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5승 레전드가 찰지게 욕설 내뱉다니… 열 받을 만 했던 1년, 성질나서 이정후 곁 떠날까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샌프란시스코는 23일(한국시간) 홈구장인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와 경기에서 5-6으로 졌다. 결과적으로 24일 경기까지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하며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산술적으로도 모두 사라졌다.
샌프란시스코는 1-2로 뒤진 4회 3점을 내면서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4-2로 앞선 5회 4점을 내주면서 결국 역전을 당한 끝에 경기에서 졌다. 선발로 나선 미래의 명예의 전당 멤버 저스틴 벌랜더(42)가 고전했다. 벌랜더는 선두 눗바에게 안타를 맞은 뒤 에레라에게 2점 홈런을 허용하며 동점을 내줬다. 다만 샌프란시스코는 교체 없이 벌랜더를 밀어붙였다.
이어진 상황에서도 고전했다. 다시 안타 2개를 맞으면서 무사 2,3루에 몰렸다. 여기서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아냈지만, 이어진 1사 2,3루에서 파헤스의 2루 땅볼 때 투수를 힘 빠지게 하는 플레이가 나왔다. 전진 수비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2루수 케이시 슈미트가 공을 잡아 바로 홈으로 던지려 했다. 타이밍상 홈에만 제대로 뿌렸어도 아웃이었다. 그런데 슈미트가 마지막 순간 포구에 실패했다. 홈에 던지는 것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정작 제대로 포구가 안 된 것이다.
3루 주자도 홈에 들어왔고, 2루 주자도 3루에 들어갔고, 타자도 살아서 1루에 갔다. 벌랜더의 낙담한 표정이 잡혔다. 이후 밥 멜빈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와 벌랜더를 교체했다. 여기서 벌랜더가 마운드를 내려오면서 잡힌 입 모양이 큰 화제를 모았다. ‘F’가 들어간 욕 중에서 가장 심한, 미국에서 볼 때도 상당히 심한 욕설을 한 것이다. 중계방송에 너무 명확하게 잡혀 현지에서도 꽤 많은 미디어에서 놀라움을 표현했다.

결국 벌랜더는 4⅓이닝 동안 9피안타 6실점(4자책점)으로 시즌 11번째 패전을 안았다. 이날 경기 후 벌랜더에 이 상황을 물어본 취재진은 없었지만 정황상 추측은 가능했다. 무엇보다 벌랜더는 이날 부진했다. 그리고 이날 등판은 샌프란시스코, 혹은 오라클파크에서의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었다. 잘 던지고 싶었지만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어쨌든 슈미트의 플레이에 대한 불만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중론이다.
벌랜더는 그런 보살과 같은 모습을 항상 보여 왔던 선수이기에 더 그렇다. 한때 지구상 최고 투수로 이름을 날렸던 벌랜더는 2005년 디트로이트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빅리그 통산 554경기에 나간 레전드다. 이 554경기에서 265승158패, 평균자책점 3.32를 기록했다. 지금 당장 은퇴한다고 해도 명예의 전당에 갈 수 있는 선수다. 만장일치냐, 아니냐만 남았다는 시선도 있다.
오랜 기간 현역 생활을 하면서 경기장에서 사고를 친 적도 없고, 항상 후배들의 존경을 받았던 선수였다. 그런 벌랜더가 이날 경기에서 슈미트에게 화를 낼 선수는 아니었다. 다만 올 시즌 전반의 흐름을 보면, 벌랜더는 기분이 좋은 날보다는 다소간 답답한 날이 많았다. 자신의 투구 내용에 비해 승리가 너무 따라오지 않았다.

올해 42세인 벌랜더는 시즌 28경기에서 146이닝을 던졌다. 전성기만한 기량이나 구위는 아니었지만 클래스는 살아 있었다. 평균자책점은 3.88로 자존심을 지킬 만한 내용이었고, 지난해 17경기에서 기록한 평균자책점(5.48)에 비하면 훨씬 낫기도 했다. 아직 메이저리그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샌프란시스코는 올해 벌랜더와 1년 1500만 달러에 계약했는데, 이 정도 값어치는 해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그럼에도 3승에 그쳤다. 득점 지원이 너무 되지 않거나, 혹은 이날처럼 뭔가 경기가 이상하게 꼬이는 날이 많았다. 어쩌면 통산 270승까지도 갈 수 있었던 경기력이었지만 아직 265승에 머물러 있다. 불운의 아이콘 중 하나였다.
벌랜더는 아직 현역 은퇴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그리고 올해 경쟁력을 보여줬다. 다년 계약까지는 아니어도, 올해 정도의 계약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샌프란시스코도 벌랜더의 기량과 영향력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벌랜더가 에이스가 되면 그것도 곤란한 일이지만, 4·5선발이라면 괜찮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다년 계약은 아닐 확률이 높아 계약 자체도 구단에 부담스럽지 않다. 벌랜더가 내년에도 이정후의 동료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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