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을 걷다] 사시사철 맑은 계곡물·기암괴석 전설 가득한 길

윤병집 기자 2025. 9. 25.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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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길 10년의 현주소] (4)옥류천 이야기길

산행·물멍 동시에···주민 즐겨 찾는 쉼터
천년고찰 동축사·관일대서 맞는 동해 풍경
다양한 바위군 안내 부족·시설 미비 아쉬워
염포전망대에서 본 울산항 전경. 자동차 공장, 석유화학단지, 조선소 등 울산 주요 산업현장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울산 동구의 '진산', 즉 중심이 되는 산으로 꼽히는 마골산. 동구·북구의 경계에 걸쳐 있는 이 나지막한 산은 그리 험하지 않은 산세와 접근성 덕에 많은 주민들이 찾고 있다. 마골산 골짜기를 따라 사시사철 흐르는 옥류천을 거꾸로 오르면 과거 선조들의 상상력을 품어 각종 이야기가 담긴 기암괴석들에 한 번 눈길을 뺏기고, 전망 좋은 곳에 올라 동·서·남쪽 3면을 가득 메운 동해 비경에 다시금 시선이 빼앗긴다.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동해 비경을 담은 '옥류천 이야기길'을 가봤다.
옥류천 이야기길 코스 안내도.
마골산의 동남쪽 골짜기들을 흘러내린 물이 모여 만든 중심 계곡을 옥류천이라 한다. 옥류천은 남목의 별칭인 남옥(南玉)에서 그 이름이 유래됐다고 하는데, 동구가 지난 2011년 마골산 등산로와 옥류천 계곡길을 엮어 '옥류천 이야기길'을 만들었다. 모두 네 코스로 1코스 동축사길, 2코스 소나무길, 3코스 소망길, 4코스 종주코스로 나뉘어져 있다.
사시사철 마르지 않는 옥류천 계곡물 소리를 들으면서 평탄한 길을 따라 동축사까지 이어진다.
가장 중심이 되는 길은 1코스 동축사길이다. 옥류천 계곡을 거슬러 오른 후에 천년고찰 동축사를 거쳐 내려오는 길이다. 바위사이를 돌아 끝없이 흘러 미포만에 이르는 시냇물은 마치 옥구슬이 구르는 듯 맑고 청아한 물소리로 산행의 청량감을 더해준다. 옥류천 계곡 물소리는 마골산 숲 바람소리, 동축사 새벽종소리와 함께 동구 소리9경으로도 선정돼 있다. 중간중간 쉼터와 널찍한 바위, 물멍존 등이 갖춰져 있어 계곡을 벗삼아 잠시 쉬어가기 좋다.
울산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인 동축사와 3층 석탑의 모습. 인도 아소카왕이 불사를 펴달라며 황금을 실어보낸 배가 닿은 곳이란 전설이 내려오며, 573년 신라 진흥왕 때 창건됐다.
옥류천을 따라 오르면 울산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인 동축사에 다다른다. 573년 신라 진흥왕의 명으로 창건돼 삼국유사에 연기설화가 전해오는 유서 깊은 사찰로, 아주 오래 전 인도 아소카왕이 황금을 실어보낸 배가 태화강 하구 사포에 닿았고 불사를 펴달라 빌었다고 한다. 이후 이 배가 당도한 곳이 지금의 미포라고 하며, 서축의 동쪽에 있다 하여 동축사라 이름 지었다. 사찰 광장 한 가운데 서있는 동축사 삼층석탑은 신라의 전통양식인 중층기단 석탑으로, 면석이 모두 없어져 원래의 정확한 높이를 알 수 없다고 전해진다.
동축사 뒤편에 위치한 관일대(觀日臺)는 오래 전부터 일출 명소로 유명했으며, 바위 한쪽에는 '부상효채(扶桑曉彩)'라는 글씨가 또렷히 새겨져 있다. "해 떠오르는 동쪽 바다에 상상의 뽕나무가 어리는 모습"이란 뜻으로 조선시대 감목관 원유영의 필채다.

동축사 경내의 여러 곳을 둘러보고 종각이 있는 절 뒤편으로 올라가면 동쪽에 우뚝 솟은 바위군을 볼 수 있는데, 동대(東臺)라 부르는 관일대(觀日臺)다.

이곳에 올라서면 동해에서 솟는 일출을 볼 수 있으며, 동구 지역의 시가지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도 있다. 이 관일대가 있는 바위에는 남목관 원유영이 쓴 부상효채(扶桑曉彩)란 글이 한자로 새겨져 있는데, 부상효채란 '해 뜨는 동쪽 바다에 아름다운 빛을 내는 신성한 나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남성의 생식기 같다고 해 붙여진 남근암. 여근암이 주변에 함께 붙어 있다.
관일대 같은 바위군은 마골산에 흔하게 찾아 볼 수 있다. 애초에 마골산의 이름은 산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흰 바위에서 유래됐다. 마골(麻骨)이라는 말은 껍질을 벗긴 삼대(麻)의 흰 속살을 비유한 말이다. 관일대 북쪽 노적봉에는 큰 바위가 있고 그 위에는 글자 대신 조그마한 웅덩이가 하나 파여 있는데, 해수관음보살을 대신하길 바라는 것인지 사람들은 관음정(觀音井)이라 부른다. 또 거북이가 엉금엉금 기어올라가는 형상이라 해 '거북바위', 남녀의 생식기와 같다 해 '남근'·'여근암', 다산과 풍요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알바위' 등 기암괴석에 붙여 여러 이야기를 알아보는 것이 쏠쏠한 재미를 더한다.
이 바위는 인간 해골의 눈코입을 연상케 해 해골바위라 불린다.
특히 옥류천 이야기길 3코스인 소망길은 스토리텔링 안내에서 기기묘묘한 바위탐방 길로 소개되고 있으며, 마골산 바위에 얽힌 설화에 등장하는 들메부부와 수리장군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바위인 알바위와 왜적을 물리치는 무용담이 담긴 장군바위와 투구바위, 수리방 등에 전해오는 전설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대다수 기암괴석의 위치가 안내돼 있지 않아 찾기 어렵고, 찾더라도 안내문이 없거나 파손돼 있어 내용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 것은 아쉬운 점이었다.
종주코스의 임도에 토사 유출로 패이거나 강도가 약한 곳이 있어 이 구간 등산을 하는 이용자들은 주의가 필요하다.

등산이 힘들거나 자전거를 이용하고 싶다면 4코스인 종주코스로 가면 좋다. 대부분 임도로 이뤄져 있어 4륜구동이나 산악용자전거처럼 오르막을 오르는데 무리가 없는 차량을 탈 수 있다. 다만 일부 구간은 토사 유출이 많아 길이 패이거나 강도가 약한 곳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옥류천 이야기길은 마골산뿐만 아니라 동구 넘어 북구 동축산까지 이어진다. 그 끝에는 동구 일대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염포전망대 공중산책로가 마련돼 있다. 태화강 발원지에서 염포까지 흐르는 물길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이 전망대에서는 태화강과 바다는 물론이고 인근 산과 숲까지 360도로 둘러볼 수 있다. 세계 최대 조선소인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와 현대미포조선소에서는 뱃고동소리가 울려퍼지고, 자동차와 석유화학공단 공장들로 둘러싸인 울산항 전경이 대한민국 산업화 역군의 역사를 대변해준다.

윤병집 기자 sini20000kr@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