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도 주목한 ‘손톱 효과’…오프사이드 트랩이 무용지물

상대 수비수가 당황한다. 손흥민(33·LAFC)이 박스 안에 있을 거라는 예상을 뒤엎고 하프라인 근처까지 내려와 볼을 받는 순간, 뒷공간은 텅 비어버린다. 그리고 그 빈 공간으로 다시 번개처럼 침투하는 손흥민 앞에서 오프사이드 트랩은 무력해진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손흥민의 최전방 공격수로 변신에 주목한다. FIFA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손흥민이 상대 오프사이드 트랩을 무력화하는 독특한 능력을 갖췄다며, 전형적인 센터포워드와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스트라이커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로 무대를 옮긴 이후로 손흥민은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9경기 8골 4도움을 올렸다. FIFA는 손흥민의 달라진 움직임의 핵심을 “박스 안에 머무르지 않고 수비라인과 미드필드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는 움직임”이라고 규정했다.
지난 7일 미국과의 평가전 18분 선제골이 대표적인 사례다. 손흥민은 상대 수비 뒷공간을 빠르게 침투해 이재성의 패스를 받은 뒤 니어 포스트와 골키퍼 사이를 노린 정교한 슈팅으로 득점했다.
43분 이동경의 추가 골에서도 손흥민은 페널티 지역 바깥에서 이재성에게 원터치 패스를 건넨 뒤 즉시 박스 안으로 침투해 리턴패스를 받는 연계 플레이를 선보였다.
22일 레알 솔트레이크전은 손흥민의 진화상을 더욱 극명하게 보여줬다. 그는 최전방에서 오프사이드 트랩을 깰 위협을 주다가도 순간적으로 미드필더진 사이로 내려와 원터치나 투터치로 빠른 공격 전개에 나섰다.
전반 종료 직전 드니 부앙가의 동점 골로 이어진 어시스트를 보면 알 수 있다. 부앙가가 손흥민에게 볼을 건넨 후 문전으로 달렸고, 손흥민은 돌아서며 원터치 리턴패스를 내주며 추격에 힘을 보탰다. 곧바로 터진 손흥민의 역전 골 역시 아크 정면에서 돌아서며 왼발 감아 차기로 골문을 가른 작품이었다.
스티브 체룬돌로 LAFC 감독은 “손흥민이 우리 팀에 가져온 가장 큰 두 가지는 강렬함과 퀄리티”라고 극찬했다. 부앙가는 손흥민 합류 후 최근 7경기에서 9골을 몰아쳤다.

손흥민의 9번 역할은 기존 센터포워드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전통적인 9번이 박스 안에서 머물며 몸싸움과 헤더에 치중한다면, 손흥민은 속도와 침투력으로 상대 수비 뒷공간을 교란한다.
자유로운 위치 잡기로 파괴력을 높인다. 손흥민은 중앙에서 출발하되 상황에 따라 좌우로 자유롭게 이동하며 공간을 창출한다. 득점 루트도 박스 내 마무리에 국한하지 않고 역습, 빠른 침투, 개인 돌파를 기반으로 해 다채롭다.
수비 참여에서도 일반적인 센터포워드의 제한적인 수비 가담과 달리 적극적인 전방 압박과 지능적인 패스 경로 차단으로 팀 전술에 기여한다.
손흥민의 중앙 배치는 팀 전술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그가 중앙에서 상대 수비수들의 시선을 끌면 측면 공간이 자연스럽게 열린다. LAFC에서는 부앙가와 다비드 마르티네스가, 한국 대표팀에서는 이강인, 이재성, 배준호 등이 이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중원에서도 변화가 나타난다. 미드필더들은 손흥민의 뒷공간 침투에 맞춰 패스 타이밍을 조절하고, 박스투박스 유형 선수 기용이 늘어나며 전진성이 강화됐다.
손흥민의 변신이 인상적인 이유는 경험과 노련미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15년간 독일 분데스리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유럽 챔피언스리그 등을 거치며 축구 지능을 키웠다.
현재는 필요할 때만 내려와 정확한 터치로 공격을 전개하고, 즉시 골문 근처로 돌아가 결정적 순간을 노리는 효율성을 갖췄다.
FIFA는 “손흥민은 현재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축구의 중심에서 활약 중”이라며 “경험과 노련미까지 더해져 결정적 순간에는 치명타를 날릴 수 있는 완성형 공격수로 진화했다”고 평가했다. 2026 월드컵을 대비한 한국 대표팀의 핵심 무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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