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빵에 담은 온기, 추억을 굽는 이화수 아저씨

이원재 기자 2025. 9. 2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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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 톡톡] 우리동네 계란빵
노점상 거쳐 창원에 매장 2개 열어
신선한 계란과 넉넉한 인심 ‘호평’
“상생하는 프랜차이즈 만들고파”
이화수 '우리동네 계란빵 이화수 아저씨' 대표가 가게 앞에서 계란빵을 들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추억을 반죽하고 진심으로 구워냅니다. 계란 하나로 시작된 이야기, 마음으로 이어갑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해운동에 있는 '우리동네 계란빵 이화수 아저씨' 가게 한편에 적힌 글귀다. 이 문구처럼 계란빵 아저씨로 불리는 이화수(63) 대표는 따뜻한 온기와 진심을 담아 전한다. 7년 전 계란빵을 굽는 노점을 시작한 그는 이제 번듯한 매장을 열어 사람들의 추억과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정을 나누는 노점상 = 이 대표는 서른 살 즈음에 제약회사에 입사해 10년 가까이 일하다 보험 영업에 뛰어들어 지점장에 오른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늘 사업의 꿈이 있었고, 몇 차례 도전과 실패를 겪었다. 적지 않은 나이에 재기를 꿈꾸던 그의 앞에 나타난 것이 바로 계란빵이었다.

이 대표는 지인 소개로 사천에서 20년 넘게 노점을 한 스승에게 기술을 전수받아 계란빵 장사를 시작했다. 하루 몇만 원이라도 벌겠다고 마음먹은 일이었다. 그는 손수레를 트럭에 싣고 창원과 함안 등 곳곳을 누볐다. 손님과 약속이라는 마음으로 요일별 장소를 정해 꾸준히 영업을 이어갔고, 단골도 늘었다.

물론 노점 생활이 낭만적이지만은 않았다. 오전 6시부터 부지런히 움직여 장사 준비를 해야 했고, 민원에 자리를 옮겨야 할 때도 잦았다. 한겨울에는 추위를 온몸으로 견뎌야 했다. 하지만 찾아주는 손님과 빵 굽는 열기 덕에 혹독한 추위를 이겨냈다.

그에게 계란빵은 손님과 교감하며 쌓아온 따뜻한 '정'이다. 민원에 갑자기 자리를 옮기면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 '계란빵 아저씨 어디 계세요?'라는 질문이 올라왔고, 그를 발견한 다른 손님이 '저기서 장사하고 계신다'며 사진을 찍어 위치를 알려주기도 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단골들을 만나면서 정이 많이 쌓였죠. 아이들 지나가면 무료로 빵을 나눠줬어요. 단지 돈을 버는 것을 넘어 사람들과 교감이 있었기에 노점상하는 5년 동안 꾸준히 장사가 잘됐던 것 같아요."

그의 손에서 노릇하게 구워지는 계란빵은 단순한 간식을 넘어, 누군가에게는 잊고 있던 엄마와 추억을 소환하고 , 임신한 아내를 향한 사랑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한 번은 늦은 밤 손님에게서 다급하게 전화가 왔어요. 아내가 임신했는데 계란빵을 너무 먹고 싶어한다고 어디냐고 묻더군요. 당시 제가 있던 곳과 거리가 너무 멀어 중간 지점에서 만나자고 약속하고 빵을 구워 전달했죠. 손님들 후기를 보면 어머니와 추억을 떠올리는 분들도 많은데 저도 감동을 받죠."
'우리동네 계란빵 이화수 아저씨'에서 판매하는 계란빵. /우리동네 계란빵 이화수 아저씨

◇내 가게 꿈, 현실이 되다 = 이 대표는 노점을 시작할 때부터 '내 이름을 건 가게를 열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핫도그나 꽈배기처럼 노점에서 시작한 길거리 음식이 프랜차이즈가 되는 걸 보며 계란빵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5년 노점 경험으로 자신감을 얻은 그는 지난해 9월, 마산회원구 내서읍에 마침내 첫 가게를 열었다. 그리고 뜨거운 반응 속에 최근 해운동에 2호점을 오픈했다.

가게 성공의 비결은 '신선함'이다. 그는 이틀에 한 번씩, 왕복 1시간 20분이 걸리는 함안 농장까지 직접 가서 갓 낳은 신선한 달걀을 가져온다.

"계란 신선도 때문에 이틀에 한 번은 농장을 가요. 오래된 계란을 쓰면 비용을 아낄 수는 있겠지만, 갓 생산된 계란은 노른자가 탱글탱글해 맛의 차이가 엄청나요. 신선한 계란을 쓰겠다는 건 고객과 약속이자 제 고집입니다."

넉넉한 인심은 노점상을 할 때와 같다. 구매 가격의 10%를 적립해주고, 부모와 가게를 찾은 아이들을 보면 꼭 덤을 건넨다.

젊은층과 아이들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제품 개발에도 힘쓴다. 젊은층과 아이들을 겨냥한 소시지계란빵과 치즈계란빵을 출시한 것. 여기에 계란빵과 어울리는 음료를 제공하고자 커피자판기도 들여 손님들 발길을 붙잡았다. 주변에서는 벌써 가맹점을 문의하는 등 관심도 늘고 있다.
이화수 '우리동네 계란빵 이화수 아저씨' 대표가 가게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상생하는 프랜차이즈 = 그는 단순한 성공을 넘어 상생하는 프랜차이즈를 꿈꾼다. 본사의 이윤을 위해 점주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프랜차이즈가 아닌, 점주들과 함께 성장하는 모델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다.

"요즘 프랜차이즈 천국이라고 할 만큼 가맹점이 많잖아요. 하지만 결국 본사 좋은 일만 시키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저는 유통 마진이나 중간 통행료 같은 건 일절 생각하지 않고, 모범 사례로 꼽히는 '이삭토스트'처럼 점주와 본사가 함께 웃는 구조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프랜차이즈는 '대박'이 아닌 '정직한 노동의 대가'를 가져가는 모델이다. 한순간 유행으로 대박을 치고 금세 사라지는 상품들이 많다. 계란빵은 그런 대박은 없지만, 추억을 머금고 꾸준한 사랑을 받는 제품을 만들고 싶은 포부다.

"계란빵 장사로 대박은 못 쳐도 열심히 노동한 만큼 가져갈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만약 저와 함께하는 가맹점들이 생긴다면, 여름 비수기인 두 달은 다 같이 가게 문을 닫고 휴가를 떠나는 그런 즐거운 공동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또 다른 그의 꿈은 '나눔'이다. 가게 운영이 안정화되고 이윤이 남는 시점이 되면, 손님과 함께하는 기부를 실천할 계획이다.

"어느 정도 이윤이 발생하는 시점이 되면 주변에 나눔을 하고 싶어요. 계란빵 한 개당 일정 금액을 적립해서 기부하는 거죠. 손님들은 빵을 사면서 기부에 동참하니 좋고, 도움받는 분들도 좋고, 그런 모습을 보는 저도 뿌듯하겠죠. 계란빵 하나로 모두에게 기분 좋은 일이 계란빵으로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이원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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