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말기 암 환자 표현하려 2-3주 단식, 물+커피만 마셔”(은중과상연)[EN:인터뷰①]

박수인 2025. 9. 25.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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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제공

[뉴스엔 박수인 기자]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아픈 환자 역할을 많이 관찰하며 2, 3주 단식했어요. 물과 아메리카도 정도만 마시고 단식했더니 몸은 마르는데 얼굴이 누렇게 붓길래 이거다 했어요"

배우 박지현이 '은중과 상연' 속 상연을 연기하기까지 과정을 밝혔다.

박지현은 9월 2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극본 송혜진 / 연출 조영민) 인터뷰에서 20, 30, 40대의 상연을 표현하기 위한 노력을 털어놨다.

'은중과 상연'은 매 순간 서로를 가장 좋아하고 동경하며, 또 질투하고 미워하며 일생에 걸쳐 얽히고설킨 두 친구, 은중과 상연의 모든 시간들을 마주하는 이야기.

박지현은 "처음부터 상연이가 되게 안쓰러웠다. 어떤 캐릭터에도 정당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라서 대본을 받았을 때부터 이 친구를 더 감싸야겠다, 설득시켜야겠다는 마음이 컸다. 아무래도 그런 걱정이 들긴 했다. 작품을 보셨을 때 상연의 편이 됐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나라도 이 아이를 지켜줘야지라는 마음으로 연기했던 것 같다. 상연의 전반적인 서사나 상황들을 봤을 때 굉장히 외롭고 외로움을 자처하는 인물이기도 하지 않나. 어찌됐건 은중의 시점으로 바라보는 드라마이다 보니까 사람들이 조금 더 은중의 시선으로 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사람들이 은중도 상연도 이해를 해야 마지막 결말까지 다다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상연 캐릭터를 납득시키고 모진 말들과 못된 행동을 하는 것에 있어서 왜저래 하다가도 어쩔 수 없이 사랑 받는 캐릭터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상연의 결핍을 느껴본 적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사실 상연이가 가진 과거의 결핍은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만한 거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구체적인 결핍을 말씀드리면 오해다. 어렸을 적 어머니의 사랑, 오빠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한없이 해맑고 밝은 은중에 대한 질투와 선망도 있었을테고 짝사랑하던 상학 선배와 은중이 사귀고 있는 것에 대한 질투. 누구나 한번쯤은 사랑에 대한 결핍을 느끼고 누구나 외로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상연의 입장에서는 오해해서 크게 받아들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유년기 시절 감정을 부풀려서 생각했다고 생각한다. 상연이 3, 40대 느끼는 감정들도 누구에게나 한번쯤 있지 않나 싶다"고 답했다.

천상연이 '천하의 쌍X'이라는 시청자들의 반응에 대해서는 "그건 보시는 분들의 주관에 따라 자유롭게 해석하시는 거라 생각한다. 저희는 작품을 그려내는 사람이지 해석하는 건 시청자들의 몫이니까. 어떻게 받아들이는 것은 자유이기 때문에 어떻게 생각하시는가는 열려있는 거라 생각한다. 어떻게 봐주시든 봐주시는 것만으로 감사하다. 저도 반응 보다가 그런 댓글을 봤는데 되게 천재적이구나, 이런 상상을 하시다니 대단하시다 생각했다"고 전했다.

2, 3, 40대 표현의 어려움은 없었을까. 박지현은 "다행히 시간대별로 촬영했다. 그래서 그런지 딱히 어려웠다고 생각되는 시기는 없었다. 만약이 뒤죽박죽 촬영했다면 감정적으로 외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웠을 것 같았는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편했다. 배우로서 한 캐릭터를 한 작품 속에서 긴 시간을 표현해내는 과정이 축복이라 생각한다. 보통 한 작품 속에서 캐릭터를 연기하다 보면 저희끼리 상상하고 구축해서 연기해야 하지 않나. 그런데 상연의 삶과 죽음까지 이미 대본에 나와있기 때문에 답이 있어서 연기하기 수월했던 것 같다. 그래서 딱히 어려웠던 시기는 없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오랜 세월을 표현하기 위해 살을 찌우고 빼는 과정도 거쳤다. 박지현은 "체중을 얼마나 찌우고 뺐는지 몸무게를 정확히 재지는 않았다. 오히려 20대 때 말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20대 전부터 가세가 기울면서 가난해지고 냉장고도 텅텅 비어있지 않나. 그래서 말랐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촬영 현장이 엄청 추워서 내복을 껴입었다. 전기 방석을 붙여서 아이언맨 수트처럼 입고 촬영했다. 촬영 장면을 보면 갑옷 입은 게 제 눈에는 보인다. 극 중 여름에 바다에 들어가는 신을 한겨울에 찍기도 했다. 30대에는 일적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해서 나잇살도 표현하기 위해 조금은 찌웠다. 몇 kg을 정해놓고 찌우지는 않았고 얼굴살이 보일만큼 찌웠다. 40대 때는 아픈 환자 역할을 많이 관찰하기도 했고 단식을 해봤다. 2, 3주 정도. 물과 아메리카노 정도만 마시고 단식을 했는데 그러다 보니까 몸을 마르는데 얼굴이 누렇게 붓더라. 이거다 얼굴을 붓게 해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부러 촬영 직전에 많이 울었다. 제가 실제로는 F라서 촬영을 할 때 눈물을 참지 못했다. 제 바스트를 제일 마지막에 땄다. 너무 많이 울어서. 눈물을 참는 게 정말 힘들더라. 그래서 촬영 전에 두세시간 동안 울고 부은 상태에서 현장에 갔다. 어떻게 보면 의도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고은언니에게는 미안하기도 한데 울면 안 되는 신인데도 눈물을 많이 흘리기도 했다. 막상 제 바스트 찍을 때는 많이 부어있었고 울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극 중 굴곡이 많은 인생을 표현하며 실제로 영향을 받은 부분도 있었을까. 박지현은 "촬영하는 동안에는 너무 즐거웠다. 감정의 폭이 큰 역할을 즐긴다는 걸 깨달았다. 서사가 크지만 그게 좋다고 생각했고 감정의 폭이 큰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재밌었다. 대사, 상황, 정서도 너무 다채로운 거다. 저한테는 판을 깔아준 느낌이었다. 물만났다는 느낌이었다. 감독님도 작업을 해봤고 스태프 분들도 '브람스 좋아하세요?' 팀이라서 편했고 고은 언니에게 모든 걸 맡길 수 있어서 큰 걱정 없이 제 연기를 마음껏 할 수 있는 현장이었던 것 같다. 촬영 도중에는 힘들거나 걱정이 된다거나 부담스러운 게 전혀 없었다. 그런데 촬영을 끝내고 휴식을 취하고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 상연의 가치관이 어느 정도 남아있다는 걸 느꼈다. 저는 역할과 자아의 분리가 잘 된다고 살아왔는데 상연과 분리가 덜 됐구나 느꼈다. 분리가 조금 필요하겠다는 걸 깨달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상연을 연기하며 죽음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다고. 박지현은 "상연이라는 캐릭터를 촬영하면서 가장 생각이 많이 들었던 건, 삶과 죽음이라는 어렵기도 하지만 인생에 밀접한 키워드에 대해 생각이 많았다. 그전까지는 죽음이 멀게만 느껴지는 단어였는데 상연을 연기하면서 오빠, 엄마의 죽음, 죽음을 눈 앞에 둔 상연을 상상하고 생각하면서 생각보다 죽음이라는 단어가 삶과 맞닿아있구나 싶었다. 과연 죽음이라는 게 어떤 것일까. 부정적으로 생각했다기 보다는 철학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왜 죽음을 안 좋게만 생각했을까. 나이가 들면서 주변 장례식을 가기도 하고 가까운 친인척 분들도 아프시고 돌아가시기도 하면서 생각보다 죽음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했다"고 밝혔다.

조력사망에 대해서는 "저는 아직도 상연의 마음이 남아있는 것 같다. 사실 조력사망이라는 게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쉽게 말을 하기가 터부시되는 게 있고 이런 역할을 맡았던 배우로서 함부로 얘기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상연의 입장에서 더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아직 상연에게 못 벗어났기 때문에 적어도 인간이 태어나는 걸 선택하지는 못했더라도 죽음과 고통 앞에서는 본인의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정도는 주어지는 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건 지극히 개인적인 입장이고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그걸 주장으로 펼치기에는 조심스럽다. 상연을 연기했던 사람으로서는 조금 더 편안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인터뷰 ②에서 계속)

뉴스엔 박수인 abc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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