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오, 아르마니"…거장들의 명작과 영원히 숨쉬다

이선아 2025. 9. 2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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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 형형한 눈빛과 미소, 말끔한 슈트. 지금 이탈리아 밀라노 도심 곳곳에는 한 남자의 사진이 걸려 있다.

지난 23일 개막한 '밀라노 패션위크(MFW) 봄·여름(SS) 2026'의 주인공은 아르마니였다.

아르마니 특유의 절제미는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에 밀렸던 이탈리아 패션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제목은 '밀라노, 사랑으로'(Milano, per amore). 밀라노라는 도시를 향한 아르마니의 애정이 배어 있는 타이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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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아르마니를 위해…브레라 미술관 역사상 최초 패션 전시
밀라노를 '패션 수도' 만든 주역
LVMH에 안팔고 伊자존심 지켜
브랜드 회고전 준비 중 눈감아
추모열기 맞물려 전시회 오픈런
이탈리아 밀라노 브레라미술관이 역사상 처음으로 패션 전시인 ‘조르지오 아르마니 50주년 회고전’을 열었다. 프랑스 배우 쥘리에트 비노슈가 2016년 칸 영화제에서 입은 아르마니의 블루 드레스가 명화와 함께 전시돼 있다. AFP·Stefano RELLANDINI

백발, 형형한 눈빛과 미소, 말끔한 슈트…. 지금 이탈리아 밀라노 도심 곳곳에는 한 남자의 사진이 걸려 있다. 최근 세상을 떠난 조르지오 아르마니를 추모하기 위한 포스터다. 지난 23일 개막한 ‘밀라노 패션위크(MFW) 봄·여름(SS) 2026’의 주인공은 아르마니였다. MFW를 주최하는 이탈리아국립패션협회(CNMI)의 카를로 카파사 회장은 “이번 MFW는 아르마니의 추억을 기리는 자리”라고 했다.

‘레 조르지오(조르지오 왕).’ 이탈리아 사람들은 아르마니를 이렇게 불렀다. 아르마니는 이탈리아의 패션 디자이너 그 이상이었다. 아르마니 특유의 절제미는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에 밀렸던 이탈리아 패션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밀라노를 전 세계 패션의 수도로 만드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그의 슈트는 남성에겐 유려하고 섬세한 핏을, 여성에겐 강인함을 선사했다. 그는 생전 프랑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등 거대 그룹에 브랜드를 팔지 않아 이탈리아 패션계의 자부심을 끝내 지켜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1990년대 디자인한 여성 슈트가 중세 명작 앞에 전시돼 있다. 로이터

아르마니는 이번 MFW에서 자신의 시그니처 브랜드 ‘조르지오 아르마니 패션하우스 설립 5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행사를 선보일 예정이었다. 브레라미술관에서도 브랜드 역사를 회고하는 전시를 준비 중이었다. 브레라미술관 200년 역사상 최초의 패션 전시다. 아르마니는 행사를 보지 못한 채 3주 전 눈을 감았다. 하지만 그의 손길이 닿은 마지막 전시와 런웨이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24일(현지시간) 브레라미술관에서 막을 올린 아르마니 회고전은 오전부터 길게 줄이 늘어섰다. 제목은 ‘밀라노, 사랑으로’(Milano, per amore). 밀라노라는 도시를 향한 아르마니의 애정이 배어 있는 타이틀이다. 내년 1월 11일까지 이어지는 전시는 아르마니의 지난 50년을 담담히, 그러나 강렬하게 풀어낸다. 15~19세기 회화 명작들 사이에 그의 1980~1990년대 작품을 배치했는데 전혀 이질감이 없었다.

안젤로 크레스피 브레라미술관장은 “아르마니의 미학적 엄격함은 과거 위대한 거장들의 그것과 같다”고 했다. 밀라노 사람들은 아르마니의 유산을 감상하며 거장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질샌더 / 디젤


패션위크의 대미를 장식할 오는 28일 조르지오 아르마니 SS 패션쇼도 같은 장소 1층에서 열린다. 아르마니는 작고하기 전 밀라노를 대표하는 브레라미술관과의 협업에 기대가 컸다고 한다. 그가 밀라노, 그중에서도 브레라지구에 오래 몸담았기 때문이다. 세계를 무대로 활동했지만 미술관, 예술대학, 수공예 공방 등이 모여 있는 이 작은 동네에 대한 그의 애정은 남달랐다.

이번 MFW는 무엇보다 아르마니가 직접 지휘한 마지막 행사로 기억될 것이다. ‘디테일의 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완벽주의자였던 그는 눈을 감기 직전까지 50주년 행사를 꼼꼼히 챙기며 혼신을 다했다. “나는 아직 만족하지 않는다”던 91세 거장은 마지막까지 이탈리아의 완벽한 자부심으로 남았다. 그가 한 말처럼.

“내가 남기고 싶은 발자취는 헌신과 존중, 그리고 사람과 현실에 대한 배려입니다. 모든 것은 거기서 시작됩니다.”

밀라노=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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