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시장도 난감한 생활숙박시설 단속…해법은 있나

오유진 기자 2025. 9. 25.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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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부터 현장점검 실시…4만 실 이행강제금 폭탄
‘준주택 인정’ vs ‘원칙 고수’ 갈림길 놓인 정부

(시사저널=오유진 기자)

국토교통부는 오는 10월부터 숙박업 신고를 하지 않은 생활숙박시설을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실시한다. 사진은 전국비아파트총연맹 관계자들이 준주거시설 인정을 위해 시위하는 모습 ⓒ 연합뉴스

'레지던스'로 불리는 생활숙박시설이 다음 달부터 본격 단속 대상에 오른다. 정부가 지난해 예고한 불법 주거시설 단속 유예가 종료되면서다. 정부는 수 년간 규제 완화로 생활숙박시설 양성화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양성화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 또한 주택 공급 확대와 비주택 양성화라는 두 가지 저울을 두고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10월부터 숙박업 신고를 하지 않은 생활숙박시설을 대상으로 현장점검에 나선다. 이달 말 숙박업 신고 예비 신청과 오피스텔 등 준주택 용도변경 접수가 마감된 데 따른 조치다. 이에 따라 주거용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을 하지 않거나, 숙박업 등록을 하지 않은 생활숙박시설은 2027년 말부터 매년 건물 공시가격의 10%를 이행강제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준공된 전국 생활숙박시설은 18만2826실이다. 이중 숙박업 신고나 용도변경 등을 하지 않은 물량은 4만36실로, 전체 시설의 43.6%가 '이행강제금 폭탄'을 맞게 됐다. 국토부는 22일 "공사중이거나, 실제 사용하지 않는 공실을 제외한 생활숙박시설은 모두 단속 대상에 포함된다"며 "무단 용도변경이 적발될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생활숙박시설(이하 생숙)은 2012년 한류 열풍으로 외국인 장기체류 수요가 늘면서 등장했다. 일반 숙박시설에 취사가 가능한 부가장치가 추가된 형태로, 일반 주택보다 완화된 건축 기준과 비과세 혜택 등으로 부동산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5년 연간 3000실 남짓 사용승인을 받던 생숙은 2021년 1만8799실로 급증했다.

정부가 생숙에 칼을 빼든 건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던 2021년이다. 당시 숙박시설로 건축 허가를 받은 생숙이 1주택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투자처로 꼽히자, 편법 투자를 막고자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당시 국토부는 "생활숙박시설은 주택·주거용 오피스텔에 비해 생활 인프라가 완화되어 있고, 입지 또한 주거지역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거주자의 안전, 오피스텔 등 준법 소유자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했을 때 준주택으로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 양성화 추진했지만 전환 10%도 안돼

갑작스러운 정부 규제로 생숙 소유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생숙 양성화를 위한 당근책을 내놓았다. 분양 전 수분양자의 '비주택' 확인 서명을 의무화하고, 공사 중인 생숙은 오피스텔로 용도를 변경할 수 있도록 건축 기준을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에도 대다수 생숙은 용도변경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여전히 불법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정부의 생숙 지원방안이 발표된 이후 용도변경이 완료된 비율은 전체 물량 중 10%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생숙을 오피스텔로 변경하려면 현행법상 계약자 100%가 동의해야 하는데, 일반 아파트 재건축에도 100% 동의율이 나오지 않는 걸 고려하면 사실상 용도변경을 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주차장 부지 확보, 지구단위계획 변경, 지자체마다 달라지는 규정 등 현실적 장벽도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국회입법조사처 또한 보고서를 통해 "생숙시설 규제는 공익적 취지에서 비롯됐지만, 정부가 임기응변식으로 규제를 강화해 불법사용자를 양산한 측면도 있다"며 "정부 규제 이전에 건축돼 주거용으로 사용되고 있거나, 이미 건축허가를 받은 생숙에 대해서는 오피스텔처럼 준주택의 한 유형으로 용도변경을 허가하는 등 실효적인 제도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정부 입장에서는 생숙에 한해 '특혜'를 부여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큰 상태다. 지식산업센터, 근린생활시설 등 다수의 비주택시설이 주택으로 편법 활용되는 만큼, 생숙만 주택으로 양성화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부동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정부도 갑작스런 규제로 피해가 크다는 점은 알지만, 한번 선례가 만들어지면 비주택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딜레마에 처해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정부의 이행강제금 부과가 위축된 서울 주택 공급에 또 다른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 7일 9.7 부동산 공급대책을 통해 생활숙박시설·공실 상가 등을 신축매입임대 물량에 포함, 공급 모델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생숙이 이미 불법 주거지라는 인식이 퍼진 상황에서 효과적인 대책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 교수는 "건물 용도를 지나치게 제한할수록 위반건축물만 양산돼 부동산 시장이 더욱 왜곡될 것"이라며 "변화하는 주거 트렌드를 반영해 지식산업센터·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시장도 공급 확대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을 유연하게 실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레지던스연합회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이행강제금을 유예하거나 용도변경 기준을 완화한다고 해서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주택 공급 확대에 기여할 수 있도록 준주택 인정, 이행강제금 제외 등 획기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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