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선의 남도인문학〉여수에서 열린 국제섬포럼, 섬을 세계 담론으로
이윤선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전남도 문화재전문위원

2025 국제섬포럼 첫째 날, 섬 문화 다양성과 지속 가능한 관광의 미래
지난 9월 4~5일, 소노캄 여수에서 '2025 국제섬포럼 in Yeosu'가 개최되었다. 10여 개국 석학들이 모여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를 준비하는 성격의 포럼이었다. 나도 국내 섬 관련 발표를 맡아 참여했다. 이번 포럼의 성과도 중요하지만 세계 최초로 열리는 2026년 여수 세계섬박람회를 준비하는 의미가 크다. 그런 점에서 이번 발표 요지들을 소개하면서 1년여 남은 행사에 대비하고자 한다. 기조 강연은 글로리아 펑게티(Gloria Pungetti, 이탈리아 사사리대학 교수)가 맡았고 제목은 '섬의 생물 문화적 다양성과 지역 주민의 참여'였다. 사르데냐 섬 사례를 중심으로 섬의 생태와 문화에 대해 얘기했다. 섬 경관과 전통지식을 통합하는 보존관리 패러다임 등, 섬이 물리적 경계가 아닌 생태 문화적 자산의 집약공간이기 때문에 지역 주민의 참여적 연구와 공동체 주도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관점을 피력하였다. 기조 강연에 이어서 내가 '섬마을 전통의례와 문화다양성: 음양론적 전회의 시선으로'라는 제목으로 발표하였다. 나는 한국 남도 지역 섬마을의 당산제, 갯벌문화에 깃든 전통문화를 음양론적 전회(인류학의 존재론적 전회를 모델 삼아) 시각으로 해석하고자 했다. 섬 지역의 전통의례와 문화는 생태 보존의 장치이자 공명(울림)의 철학적 실천이라는 게 내 발표의 요지였다. 한국적 세계관을 기반으로 섬 문화를 국제담론으로 연결하고자 한 점이 의의랄 수 있고, 섬 문화 다양성을 넘어 문화변동의 철학적 뿌리를 제공하고자 하였다. 세 번째로, 유지 안케이(Yuji Ankei, 일본 야마구치현립대학교 교수)가 '개인의 기억이 문화유산이 되다'라는 제목으로 발표하였다. 1477년 제주 표류민의 이야기가 일본 요나구니 섬의 문화유산으로 전승된 내력을 소상하게 발표했다. 나는 이미 진도학회를 통하여 이와 관련한 전경수 교수의 필드 연구 정보를 전해 들은 바 있어서 더욱 반가웠다. 개인이나 가족의 기억이 섬 지역사의 핵심이 되고 기록되지 않은 역사가 어떻게 공동체의 정체성을 형성하는가에 대한 민속학적 실증이라는 점에서 내 흥미를 끌었다.
둘째 날 네 번째로, 아네트 브랙울드프(Annette Breckwoldt, 독일 ZMT수석 과학자)가, '섬 공동체의 과도기에 대한 분석'이란 제목으로 발표하였다. 태평양 리프통로 사례를 중심으로 해양 문화경관과 지역 거버넌스를 사례 삼아 얘기했다. 과학과 전통지식, 정책 간 융합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섬 공동체가 주도하는 해양자원 관리를 강조한 듯싶은데, 기후위기 시대 글로벌 환경위기의 핵심 플랫폼으로 섬이 중요하다는 맥락의 발표였다. 다섯 번째로, 멍츄(Meng Qu, 일본 홋카이도대학교 교수)가 '섬 문화관광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발표하였다. 일본 세토우치 예술제 등을 사례 삼아 신내생적 관광 모델을 얘기했다. 전통 70% 혁신 30%를 강조했던 것 같다. 섬에 대한 각 문화권과 문명권의 인식이 다르다는 점도 확인하였다. 관광과 예술을 통한 섬 재생은 지역 주도, 전통 기반 혁신으로 가능하다는 주장을 하였다. 아시아 섬 관광 전략과 국제적 정책모델을 제시하였는데, 장차 세계의 여러 나라의 모델을 분석하고 합의하여 연대의 길로 나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멍츄 교수는 중국인인데, 세계 각 나라별 섬에 대한 규정이나 인식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여 인상적이었다. 여섯 번째로 마르디아니(Mardiany, 인도네시아 동칼리만탄주 지역 연구혁신청) 연구원이 '동칼리만탄 생태관광'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하였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보르네오라고 하는 인도네시아의 칼리만탄의 이야기, 마하캄 강의 생태계와 토착문화에 집중하였다. 나 또한 오래전 말레이시아쪽 보르네오 해안을 일주 겸 답사하고 왔던 경험이 있어 반가웠고 마하캄 강의 생태가 우리의 강이나 갯벌과 연결하여 논의할 점이 많다는 점에서 흥미를 느꼈다. 발표 핵심은 관광 개발이 아닌 보존과 지역사회 기반 생태관광의 필요성이었다. 일곱 번째로 에반젤리아 파푸차키(Evangelia Papoutsaki, 중앙아시아대학 교수)가 '아미미오시마 세계자연유산 지정 후 변화'에 대해 발표하였다. 아마미오시마가 세계유산에 등재된 후 지역사회와 생태계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였다. 나도 10여 년 전에 1년간 집중적으로 답사하고 직간접 관련 논문을 서너 편 썼던 지역이라 더없이 반가웠다. 참고로 당시 내 논문의 주제는 마을 축제와 줄다리기, 시마우타(島唄)의 내력과 활성화 등에 관한 것이었다. 관광 등으로 자부심이 생기는 긍정적인 측면과 젠트리피케이션 등의 부정적인 측면을 함께 거론하였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더라도 여전히 지역사회가 주체가 되고 균형을 이루어야 함을 강조했다. 여덟 번째로 조형근(2026여수세계섬박람회조직위원회) 기획본부장이 '2026 여수세계박람회 비전'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하였다. 여수세계섬박람회가 세계 최초로 열리는 만큼 기획의 방향과 전망에 대해 얘기했다. 섬 관련 국제협력, 연구, 산업의 구심점 역할 등에 대해 주목하고 장차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해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하였다. 아홉 번째로 홍선기(목포대 교수) 한국섬재단 이사장이 '섬문화: 생태와 공동체의 경계를 넘어'라는 제목으로 발표하였다. 섬을 군도적 사고로 이해하자는 메시지를 강조하였다. 요지는 섬이 고립이 아닌 연결과 학습의 공간이라는 점에 있다는 점이었다. 장차 섬 철학으로 국제담론을 이끌 기반을 마련하자는 주장을 하였기에, 내 시선과 맞닿는 부분이라고 생각하였다. 열 번째로 이호림(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촌어항정책연구실장이 '섬과 바다의 미래를 잇는 여수(2012~2026)'라는 제목으로 발표하였다. 2012 여수세계박람회의 성과와 한계를 토대로 2026 세계섬박람회의 필요성과 의미를 강조하였다. 지역공동체 기반 국제행사의 새로운 모델과 섬, 어촌 정책 통합 플랫폼 등을 주장하였다. 짧지만 발표내용 전부를 거론해본 것은 장차 2026 세계섬박람회의 개최에 유용한 정보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형식으로든 이 내용들이 갈무리되어 한국은 물론 세계 학계에 피드백되기를 기대해본다.

섬 자체를 주제로 한 국제 박람회가 세계 최초로 열린다는 점에서 카운트다운 365일의 의미가 있는 포럼이었다. 섬을 국가 단위 해양정책의 주변이 아닌 글로벌 거버넌스의 핵심 의제로 격상시킬 혜안을 마련해가야 한다는 데 논의들이 모아졌다고 본다. 또 섬과 바다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실험장으로서의 의미를 공론화한 의미가 크다. 섬 관광, 에너지, 생태, 문화가 통합된 플랫폼이랄까. 스마트 섬, 신재생에너지 섬, 생태문화 브랜드 섬 등 미래 모델에 대해 주목하고 또 과제를 제시한 포럼이었다. 나아가 지역 균형발전과 글로벌리더십의 의미가 강조되었다. 여수를 중심 삼기는 하지만 섬이 가장 많은 전남을 중심으로 섬 자원을 글로벌 자산으로 재정의하는 기회가 되었다고 본다. 세계 섬 네트워크 구축 및 UN 세계 섬의 날 제정 추진 등의 제안 등이 눈길을 끌었다. 보다 전략적으로 여수와 직간접 네트워크를 하는 섬 보유 나라와 도시들을 집중 타겟으로 향후 논의들을 전개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거듭 강조하고 싶은 것은 세계 최초 섬박람회가 여수에서 열린다는 점이다. 장차 세계의 모델이 될수 있는 기회라는 뜻이이지 않을까? 내 개인적으로는 기후위기와 문화유산 나아가 문화 기본소득에 관심을 두고 풀어가고 있지만 당면한 기후위기 시대, 인구 감소의 시대, 지역소멸의 시대에 대응하는 트랙들을 준비해나가는 지혜가 요구된다. 여수는 물론 한국 섬을 모델 삼아 인류에 기여할 철학과 실천의 무대를 꼼꼼하게 준비할 가기를 바란다. 세계 섬 시민의 성원을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