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씹고 마신 여행의 맛, 잊지 못한다’…한국 관광의 꽃은 ‘K푸드’

프랑스 아비뇽에 있는 메르퀴르 퐁 다비뇽 호텔에서 근무하는 오드리는 지난해 한국을 세번이나 찾았다. 지난 16일 오후 4시(현지시각) 호텔 로비에서 만난 오드리는 “케이(K)드라마에 푹 빠져” 한국 여행에 나섰다고 했다. 최근 오드리처럼 한국에 높은 호감을 표시하며 한국을 재방문하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성공과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연 케이콘텐츠 문화 확장 등이 요인으로 꼽히지만, 결정적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여행의 기본 요소인 ‘미식’이다.
지난해 글로벌 디지털 여행 플랫폼 아고다는 한국이 아시아 미식 여행지 1위로 뽑혔다고 밝혔다. 대만, 타이, 일본, 말레이시아가 그 뒤를 이었다. 아고다를 통해 예약한 관광객 4천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자료를 보면, 방한 외국인 관광객의 64%가 음식 체험을 여행 목적으로 꼽았다. 김치, 갈비, 치킨 등이 잊히지 않는 한식이라고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매년 진행하는 ‘외래관광객 현황 조사’도 이를 방증한다. 외국인 관광객의 방한 이유 1위로 꼽혔던 ‘쇼핑’은 5년 전부터 ‘음식 관광’에 자리를 내줬다. 오드리도 한겨레와 한 대화에서 한식을 언급했다. “비빔밥, 불고기가 지금도 생각나는데 집에서 해보려 해도 그 맛이 안 납니다.” 그에게 한국은 불고기와 비빔밥의 나라다.
방한 외국인 관광객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한국관광 데이터랩’의 최근 2년 카드데이터(2024년, 2025년 상반기) 자료를 보면,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관광지 투어보다 케이푸드나 케이뷰티, 한방 체험 등 경험 여행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먹거리만큼 즉자적인 체험 여행도 없다. 넘쳐나는 영상 시대에 풍경 소비는 ‘나만의 여행’을 추구하는 이들에겐 진부하다. 여행지에서 씹고 마신 ‘맛’은 ‘나만의 경험’으로 남는다. 여행 추억을 극대화한다. 이런 이유로 각국이 최근 가장 공을 들이는 게 ‘미식 관광’이다. 자국의 진짜 맛을 경험하게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관광객을 유인한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17일 네이버와 협업해 서울, 부산, 경주 등에 있는 인기 식당, 카페, 문화공간, 쇼핑 장소 등을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소개하는 ‘비로컬’(BE LOCAL)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한국인처럼’ 먹고 ‘한국인이 즐기는 모든 것’을 경험하도록 유도하는 캠페인이다. ‘한국관광 데이터랩’의 현지인 맛집 데이터를 활용해 정리한 지역민 선호 식당들, 네이버 지도 이용자가 가장 많이 별 표시로 ‘저장’한 곳, 백년가게, 전통시장, 지역 소규모 카페 등을 추가해 정보를 강화했다. 백년가게는 중소벤처기업부가 30년 이상 영업을 이어온 우수 가게를 인증하는 사업이다. 명단엔 한식의 본류를 지키는 식당이 대거 포진해 있다.
캠페인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외국인 관광객은 네이버 지도 앱을 다운로드한 뒤 언어를 외국어로 설정하면 된다. 앱 왼쪽 상단에 있는 ‘삼선’ 메뉴를 클릭한 뒤 설정(톱니바퀴)에 들어가 언어를 외국어로 교체하면 된다. 아이폰의 경우 설정→일반→언어 및 지역 순으로 클릭해 ‘선호하는 언어’에서 ‘언어 추가’를 통해 외국어로 교체하면 된다. 언어 교체 뒤 앱 상단에 뜬 ‘비로컬’을 클릭하면 된다. 캠페인은 장밋빛 전망이 점쳐진다. 공사 관계자는 “부산 돼지국밥집의 경우 캠페인 시작 일주일 만에 지난해보다 106% 이상 매출이 늘었다”고 했다.

캠페인과 관련해 외국인 관광객이 누릴 수 있는 혜택도 있다. 캠페인에 등장한 지역을 방문해 선불식 충전카드인 ‘나마네카드’와 ‘와우패스’로 결제하면 최대 2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자국 화폐로 충전해 사용하는 이 선불카드들은 인천국제공항, 김포공항, 주요 관광지 등 370여곳에 설치된 키오스크에서 구매할 수 있다. 교통카드 기능도 탑재돼 있다.
공사가 마련한 캠페인 연계 할인 혜택은 이뿐만 아니다. 당일권(24시간), 3일권(72시간) 등 4가지 버전으로 구성된 ‘경북 특별 투어패스’는 경주, 안동 등 주요 경북 관광지 방문 시 음식점, 체험 프로그램 등을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게 돕는다. 캠페인 기간 중엔 정가에서 50%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 가능하다. 캠페인 내용은 한국관광 통합 플랫폼 ‘비짓코리아’(VISITKOREA)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는 12월15일까지 진행한다. 지난해 공사는 번역 툴 파파고, 택시호출 서비스 케이라이드(k.ride), 식당 예약 서비스 캐치테이블, 와우패스 등을 ‘한국관광 필수앱’으로 지정한 바 있다.
공사의 양경수 관광산업본부장 직무대리는 “네이버 지도는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지도 앱”이라며 “이번 캠페인을 통해 한국인이 좋아하는 관광 콘텐츠를 소개하는 동시에 각종 혜택과 편의를 제공해 한국 관광의 만족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캠페인이 단기 전략이라면 ‘케이-로컬 미식여행 33선’(이하 ‘33선’)은 장기 전략이다. 지난해 공사는 지역의 특색 있는 음식 관광 장소 33곳을 만화가 허영만 작가와 협업해 책자와 디지털 다운로드 콘텐츠로 소개했다. 전문 심사위원 10여명이 전국에 이름난 한식당을 포함한 맛집들을 선정했다. 한식이 주류를 이룬 미식 콘텐츠다. ‘지역 음식’ ‘지역 제철 식재료’ ‘지역 전통주’ 등으로 구성된 콘텐츠엔 소개된 음식마다 주요 산지, 역사, 손질법과 조리법, 맛 즐기는 법 등이 소상하게 적혀 있다. 게만 해도 대게, 홍게, 털게, 꽃게, 민꽃게, 왕밤송이게 등 종류가 다양하다. 소개된 식당도 지역에서 한식의 본령을 지켜온 데가 다수다. 외국인 관광객도 반한 김, 인삼, 나물, 홍어 등 우리 식재료 15가지도 소상하게 소개됐다. 100년 넘은 막걸리 양조장 이야기도 있다. 이 정보는 공사 여행 서비스 플랫폼 ‘대한민국 구석구석’(korean.visitkorea.or.kr)을 통해 내려받을 수 있다.

공사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한식을 알리기 위해 33선 원정단 ‘먹어볼 결심’을 결성했다고 24일 밝혔다. 원정단은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넷플릭스)과 ‘냉장고를 부탁해’(JTBC) 등에 출연한 이탈리아 출신 파브리치오 페라리 셰프, 구독자 326만 확보 유튜버 조슈아 커비, 한식을 널리 알려온 유튜버 쿠킴(김정호) 등 10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오는 10월부터 두달간 지역 대표 33선 음식을 소개하는 콘텐츠와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케이푸드를 비교하는 영상을 제작할 예정이다. ‘파브리 셰프와 함께하는 안동 미식 여행’ 이벤트도 열린다. 33선 감상평을 제출한 이들 중에 22명을 선정한다. 공사 ‘여행가는 가을’ 누리집에서 10월12일까지 신청하면 된다. 참가비는 없다.

공사는 지난 5월 이와 유사한 이벤트를 이미 열었다. 대상은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5월은 ‘바다 가는 달’ 캠페인의 하나로 부산에서 열렸다. 초대 요리사는 ‘흑백요리사’로 명성을 얻은 이모카세 김미령씨였다. 이날 오스트리아, 미국, 베트남 등 여러 나라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 30여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돼지곰탕, 비빔밥, 육전 등을 맛보며 한식에 감탄했다. 이구동성으로 “다시 오겠다”고 말했다.
사람마다 경험의 감흥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게 미식이다. 더는 여행지의 끼니가 허기만을 채우는 데 머물지 않는다. 글로벌 여행 트렌드 변화의 견인차 노릇을 하고 있는 미식, 그 한가운데 한식이 있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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