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집값 해결사 LH'라는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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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성동구의 한 아파트 단지 중개업소에선 매물 하나를 놓고 4개 팀이 줄 서 상담을 기다리는 이색풍경이 연출됐다.
성동을 비롯한 서울 한강변 지역 상승률은 이미 작년 전체 상승률을 훌쩍 넘어 폭등 수준이다.
고3 수험생이 중간고사 직후 "이제라도 열심히 공부해 서울대 가겠다"고 선언한 것과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이번 대책은 이 두 영역을 구분하지 못한 채, LH라는 한 기관에만 복지와 시장이라는 두 가지 서로 다른 임무를 몰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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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에 복지·공급 책임 몰아줘
현실성 떨어져 시장엔 불안감
민간과 적절히 역할분담 해야

지난 주말 성동구의 한 아파트 단지 중개업소에선 매물 하나를 놓고 4개 팀이 줄 서 상담을 기다리는 이색풍경이 연출됐다. 대기자들 사이에선 어떤 이는 '이럴 줄 알았다'고 했고 누군가는 '이건 아니다'며 고개를 저었다고 한다.
그 주 서울 성동구 집값은 0.41% 올랐고 이번주엔 0.59%로 더 뛰었다. 성동을 비롯한 서울 한강변 지역 상승률은 이미 작년 전체 상승률을 훌쩍 넘어 폭등 수준이다. 몇 주 전까지 상승폭은 절반 수준이었다. 그런데 정부가 '공공이 책임지는 대규모 공급'을 9·7부동산대책으로 발표하자, 시장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반응하고 있다.
전문가들과 언론은 마포·성동·광진 같은 규제지역 지정 예고에 따른 '사전 매수' 심리를 원인으로 본다. 하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그건 겉으로 드러난 반응의 하나일 뿐. 단순히 이런 원인이라면 정부가 규제지역 지정을 서두르면 불을 끌 수도 있다.
붙붙은 시장 심리는 단편적 규제로 끄기 힘들다. 그 심리 저변엔 실망감이 있다. 정부는 5년간 135만가구를 공공 주도로 짓겠다고 밝혔다. 기존에 LH가 민간에 택지를 공급하던 방식을 접고 직접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 계획을 두고, 많은 국민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민간이 공급한 주택이 전체 80%였던 구조를, 하루아침에 180도 뒤집겠다는 선언. 고3 수험생이 중간고사 직후 "이제라도 열심히 공부해 서울대 가겠다"고 선언한 것과 같은 느낌이다. 목표는 높지만, 과정이 없다.
국민들은 공공이 민간보다 빠른 분야는 세금 쓰고 규제 만드는 것 외엔 없다는 걸 알고 있다.
단순히 얼마 동안 몇 가구를 짓느냐 문제가 아니다. 애매한 주택정책 정체성과 방향이 혼란을 자극한다. 공공임대는 복지정책이다. 저소득층과 청년, 고령층을 위한 사회 안전망으로서 의미가 있다. 반면 주택시장의 가격 안정이나 공급 확대는 철저히 시장 메커니즘에 달려 있다. 그런데 이번 대책은 이 두 영역을 구분하지 못한 채, LH라는 한 기관에만 복지와 시장이라는 두 가지 서로 다른 임무를 몰아줬다. 역대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 공식인데, 그걸 답습하니 시장은 '공급은 없다'고 받아들인다.
현재 LH 부채는 170조원을 넘어 GDP의 7%에 달한다. 그 LH에 '공공주도 공급'이라는 임무를 도맡게 하니, 현실을 외면한 이상주의라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가 공공주도 모델로 삼는 싱가포르의 HDB(주택개발청)는 국가 재정을 투입해 전체 주택의 80% 이상을 공공임대로 운영하지만, 이건 애초에 시장을 대체하려는 정책이 아니다. 복지를 복지로 규정하고 국민 주거 안정망을 제공하는 데 집중한 결과다. 이런 복지가 가능했던 건 싱가포르의 토지는 출발부터 강력한 국유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일본의 LH 격인 UR도 70만가구에 달하는 임대주택을 관리하지만, 신규 공급 대부분은 민간이 담당한다. 영국은 1980년대 대처 정부 이후 공공주택 직접 공급을 사실상 중단하고 민간 중심 시장을 고착시켰다. 선진국 어느 나라에서도 공공이 '집값 안정'까지 책임지는 모델은 찾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이다. LH는 영구임대·청년·고령자 주거 안정에 집중하고, 시장형 공급은 민간이 더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 과도한 기부채납 부담률을 낮추고, 서울과 수도권의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민간이 공급할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
복지는 복지답게, 시장은 시장답게. 현실적 원칙이 세워지지 않는 한, LH 주연의 공공주도 공급은 또 하나의 공허한 '판타지 소설'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지용 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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