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가뭄 재난] ③ 오봉저수지 마르자 24년 만에 물 흘린 도암댐

양지웅 2025. 9. 25.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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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수질 악화로 남대천까지 오염…주민 총궐기 끝에 수문 닫아
극한 가뭄에 비상 방류·매일 수질 검사…장기 활용 계획은 '아직'
평창 도암댐 [연합뉴스 자료사진]

(강릉·평창=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최악 가뭄'으로 물 확보 전쟁을 벌였던 강릉시는 상수원인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10%대까지 떨어지자 결국 24년간 닫아왔던 평창 도암댐을 다시 활용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과거 수질 오염 피해를 경험했던 강릉 시민들 사이에 찬반 논쟁이 일기도 했다.

강릉시는 가뭄 대처를 위해 도암댐 비상 방류수를 수용하기로 했고, 수질검증위원회를 출범해 물 검사도 병행했다.

결국 이달 20일 도암댐은 비상 방류를 시작해 강릉에 물을 공급했다. 사흘 뒤 가뭄 재난 사태는 해제됐다. 앞으로 도암댐은 어떻게 쓰이게 될까.

도암댐 비상 방류 시작 [연합뉴스 자료사진]

수질 오염으로 문 닫았던 도암댐…강릉시민 불신 여전

도암댐은 1990년 남한강 최상류인 송천에 전력을 생산하고자 건설한 댐이다.

대관령 일대 물을 도암댐에 가뒀다가 백두대간을 관통하는 15.6㎞ 관으로 강릉수력발전소에 보낸 뒤 남대천에 흘려보내는 방식의 발전을 2000년대까지 이어갔다.

문제는 도암댐 상류에 하수종말처리시설이 없어 대규모 목장과 고랭지 채소단지 등에서 축산폐수와 생활 오·폐수, 농약, 비료 성분의 각종 오염물질이 그대로 흘러들어 심각한 수질오염을 초래한 데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발암물질이며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독성 남조류, 다이옥신까지 검출되기에 이르렀다.

도암댐으로 흘러드는 흙탕물 [연합뉴스 자료사진]

심하게 오염된 물이 댐 완공 후 10년이 지나도록 강릉시 한복판을 흐르는 남대천으로 유입되면서 당시에는 물고기조차 찾아보기 힘들게 됐고 남대천 하구와 연결되는 청정 바다까지 오염됐다.

이에 강릉지역 시민·사회단체를 총망라한 남대천살리기범시민투쟁위원회가 199년부터 도암댐 발전 방류 중단을 위한 투쟁을 3년간 이어갔고, 결국 2001년 3월 발전을 위한 가동이 중단됐다.

당시 도암댐 수질은 농업용으로도 쓰기 힘든 4급수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최악 가뭄에 도암댐을 다시 열 수 있다는 소식에 과거 수질 오염을 기억하는 강릉 시민들 사이에서는 찬반 논란이 확산했다.

도암댐 발전방류 저지하는 시민단체 [연합뉴스 자료사진]

오봉저수지 고갈 위기에 결국 다시 가동한 도암댐

올여름 강릉을 덮친 최악 가뭄에 24년간 수면 아래 잠겼던 도암댐 활용론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 지역 생활용수의 87%를 공급하는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연일 역대 최저치 기록을 새로 쓰면서 시민들이 제한 급수를 넘어서 부분 단수라는 불편을 겪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에 도암댐 활용에 부정적이었던 강릉시도 입장을 바꿔 비상 방류수를 한시적으로 수용하기로 했다.

댐에서 강릉으로 향하는 15.6㎞ 길이 도수관에 이미 차 있는 물 15만t을 강릉 남대천으로 흘려보내겠다는 계획이다.

환경부와 원주지방환경청이 비상 방류수 수질을 분석한 결과 정수처리를 통해 먹는 물 수질 기준을 만족한다고 발표했다.

도암댐 수질 검사 설비 [연합뉴스 자료사진]

시는 도암댐 비상 방류수의 안전성 확보와 상수원 보호를 위해 수질검증위원회를 꾸렸다.

위원회 검사 결과에 따르면 부유 물질, 총질소, 총인이 호소 수질 2등급 기준을 초과했고 환경부 조사와 별도 의뢰한 30개 항목 중 20개 항목은 환경정책기본법 호소수 기준치에 적합했다.

별도 기준이 없는 10개 항목의 경우 정수 기준에 적합하거나 정수 능력으로 제거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악 가뭄은 결국 24년 만에 도암댐 빗장을 풀고 강릉으로 물을 흘려보내게 됐다.

도암댐 비상 방류 [연합뉴스 자료사진]

하루 1만여t 방류로 해갈 도움…가뭄 이후 활용 방안은

도암댐 비상 방류는 이달 20일 오후 1시 이뤄졌다. 수질 문제 등으로 2001년 방류를 중단한 뒤 24년 만이다.

15.6㎞ 길이 도수관 내 물 15만t은 강릉시 성산면 한국수력원자력 강릉수력발전소의 입구 밸브와 보조 배관을 통해 하루 약 1만t씩 흘러나왔다.

이후 비상 방류수는 남대천 상류에 위치한 방류구와 홍제동 임시 취수장 등을 거쳐 홍제정수장까지 향했다.

수질 우려에 대해 발전소 측은 환경부와 강릉시가 정기적으로 검사를 시행 중으로, 도수관로 내 물은 미생물이 성장하기 어렵고 먹는 물 기준에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비상 방류 이틀 뒤인 22일 오후 6시 행정안전부는 강릉시에 선포했던 가뭄 재난 사태를 해제했다. 이는 재난 사태가 선포된 지 24일 만이다.

강릉의 주요 수원인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지속 상승해 22일 오후 4시에 60%를 넘어섰다. 이는 강릉시에 약 200일간 생활용수를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다만 재난 사태가 해제된 이후에도 강릉시의 요청에 따라 대용량포방사시스템을 활용한 홍제정수장으로의 원수 공급은 지속된다.

강릉 해갈에 동원된 대용량포방사시스템 [연합뉴스 자료사진]

도암댐 비상 방류 역시 이어지고 있다.

강릉시는 환경부와의 협의에 따라 도수관로 내 용수 15만t을 모두 받을 계획이다.

이는 내달 초·중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도암댐 장기 활용 계획은 아직 윤곽을 잡지 못하고 있다.

댐을 둘러싸고 환경부와 한수원, 강릉시, 정선군의 입장이 서로 다른 까닭이다.

이들은 정례적으로 회의를 이어가며 견해차를 좁혀나갈 방침이다.

황남규 강릉시 환경과장은 "도암댐 장기 활용 방안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며 "관계 기관과 회의를 통해서는 현재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정도"라고 말했다.

평창 도암댐 [연합뉴스 자료사진]

yang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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