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 부산 ‘대학 5학년’ 급증

권혁범 기자 2025. 9. 25.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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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시절이었습니다.

부산지역 대학생이 고졸 생산직이 되려고 대거 자퇴한다는 겁니다.

당시 인터뷰한 23세 청년은 부산 한 대학 전자공학과 2학년을 마친 후 자퇴했는데요.

부산지역 대학마다 졸업 유예생이 크게 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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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한 대학 도서관.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국제신문 DB


혹독한 시절이었습니다. 1997년 12월 3일~2001년 8월 23일 이른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로 부도 기업이 속출하고, 잔인한 구조조정이 단행되고, 실업자와 노숙인이 넘치고, 일자리는 씨가 말랐죠.

외환위기 여파가 이어지던 때, 한 헤드헌터에게 놀라운 얘기를 들었습니다. 부산지역 대학생이 고졸 생산직이 되려고 대거 자퇴한다는 겁니다. 데스크에 보고했지만, 믿지 못하는 눈치였습니다. “요즘 세상에 ‘공장’ 가려고 일부러 학력을 낮추는 게 말이 되냐”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가까운 시기 고졸 생산직을 채용한 기업을 취재했습니다. 각 대학 현황도 확인했습니다. ▷A업체 지원자 82명 중 31명, B업체 구직자 중 50%, C업체 신입사원 10명 중 4명이 대학 중퇴자 ▷1년 새 D대학 325명 → 453명(39%↑) 등 대학별 자퇴생 급증 ▷국립대 중퇴 후 생산직으로 취업한 청년 사례. 이런 ‘팩트’를 재보고한 후 기사를 썼습니다.

기사는 ‘취업 위한 대학중퇴 는다’라는 제목을 달고 국제신문 1면 머리에 실렸습니다. 무려 22년 전입니다. 해설기사와 인터뷰까지 총 3꼭지가 보도됐습니다. 당시 인터뷰한 23세 청년은 부산 한 대학 전자공학과 2학년을 마친 후 자퇴했는데요. 공단에 취업해 전기회로판을 만들었습니다. 그는 “2년을 더 투자한대서 취직이 보장되지 않고, 대학을 졸업하면 오히려 생산직 취업이 어려워진다”며 “일찍 돈을 모아 미래를 구상하겠다”고 했습니다. 올해 45세가 됐을 그가 ‘전자 관련 벤처기업’ 꿈을 이뤘을지 궁금하네요.

혹독하기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산지역 대학마다 졸업 유예생이 크게 늘었습니다. 정식 명칭은 ‘학사 학위 취득 유예제’. 졸업해도 취업할 곳이 없어서입니다. 그나마 지역 대학 중 사정이 낫다는 거점국립대도 심각합니다. 올해 부산대 졸업 유예생은 589명. 2022년 436명에서 2023년 333명으로 줄었지만, 지난해 432명으로 다시 늘었다가 올해 또 급증한 겁니다. 국립부경대도 2022년 327명이던 졸업 유예생이 올해 546명으로 증가했습니다.

학점 등 필요조건을 모두 갖추고도 졸업을 유예하는 건 대학에 적을 두고 취업에 도전하기 위해서입니다. 도서관 등 학교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하고, 취업 정보를 얻기 쉬운 점도 고려됐습니다. 졸업 후 ‘공백기’가 있으면 취업에 불리하다는 불안감도 깔렸습니다. 유예생은 ‘졸업할 때가 됐는데 졸업하지 않은 대가’로 학기당 10만~20만 원을 학교에 내기도 합니다. “대학이 사실상 ‘5년제’가 됐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고용노동부가 조사한 지난달 구인 배수(구직자 1인당 일자리 수)는 0.44로 IMF 환란 때인 1998년 이후 가장 낮습니다. 특히 최근엔 신규 채용도 경력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죠. 이 때문에 대학을 갓 졸업해 ‘새파란 청년’은 먹고살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수도권 대학에 견줘 지역 대학 졸업생의 현실이 훨씬 더 팍팍한 건 말할 필요도 없죠.

이 같은 ‘졸업 유예생 급증’을 다룬 기사 역시 25일 자 국제신문 1면 머리에 게재됐습니다. 22년 전에도, 지금도 변함없이 1면 머리기사입니다. 22년 전 취업을 위해 대학 졸업장을 포기한 청년도, 취업하지 못해 졸업을 미뤄야 하는 지금의 청춘도 서럽기는 매한가지입니다.

한창 겁 없이 일하고, 재능을 발휘할 청년이 ‘사회로 나가는 첫발’을 계속 미루는 건 엄청난 손실입니다. 지역 대학에 다니는 청춘에게 언제쯤 찬란한 봄날이 올까요. 우리 사회는 22년 전에서 한 발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균형발전은 외려 뒷걸음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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