금 더 깊이 느끼며 한숨 쉬어가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건넨 환영 인사가 햇살을 타고 흩뿌려졌다.

첫 순서로 마음챙김 프로그램이 차례대로 진행되었다. 싱잉볼의 잔잔한 울림은 행사 전체의 분위기를 일순간 정돈해 주었다. 참가자들은 매트 위에 누워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각자 명상을 이어갔다. 중간 중간 바람 소리와 사람들의 말소리,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자연스럽게 섞여 들어왔다. 평소라면 집중을 흐트러트리는 소음으로 느껴졌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런 소리마저 프로그램 일부처럼 느껴졌다.

이어진 요가에서는 땅을 밟는 감각에 집중하며 잠시 내 몸에 몰입하는 시간을 가졌다. 요가가 끝나고 사람들의 말간 얼굴에는 개운한 웃음이 걸려있었다. 핸드팬 연주가 흐를 때는 잔디밭 위 모두가 같은 리듬을 공유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와중에도 몽환적인 선율에 나도 모르게 귀가 쫑긋해졌다.
2025 청년의 날 '남해 감각' 행사 중 공연. /양희수

해가 기울고 조명이 켜지자, 본격적인 무대가 시작되었다. 남해에 이주 3년 이하 청년들의 이야기,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청년 사업가들의 토크가 이어졌다. 발언하는 청년들의 얼굴은 긴장으로 굳어 있다가도, 자신이 나아가는 삶의 방향을 말할 때는 단단하게 빛났다.

하이라이트인 공연은 싱어송라이터 이성우, 권월 콰르텟, 차빛나 트리오가 빛내주었다. 지금 남해에서 사는 청년, 한때 남해에서 살았던 청년, 남해를 제2의 고향처럼 아끼는 청년들의 음악이 쉴 새 없이 오감을 깨워주었다. 때마침 1년에 딱 이맘때쯤에만 나타나는 반딧불이도 우리의 축제를 축하해주는 듯했다. 남해여서 가능한 풍경이었다.

존재감, 안정감, 소속감, 자율성, 의미감, 가능성, 역량감, 존중감, 주체성, 연결감, 기여감, 회복력, 자기확장감. 행사 끝 무렵, 마무리 멘트와 함께 기획팀이 정의한 열두 가지 감각을 다시 한번 호명했다. 이중 지금 내게 가장 가까이 있는 감각은 무엇인지 하나씩 마음에 품어가길 바라며 무대를 내려왔다.
남해청년센터와 팜프라가 준비한 2025 청년의 날 '남해 감각' 행사. /양희수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는 사이

행사를 하는 동안에는 꼭 2D 액션 게임 속 캐릭터가 되는 느낌이다. 눈앞에 일이 보이면 무슨 일이든 일단 쳐내야 한다. 아침에 스태프들끼리 미리 역할을 나눠두었지만, 사람들이 몰리고 상황이 복잡해지면 일의 경계가 사라진다. 누군가가 부르면 내 일이 아니라도 달려가고, 자리를 비운 동료 대신 응대를 한다. 반대로 내가 다른 일을 해야 할 땐 누군가에게 잠시 부탁하기도 한다. 그 순간마다 우리는 서로 완전하게 믿고, 그때그때 필요한 각자의 역할에 유기적으로 임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행사 중에는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아쉬움을, 사진으로 달래며 친구들의 표정을 한 번 더 살펴본다. 도시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해서, 퇴사 후에 무작정 되는대로 살다 보니, 빠른 퇴직 후 부모님 고향으로 내려와 편하게 지내려고…. 시골 청년들의 삶은 자주 '편한 선택지'로 낭만화되고 그렇기에 때때로 납작해진다.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일지라도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사는 게 남해 청년들이다. 이번 청년의 날을 준비한 우리 역시 그랬고 말이다.
남해청년센터와 팜프라가 준비한 2025 청년의 날 '남해 감각' 행사의 마지막 단체 사진. /양희수
내년 청년의 날까지 오늘의 추억이 각자의 자리를 잘 지탱해 주는 씨앗이 되어주기를, 그래서 내년에 다시 만났을 때도 "잘 지냈어?"하고 반갑게 안부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아직 식히지 못한 뜨끈뜨끈한 마음을 당분간은 안고 지내야겠다. 남은 가을, 이 추억만으로도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덮을 수 있도록.

/ 박수진(남해 아마도책방 책방지기)

☞ 필자는 아름다운 섬 남해를 닮고 싶은 작은 서점, 아마도책방을 운영한다. 반려묘 바람, 노을, 별, 달과 함께 남해에서 어느덧 아홉 번째 해를 맞고 있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