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AI 공존·협력하면서 새로운 정답 찾아가야"

조혜정 기자 2025. 9. 25.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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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울산포럼 성료]

이세돌 UNIST 특임교수 기조연설
"AI 강점은 고정관념 부수는 창의성"

'제조AI 허브 울산' 세션
자율주행·분산특구·샌드박스 등 열띤 토론

'지역문화네트워크' 세션
동남권 문화권역 구축 시너지 창출 모색
24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SK-울산상공회의소 2025 울산포럼'에서 이세돌 UNIST 특임교수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최지원 기자

'CONNECTING 울산: 기술과 문화로 잇다'라는 주제로 열린 올해 울산포럼의 최대 키워드는 '인공지능(AI)'이었다. 최근 SK와 울산시가 기업투자-행정적 조력이라는 원동력을 바탕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AI데이터센터 유치에 성공, '제조AI 허브 울산'이라는 공동 목표를 향한 항해를 시작한 터라 지역사회의 관심이 집중됐다.

더욱이 벌써 10년 전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AI를 이겨본 유일한 인간'으로 기록된 프로 바둑 기사 이세돌 9단이 UNIST 인공지능대학원 특임교수로 변신해 기조연설자로 나서면서 이목이 쏠렸다.

이 특임교수는 2016년 3월에 펼쳐진 알파고와의 대국을 소회하며 'AI시대, 혁신과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당시 이 9단은 총 5번의 승부 중 1~3국을 패배한 뒤 4국에서 180수 불계승으로 승리했다. 이 승리로 이 9단은 지금까지 인공지능을 이겨본 유일한 인간으로 남았다. 단, 5국에서는 패배했다.

이 특임교수는 "자만하다가 인공지능에 당했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처음 대국 제안을 받았을 때 가벼운 이벤트 정도로 생각하고 잘 준비하지 않았다. 대국 5개월 전 알파고 기보를 봤는데 대단하지 않았다. 주변에선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라며 "만약 그때 준비를 철저히 해 알파고와 승부에서 이겼더라면 (준비했더라도 이긴다는 보장은 없지만) 지금 세상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이 특임교수가 깨달은 건 'AI는 고정관념의 벽'을 부순다는 사실이었다. 이 특임교수는 "5살 때 처음 바둑을 접해 30여년 간 프로 바둑기사로 지내는 동안 어렸을 때부터 배웠던 '절대 두지 말라'는 수를 단 한번도 둔 적 없었다"라며 "그런데 AI는 프로 바둑 기사라면 절대 두지 않는 그 수를 두더라. AI의 강점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정관념의 벽을 부수는 창의성"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AI 시대가 도래한 지금부턴 인공지능 활용 역량에 따라 업무 격차가 심화할 거라고 전망했다. 그는 "바둑계는 인공지능 때문에 실력이 평준화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상위 랭커와 하위 랭커의 격차는 되레 더 벌어졌다. 상위 랭커가 인공지능을 더 잘 활용한 결과"라며 "AI시대를 대비하려면 AI를 상대로 소통하고 질문하는 순환 과정이 필수적이며, 이런 과정을 거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갖고 있는 어떤 고정관념에서 자유자재로 생각하는 'AI와의 협업'이 중요하다"라고 역설했다. 그는 "인간과 AI가 함께 공존하고 협력하면서 새로운 정답을 찾아가는게 중요하다. AI는 위기가 아닌 기회"라고 강조했다.
24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SK-울산상공회의소 2025 울산포럼'에서 패널들이 '제조AI Biz. 모델과 메가 샌드박스 구현 방안'의 주제로 토의를 하고 있다. 최지원 기자

기조연설 후 본격화된 포럼은 △제조AI 허브 울산 △지역문화 네트워크 구축 등 2개 세션으로 나눠 진행됐다.

먼저 '제조AI 허브 울산' 세션에선 유대승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실장과 김병화 현대자동차 자동화기술 실장, 박시하 ㈜인이지 이사, 한재용 AWS 제조사업개발담당이 대기업과 협업 중인 제조AI 전문기업 사례를 발표하며 울산 제조AI의 미래 모델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어 '울산 제조AI Biz. 모델과 메가 샌드박스 구현 방안 논의'에 대한 패널토의가 진행됐다. 토의에는 SK텔레콤, 현대차,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UNIST 인공지능대학원, 울산시 관계자가 참여했다. 이들은 △교육부터 취업까지 연계한 인재육성 종합프로그램 실행 △공공 데이터 전문기관, 중소대기업 협의체, 스마트 교통 체계 등 도입 △자율주행 규제 프리존과 AI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대응을 위한 분산에너지특구 지정 등 샌드박스 방안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지역문화 네트워크' 세션에서는 한국 동남지역의 개성을 살린 다양한 문화 아이템들을 발굴하고, 울산 뿐 아니라 경주와 포항을 포함한 해오름동맹의 연대·연결을 통한 문화도시 구축 시너지 창출 방안을 모색했다.

박웅현 TBWA 코리아 조직문화연구소 소장은 울산의 일상과 도시 경관 속에서 발견되는 인문학 관점의 가치와 지역 문화의 잠재력을 강조했다. 또 일본 나오시마, 이탈리아 토르토나 등 도시가 미술과 패션 중심지로 탈바꿈한 사례 고찰을 통해 울산의 문화도시 변화 가능성을 타진했다.

정부와 기업, 학계 관계자들이 참여한 패널토의에서는 글로벌 수준의 랜드마크 아이템 개발, 지역별 개성을 살린 문화 콘텐츠 발굴, 동남권 독자 문화권역 조성을 위한 통합 브랜딩과 교통 인프라 개선 등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이런 가운데 이날 울산포럼 실시간 댓글창에는 온라인으로 참여한 시민들의 뜨거운 반응으로 가득했다.

실제 댓글에는 '자동차 제조산업에 AI가 적용되고 진행 중인 사실이 아주 흥미롭게 느껴진다. 전기차, PBV 시장 등이 열리면서 자동차 산업에서도 다차종 유연생산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는 것 같은데 현대자동차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최근 테슬라, 벤츠, BMW 등 많은 자동차 기업들의 휴머노이드 도입이 가시화 되고 있는데 현대자동차 역시 보스톤 다이나믹스의 Atlas 도입을 발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울산공장 도입 계획은 어떤가'라는 질문이 상당수 올라왔다.

또 '제조AI와 관련 논의에서 지역 청년들이 이 흐름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지가 가장 관심이 간다. 교육, 인턴십, 스타트업 지원 같은 구체적 방안이 함께 제시되면 좋겠다'는 제언도 잇따랐다.

이밖에도 '스마트 시티라니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정말 영화에서나 보던 신기술의 도시에서 살 수 있는 날이 이제 곧이라는 게 실감이 난다. 늘 응원하고 기대하겠다', '실무 경험이 풍부한 인력이 AI를 이해하고 협력한다면 산업에 필요한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 것 같고, 우수 인재에 대한 지원도 필요해보인다', '지자체의 지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까다로운 인허가를 현장에서 종합지원을 해 주시니 지자체의 노력에도 박수를 보낸다', '이번 울산포럼은 단순한 이론이나 담론보다 실행 가능한 아이디어가 제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 같다.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모델이 많아지면 더욱 좋겠다' 등의 응원댓글도 잇따랐다.

울산포럼은 지난 2022년 SK이노베이션 창립 60주년을 맞아 울산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제안으로 시작됐고, 그동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가치 실현 △제조AI 허브와 문화도시 구현 등을 주제로 개최돼 울산 지역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이끄는 대표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한편 그동안 울산포럼에 개근해 온 최태원 회장은 미국 출장 일정으로 이번에 불참했다. 최 회장은 2주 이상 미국에 머물며 SK그룹의 미국 내 주요 현안을 챙기는 동시에 방미길에 오른 이재명 대통령의 '대한민국 투자서밋'(현지시간 25일)에 힘을 싣고, 다음달 말 경주 APEC 행사 흥행을 위한 미국 현지 빅테크 기업 CEO 초청 물밑 작업을 펼친다.

미국에는 SK바이오팜의 미국 자회사인 SK라이프사이언스, SKC의 미국 합작법인인 앱솔릭스, SK온의 배터리 공장 등이 가동 중이며, SK하이닉스의 AI 메모리용 첨단 패키징 공장도 건립 예정이다.

조혜정 기자jhj74@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