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는 축제 준비로 진땀 났지만 남해로 통한 ‘우리’ 찾아 다행이야 [행복한 시골살이]
남해 청년들 1년에 한 번 모여 안부·응원 나누는 날
봄부터 차근차근 준비, 전날엔 긴장감에 잠 못 이뤄
서로 믿고 각자 역할 충실히…감사함에 충만했던 날
#청년 축제의 계절, 9월

행사를 위해 4팀의 남해 대표 셰프, 18팀의 프리마켓 셀러, 11명의 아티스트, 3명의 청년센터 팀원, 13명 스태프와 패널들, 5명의 팜프라 친구들이 함께했고, 300명에 가까운 남해 청년들이 자리를 채웠다. 야외 행사에 늘 가장 큰 변수가 되는 날씨마저 깨끗하고 맑았던 덕분에 상상했던 것보다 더 풍성하고 아름다운 행사가 되었다…. 여기까지 쓰면 행사 결과에 대해서만 다루는 보통의 기사 지면과 다를 바 없을 테다.

#무대 뒤의 분투
봄부터 조금씩 준비를 시작해 여름 내내 기획 미팅과 프로그램 준비를 하며 달려왔지만, 행사가 가까워지자 날마다 체크리스트가 늘어만 갔다. 단순히 공연만 하는 축제가 아니라, 남해에 사는 청년들이 자신을 충분히 느끼는 하루가 되기를 바랐기에 준비할 일이 많았다. 셰프 다이닝, 프리마켓, 지역 청년 토크 콘서트, 공연과 마음챙김 프로그램까지, 행사에 참여하는 청년들만 해도 70명이 넘었다.
각각의 팀과 함께 사전 미팅부터 홍보와 사후 정산에 필요한 서류 수집, 행사 안내 사항 공유까지 긴밀하게 이루어졌다. 군청과 청년센터와도 계약 및 인허가 서류 제출, 행사 홍보와 사전 참가자 모집 등 끊임없이 소통했다. 덕분에 행사 담당자인 나의 휴대전화는 밤낮없이 울렸다. 전화를 받으며 일어나고, 예약 메일이나 메시지를 작성해 두고 잠드는 일상이 한동안 반복되었다.

행사 전날은 두모마을 현장에서 부스 세팅과 무대 및 조명 설치로 하루가 훌쩍 지나갔다. 흔쾌히 행사 공간을 빌려주신 이장님, 사무장님도 손을 보태주셨다. 맥주와 무알코올 맥주, 탄산음료와 물까지 골고루 준비한 800여 개의 음료를 보관할 아이스박스가 모자랐는데, 사무장님이 마을회관에서 김장용 대형 고무대야를 갖다주셨다. 현수막을 달지 못해 쩔쩔매고 있으니, 이번엔 이장님이 오셔서 순식간에 해결해 주셨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이장님, 사무장님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마지막까지 잘 해보자고 서로 격려했다.

#D-DAY, 감각으로 채워진 하루
드디어 맞이한 9월 23일. 다행히 하늘은 우리 편이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에 감사하며, 오전부터 바삐 몸을 움직였다. 앞에는 초록색 잔디가, 뒤에는 금산이 보이는 소박한 무대는 그 자체로 자연에 녹아들었다. 특별한 무대 장치가 없어도, 마을 그 자체가 배경이 되었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예상보다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사전 신청을 하지 못하고 현장에서 참가를 원하는 분들에게도 샌드위치와 음료도 별도로 준비해서 나눠드렸다. "남해에서 살며 느끼는 열두 가지 감각을 조금 더 깊이 느끼며 한숨 쉬어가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건넨 환영 인사가 햇살을 타고 흩뿌려졌다.
첫 순서로 마음챙김 프로그램이 차례대로 진행되었다. 싱잉볼의 잔잔한 울림은 행사 전체의 분위기를 일순간 정돈해 주었다. 참가자들은 매트 위에 누워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각자 명상을 이어갔다. 중간 중간 바람 소리와 사람들의 말소리,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자연스럽게 섞여 들어왔다. 평소라면 집중을 흐트러트리는 소음으로 느껴졌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런 소리마저 프로그램 일부처럼 느껴졌다.

해가 기울고 조명이 켜지자, 본격적인 무대가 시작되었다. 남해에 이주 3년 이하 청년들의 이야기,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청년 사업가들의 토크가 이어졌다. 발언하는 청년들의 얼굴은 긴장으로 굳어 있다가도, 자신이 나아가는 삶의 방향을 말할 때는 단단하게 빛났다.
하이라이트인 공연은 싱어송라이터 이성우, 권월 콰르텟, 차빛나 트리오가 빛내주었다. 지금 남해에서 사는 청년, 한때 남해에서 살았던 청년, 남해를 제2의 고향처럼 아끼는 청년들의 음악이 쉴 새 없이 오감을 깨워주었다. 때마침 1년에 딱 이맘때쯤에만 나타나는 반딧불이도 우리의 축제를 축하해주는 듯했다. 남해여서 가능한 풍경이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는 사이
행사를 하는 동안에는 꼭 2D 액션 게임 속 캐릭터가 되는 느낌이다. 눈앞에 일이 보이면 무슨 일이든 일단 쳐내야 한다. 아침에 스태프들끼리 미리 역할을 나눠두었지만, 사람들이 몰리고 상황이 복잡해지면 일의 경계가 사라진다. 누군가가 부르면 내 일이 아니라도 달려가고, 자리를 비운 동료 대신 응대를 한다. 반대로 내가 다른 일을 해야 할 땐 누군가에게 잠시 부탁하기도 한다. 그 순간마다 우리는 서로 완전하게 믿고, 그때그때 필요한 각자의 역할에 유기적으로 임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 박수진(남해 아마도책방 책방지기)
☞ 필자는 아름다운 섬 남해를 닮고 싶은 작은 서점, 아마도책방을 운영한다. 반려묘 바람, 노을, 별, 달과 함께 남해에서 어느덧 아홉 번째 해를 맞고 있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섬 곳곳 달려보니 알겠어…공동체가 금쪽같다는 걸 [행복한 시골살이] - 경남도민일보
- 남해 작은 책방에서 좌충우돌 독립출판을 하다 [행복한 시골살이] - 경남도민일보
- 혼자라고 생각한 남해살이 기꺼이 등을 내준 공동체 [행복한 시골살이] - 경남도민일보
- 짠물 마시다 어느덧 서핑 4년 차 빠져도 좋아 다시 힘껏 밀어줄게 [행복한 시골살이] - 경남도민
- 조카 돌보랴, 부모님 챙기랴 그래도 함께여서 행복했어 - 경남도민일보
- 낯선 이를 기꺼이 믿고 나만이 아닌 우리의 공간으로 - 경남도민일보
- 느릿하게 가도 괜찮아 조금 더 오래, 멀리 갈 수 있으니까 - 경남도민일보
- 흔들흔들 남해 삶 붙들어 줄 둥지로 사부작사부작 옮기는 중입니다 - 경남도민일보
- 30년 산 서울이 이젠 불편…시골살이 행복한 거 맞겠지? - 경남도민일보
- 생명 위태롭던 마당 고양이 밤낮 돌보며 빌었다 '힘내' - 경남도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