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 과부 된 효장세자빈이 시주한 불화, 일본에서 27년 만에 환수
1998년 도난당한 후 행방 오리무중
올 초 일본의 한 소장자 기증 의사 밝혀

대구 용연사에서 27년 전 도난당한 조선시대 불화 2점이 지난달 일본에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대한불교조계종은 25일 경기 양평군 불교문화유산보존센터에서 일본으로 유출됐던 불화 '영산회상도'와 '삼장보살도' 2점을 환수해 언론에 공개했다. 대구 달성군 용연사 극락전에 봉안돼 있던 불화들은 1998년 9월 30일 도난당한 후 행방을 알 수 없었다. 올 초 부친으로부터 불화를 상속한 한 일본 소장가가 조계종에 불화 기증 의사를 밝히면서 환수가 성사됐다. 조계종 측은 "기증자가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불화가 도난품이라는 사실을 안 뒤 한국으로 돌려보내길 희망했다"며 "종단이 지난 7월 일본을 방문해 불화를 확인하고 소장자와 기증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두 불화는 용연사가 18세기 조선 영조 때 개보수된 것을 계기로 그려졌다. 1731년에 그려진 '영산회상도'는 석가모니가 제자들에게 설법한 모임을 묘사하는 후불도1로, 폭 335㎝, 높이 445㎝에 이르는 대작이다. 2020년 미국에서 강원 속초시 신흥사로 돌아온 '영산회상도'(폭 406㎝·높이 335㎝)보다 더 크다.
'영산회상도'는 당대의 유명 화승인 설잠 스님을 중심으로 6명이 함께 그렸다. 시주자(후원자)는 영조의 장남으로 10세 때 요절한 효장세자의 부인 빈궁 조씨다. 그가 사찰 불사에 후원한 유일한 사례다. 14세 때 과부가 된 빈궁 조씨가 남편의 삼년상을 마친 후 그의 극락왕생을 축원하는 뜻으로 용연사에 시주해 대형 불화를 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함께 발견된 '삼장보살도'는 1744년 수탄 스님 등 5명이 그렸고 폭 330㎝, 높이 325㎝다. 천장보살·지장보살·지지보살 세 보살의 화상을 그린 불화로 보통 수륙재2에 쓰이는 그림이다.

조계종 측은 "'영산회상도'는 후불도 중에서도 규모가 크며 당대 고승과 왕실 인사가 제작에 참여해 예술적 수준이 높은 불화이고, '삼장보살도'도 수준 높은 화격을 갖춰 국가지정 문화유산급의 가치를 지녔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17∼18세기에 그려진 '영산회상도'는 이번에 환수된 것을 포함해 11점이 있는데, 나머지 10점은 모두 국가지정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두 불화는 도난 과정에서 족자 형태로 추정되는 원본의 상하부가 잘려나갔고, 접어서 보관하면서 주름·갈라짐이 발생하는 등 보존 상태가 좋지 않다. 이 때문에 바로 용연사로 돌려보내지는 못하고 불교문화유산보존센터에서 보존처리 작업을 할 계획이다. 불교문화유산연구소장 혜공 스님은 "훼손 상태가 심각해 보존처리에 최소 1∼2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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