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2400명 줄이더니···'교사 업무 과다' 이유로 고교학점제 대폭 후퇴
최소성취수준 보장제도 완화 추진
교사의 보충지도 시수 먼저 줄이고
출석만으로 학점 이수 가능 방향으로
'기초학력 보장' 유명무실 우려 나와
전면 시행인데 올해 교사 오히려 감축

교육부가 과목별 최소 학업성취율 40%(100점 만점에 40점 이상) 보장을 폐기하는 방향으로 고교학점제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교사들의 보충지도 업무 과다를 줄이기 위해서인데, 고교학점제 논의가 7년 전부터 있었는데도 오히려 교사를 줄여온 정책 설계 실패가 근본 원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 결과로 학생의 선택권을 보장하면서 기초학력 수준은 끌어올리는 고교학점제의 취지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위기이다.

40% 최소성취수준...교육부 "선택과목 미적용"
교육부는 25일 고교학점제 운영 개선 대책을 발표하며, 고2 이후 배우는 선택과목의 학점 이수 기준을 '출석률'만으로 완화하는 안을 국가교육위원회에 제안했다. 올해 전면 시행된 고교학점제에선 학생이 출석률과 최소 성적 기준(학업성취율 40%)을 모두 넘어야 학점을 얻는데, 이를 완화하겠다는 뜻이다. 교육부는 고1 때 배우는 공통과목까지 학업성취율을 적용하지 않는 안을 '2안'으로 국교위에 제안했다. 학점 이수 기준은 교육과정 개정 사항이라 국교위가 논의해 결정한다.

당장 올해 2학기부터는 최소성취수준에 미달한 학생을 대상으로 한 보충 수업 기준도 완화한다. 원래는 미이수한 1학점당 5시수의 보충지도를 실시해야 하는데, 이를 '1학점당 3시수 이상'으로 완화한다. 또 출석률이 부족한 학생에 대한 추가 교육은 전부 온라인으로 진행해도 된다. 교사 수는 늘지 않았는데 보충지도로 인한 업무 부담이 크게 늘었다는 현장의 반발에 따른 조치다.
이 밖에도 공통과목의 학교생활기록부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 기재도 1,000자에서 500자로 당장 줄인다. 내년부터는 학교가 수업을 진행할 '강사'를 채용할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하고 대학 시간제 강사가 고교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교사의 업무 부담을 덜고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취지다.
최소성취수준 보장 후퇴, 교육을 버리기?

그러나 최소성취수준 보장제도를 없애는 식의 접근은 진로·적성에 맞는 선택권 확대라는 고교학점제 도입 취지와 반하고 교육적 의미가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단 최소성취수준 보장 자체의 효과를 차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1학기에 전체 고1의 7.7%인 3만2,414명이 최소성취수준에 도달하지 못했으나, 최소성취수준 보장 지도 이후 최종적으로 미이수 처리된 학생은 전체의 0.6%(2,489명)로 줄었다. 교육부는 평가 기준 자체를 완화하거나 기본 점수를 높여 미이수자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분석했지만,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교육 단체는 최소성취수준 보장은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빚어진 혼란은 최소성취수준 보장제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체계적으로 교육 정책을 설계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학생의 최소성취수준 보장이 초등학교, 중학교부터 단계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데도 고등학교에만 곧바로 적용한 문제가 단적으로 거론된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중3 수준까지 배운 학생들이 고교 수업에 못 따라간다면 고교 선생님들이 도와줄 수 있겠지만, 초5 수준인 상태의 학생을 어떻게 지도하겠나"라며 "그간 초등학교부터 중1까지 시험 자체를 안 보는 방향으로 바뀌어왔는데, 갑자기 고등학교에서 최소 성취기준을 보장해주기란 어렵다. 모든 게 엇박자인 것"이라고 했다.
올해 전면 시행인데, 중등 교원은 2380명 감축
고교학점제로 교사의 업무 부담이 크게 늘게 뻔한데, 교사 인력은 오히려 줄인 게 대표적 엇박자다. 중·고교 교사 정원은 2019년 14만5,012명으로 전년과 동일하게 유지된 후, 올해 13만 6,329명까지 줄었다.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는데도, 올해는 전년보다 중·고교 교사 정원이 2,380명이나 줄었다. 학령인구 감소로 교사 수를 줄여야 한다는 재정 당국의 논리가 관철된 결과다. 교사 정원은 교육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가 협의해 국회 심의를 거쳐 정해진다.

실제 1학기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 후 2가지 이상의 과목을 가르쳐야 하는 교사의 비율은 늘어났다. 2과목 수업 교사의 비율은 45.4%로 시행 전에 비해 2.8%포인트 늘었고, 3과목을 가르쳐야 하는 교사 비율은 2.2%포인트 는 17.6%였다.
교육부는 이날 "2026년 교원 정원의 긴급한 확보를 추진한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수치를 거론하지는 못했다. 교육계에선 '만시지탄'이라는 반응이다. 좋은교사운동은 이날 "긴급 확보라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현장은 교사 정원 확보를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시절부터 이야기했다"고 지적했다.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가 처음 지정된 건 7년 전인 2018년이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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