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마다 투자 상품 변경만…아하그룹 실체는 ‘돌려막기’

최환석 기자 2025. 9. 2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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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500만 원에서 최대 1억 원까지 복지금 명목으로 1년간 투자하면, 매달 투자금 3%를 이자 명목으로 지급하고 만기 때 원금을 모두 상환하겠다."

식품제조회사로 세간에 알려진 아하그룹(본사 창원시 마산회원구) 실상은 투자금 '돌려막기' 구조였다.

아하그룹이 투자자에게 약속한 복지금 이자는 연 12%에서 36%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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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뇌부 사기 등 혐의 사건 1심 판결문 분석
정상 영업수익 내지 못하는 수준으로 파악
자금 일부 부동산·가상자산 투자 정황도
창원시 마산회원구 아하그룹 본사 전경. /경남도민일보 DB

"최소 500만 원에서 최대 1억 원까지 복지금 명목으로 1년간 투자하면, 매달 투자금 3%를 이자 명목으로 지급하고 만기 때 원금을 모두 상환하겠다."

식품제조회사로 세간에 알려진 아하그룹(본사 창원시 마산회원구) 실상은 투자금 '돌려막기' 구조였다. 나중에 투자한 이들 자금을 먼저 투자한 사람들 수익금으로 지급하는 식이었다.

계속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하려면 새 '명목'이 필요했다. 복지금, 웰니스 어드바이저, 창립법인 주식대금, 대체불가토큰(NFT) 캐릭터, 가상부동산…. 시기마다 투자 상품 이름만 그럴 듯하게 바뀌었다.

최근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형사3단독 김남일 부장판사는 사기,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방문판매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아하그룹 수뇌부에게 중형을 내렸다. 의장 ㄱ 씨와 회장 ㄴ 씨에게 선고된 형은 각각 징역 13년, 징역 10년. 이들은 2016년부터 다단계판매업 등록 없이 조직을 결성해 2138명에게서 468억 원 상당을 모집한 혐의를 받았다.

판결문 속 아하그룹 실체는 정상적인 영업수익을 내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아하그룹이 투자자에게 약속한 복지금 이자는 연 12%에서 36% 수준이다. 투자자가 다른 투자자를 모집하면 소개 수당도 지급해야 한다. 안정적인 수익이 필요했지만 오히려 ㄴ 씨는 검찰 조사에서 "아하그룹 자금 운영 상황이 나쁠 때 파트너에게서 자금을 차용하는 개념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한 아하그룹 관계자도 경찰 조사 때 "복지금 반환 요청이 많아지자 감당이 안 돼 나중에 가상부동산으로 복지금을 전환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복지금을 중간에 돌려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대표'나 '국장'이 먼저 설득하고, ㄴ 씨가 회유를 시도한 적도 있었다고 관계자는 진술했다.

아하그룹이 판매한 가상자산도 사실상 '허상'이었다. 김 판사는 "가상자산을 구입하면 실제 부동산 지분과 연계해 주겠다는 투자 조건과 달리 대체불가토큰(NFT) 캐릭터는 단지 자격을 확인하는 전산 캐릭터에 불과하고 가상부동산은 지도에 존재하는 가상 지번을 구입했다는 사실을 표시하는 웹사이트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가상부동산을 구매한 투자자에게 지분을 약속한 아하그룹 실물 부동산도 대출을 이유로 근저당권이 설정됐고, 신탁회사에 맡긴 상태였다. 김 판사는 "대출금을 갚고 신탁계약을 끝내야 가상자산과 실물 부동산을 연계할 수 있을 텐데, 아하그룹 산하 법인이 형해화(내용 없이 뼈대만 있다는 의미)했고 순이익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투자금을 모으려는 속임수라고 봤다.

심지어 ㄱ·ㄴ 씨는 고소가 들어오거나 투자금 반환 요청이 들어오면 급히 합의금을 지급해 책임을 피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돌려막기에 쓰고 남은 자금을 부동산이나 가상자산에 투자하거나, 형사 사건이 문제가 되자 피해자에게 산하 법인 주식을 지급하고 합의한 정황도 포착됐다.

김 판사는 "상당수 피해자는 피해액을 변제받지 못할까 두려운 마음에 합의서를 작성해 준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들 태도를 고려하면 합의 과정도 또 다른 기망으로 보일 뿐"이라며 실질적인 피해 회복이 없는 이상 합의를 양형에 참작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인 책임은 피고인들에게 있고 특히 경제적 관념이 충분하지 못한 고령층, 그 가족을 통해 피해를 확산시켜 죄질이 대단히 불량하다"고 강조했다.

1심 판결 선고 이후 ㄱ·ㄴ 씨는 변호인을 대거 교체하는 등 항소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환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