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복싱에 빠진 MZ세대
링 위의 주먹 대결서
생활형 운동으로 변화
건강·자기방어 등 이유
여성·청소년 참여 늘어
TV 복싱 예능 잇따라
유튜브·SNS서도 열풍
복싱이 다시 돌아왔다. 예전처럼 링 위에서만 치고받는 스포츠가 아니다. 이제는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고, 건강을 챙기며, 자기방어까지 겸하는 ‘생활형 운동’으로 변신했다. 샌드백을 두드리는 경쾌한 소리와 땀방울은 더 이상 선수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직장인, 대학생, 심지어 초등학생까지 글러브를 낀다.

박정언(오른쪽) 관장과 윤희나씨가 미트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복싱은 오래전부터 대중문화 속에서 강렬한 상징을 지닌 스포츠였다. 영화 ‘록키’에서 주인공은 수없이 쓰러지면서도 다시 일어섰다. “진짜 중요한 건 몇 번을 맞느냐가 아니라, 맞고도 다시 일어서는 힘”이라는 메시지는 세대를 관통하는 울림이 됐다. 그 정신은 지금 체육관 안에서 직장인과 대학생들의 땀 속에 다시 살아나고 있다.

박정언(오른쪽) 관장과 관원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박정언 관장과 관원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그는 복싱의 인기 비결을 이렇게 설명했다.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샌드백에 쏟아붓는 직장인들이 많아요. 단순히 체력 단련이 아니라 정신적인 해방감을 찾으러 오는 거죠. 게다가 예능이나 영화에서 복싱이 계속 나오다 보니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입소문까지 더해져 꾸준히 새로운 회원이 늘고 있습니다.”
박 관장은 “요즘은 초등학생부터 학부모들이 먼저 등록을 시키기도 합니다. 학교 폭력이나 안전 문제 때문에 자기 몸을 지킬 수 있는 운동으로 복싱을 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에는 ‘무섭다’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이제는 재미있고 친근한 생활체육으로 자리 잡았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복싱장 관원들이 샌드백을 치고 있다.
복싱을 5년째 이어오고 있는 김동하(33)씨는 어릴 때 만화 ‘더 파이팅’을 보고 복싱을 해보고 싶었다. 주인공이 따돌림을 극복하며 챔피언을 꿈꾸는 모습에 매료됐다”며 시작 계기를 밝혔다. 그는 “복싱을 통해 가장 크게 얻은 건 자신감”이라며 “예전에는 다혈질로 싸우기도 했지만, 이제는 여유 있게 대처하는 법을 배웠고, 인내심도 길러졌다”고 말했다. 김씨에게 복싱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묶여 있던 일상에서 나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곳”이다.

복싱장 관원들이 근력운동을 하고 있다.
창원시체육회에서 근무 중인 윤희나(31)씨는 원래 헬스를 오래 했지만, 권태감을 느껴 새로운 운동을 찾았다.

링에 걸려 있는 헤드기어와 글러브.
회원들이 공통으로 말하는 매력은 “복싱은 자기와의 싸움”이라는 점이다. 라운드마다 체력이 바닥나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면서 자신감을 얻는다. 작은 성취가 일상에서도 원동력이 되고 땀방울이 곧 스트레스를 이기는 힘이 된다. 누군가는 복싱을 통해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고, 또 누군가는 삶에 활기를 얻는다. 단순한 운동을 넘어 복싱은 이제 생활 속 치유이자 성장의 장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최근 복싱의 트렌드는 여성과 청소년의 참여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이 주축이 되고, 여성과 청소년의 참여가 확대되는 점은 과거와 다른 흐름이다. 직장인의 퇴근길, 대학생들의 동아리 활동, 학부모가 자녀를 데려오는 풍경까지 복싱은 이제 일상의 풍경이 됐다. 박 관장은 “복싱은 혼자 하는 운동 같지만, 사실은 서로 응원하고 경쟁하며 함께 성장하는 운동”이라고 했다. 체육관 안에서 맺어진 유대감이 새로운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복싱 열풍은 결국 ‘자기 관리’와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시대적 요구와 맞닿아 있다. 몸과 마음을 동시에 단련하는 스포츠로서 복싱의 인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글·사진= 박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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