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가뭄 재난] ② 예견된 물 부족…피해 키운 늑장 행정
물 사용 많은 피서철 선제 조치 미흡…뒤늦은 대처에 시민 불만 속출
제한 급수 이어 재난 사태 선포에도 저수지 '바짝'…'금비'가 해갈 결정타
![바짝 마른 강릉 오봉저수지 (강릉=연합뉴스) 지난 9일 강원 강릉시 오봉저수지가 바짝 말라붙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25/yonhap/20250925070229530vtxp.jpg)
(강릉=연합뉴스) 강태현 기자 = 이번 '최악 가뭄'의 시작은 날씨였다.
평년보다 적은 비가 내려 땅이 바짝 마른 상황에서 역대급 더위까지 겹치면서 지표면에 수분이 남아나질 않았다.
같은 강릉지역이더라도 비가 유난히 주상수원인 오봉저수지 일대는 피해 갔다.
시작은 날씨였지만 행정 기관의 미흡한 대처가 피해를 키웠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행정 탓에 전례 없는 가뭄을 비껴갈 수 있는 골든타임을 번번이 놓쳤고, 결국 자연 재난으로는 처음으로 재난 사태가 선포되기에 이르렀다.
![강릉 오봉저수지에 물 붓는 살수차들 (강릉=연합뉴스) 지난 9일 강원 강릉시 오봉저수지에서 육·해·공군과 소방, 전국 지자체 및 기관이 지원한 살수차들이 수위를 높이고자 물을 쏟아붓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25/yonhap/20250925070229693wlvm.jpg)
4월부터 가뭄 위기 신호…적은 비에 폭염까지 겹쳐
강릉 등 영동지역은 지난 4월 중순부터 기상 가뭄이 이어진 가운데 여름철 들어 강수량과 강수일수 모두 역대 가장 적었다.
기상 가뭄은 최근 6개월 누적 강수량이 과거 같은 기간의 평균 강수량보다 적어 건조한 기간이 일정 기간 이상 지속되는 기상학적 현상을 의미한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여름철(6∼8월) 영동지역은 강수량이 232.5㎜로 평년(679.3㎜)의 34.2% 수준에 그쳤다.
강수일수도 24.7일에 불과해 평년보다 18.3일이 적었다.
다른 지역은 정체전선과 저기압 등의 영향으로 국지적으로 단시간에 많은 비가 내렸으나 영동은 태백산맥으로 인한 지형의 영향으로 강수량이 더 적었고, 여름철 동안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남서풍이 우세해 동풍 계열의 바람도 불지 않아 강수량이 매우 적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올여름 폭염 일수는 20.6일로 기상 관측 이래 역대 2위를 기록해 평년(7.5일)보다 약 2.7배 많았다.
강릉은 폭염 일수가 41일로 도내에서 가장 뜨거운 여름이 이어졌고, 한여름에도 서늘한 대관령에도 1971년 기상 관측 이래 처음으로 폭염이 이틀 발생했다.
열대야 일수 역시 강릉이 43일로 도내에서 가장 많이 나타났다.
좀처럼 비가 내리지 않는 상황에서 과거보다 빈번하고 강한 폭염이 지표면에서 물의 증발산을 촉진하면서 이 같은 환경적 요인이 '돌발가뭄'을 야기하는 배경이 됐다.
![이재명 대통령, 강릉 가뭄 현장 점검 (강릉=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강원 강릉시 성산면 오봉저수지를 방문해 가뭄 대응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25/yonhap/20250925070229911sjad.jpg)
피서철 겹쳐 물 부족 심화…허술한 행정력에 피해·불만 '눈덩이'
가뭄을 키운 건 강릉시의 '늑장 대처'였다.
마른장마로 식수원과 농업 용수원이 바닥을 드러냈지만, 뚜렷한 처방 없이 시간만 흘렀다.
그러는 사이 물 사용이 많아지는 피서철이 겹치면서 물 부족 현상이 점차 두드러졌다.
이에 강릉시는 공공수영장 운영을 중단하고 공공기관 화장실 수압 조절 등 비상 급수 대책을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달 1∼19일 물 사용량이 2.13% 증가하는 등 여름철 성수기 수요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선제적인 대책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강릉시는 지난달 20일 계량기 50%를 잠금하는 제한 급수를 시행하는 데 이어 그로부터 일주일 뒤에는 계량기 75%를 자율적으로 잠금하는 방안을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제한 급수에도 생활용수 사용량이 크게 줄지 않을뿐더러 물 절약 캠페인을 통한 시민 동참 외에 획기적인 대책이 제시되지 못하면서 시민 불만과 불편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또 시민들의 적극적인 절수 노력에 반해 수영장, 스파 등 부대시설 운영으로 상수도 사용량이 많은 대형 숙박업소는 평소와 다름없이 운영되면서 대규모 수용가를 대상으로 한 강릉시의 조치 역시 미흡했다는 지적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결국 강릉시는 대형 숙박시설과 간담회를 열어 절수 동참을 요구한 데 이어 이달 6일 오전 9시부터 저수조 100t 이상을 보유한 공동주택 113곳과 대형숙박시설 10곳을 대상으로 제한 급수를 시작했다.
![저수율 오른 오봉저수지 (강릉=연합뉴스) 지난 21일 강원 강릉시 주요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에 물이 차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25/yonhap/20250925070230059zsfh.jpg)
전례 없는 자연 재난 첫 재난 사태 선포…'금비' 쏟아져 변곡점 맞아
대규모 수용가 밸브 잠금 이후 물 사용량이 약 30%까지 줄어들었지만, 날이 갈수록 저수율 감소세는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저수지는 마치 수입 없이 지출만 생겨 잔액이 고갈되는 통장과도 같았다. 대체수원이 없는 데다 뚜렷한 비 소식도 없는 탓에 아무리 아껴 써도 유입 없이는 저수지의 물이 고갈될 수밖에 없었다.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0%대에서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며 '최악의 가뭄'으로 들어서자 결국 지난달 30일 정부는 강릉에 재난 사태를 선포했다.
앞서 2005년 5월 양양 산불, 2007년 12월 충남 태안 기름유출 사고, 2019년 4월 강원 동해안 산불, 2022년 3월 경북 울진·삼척 산불 등에 재난 사태가 선포됐지만, 자연 재난으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인력과 장비 등 재난관리자원을 총동원해 가뭄에 대응했다.
육·해·공군은 물론 전국 지자체와 기관에서 강릉 해갈을 돕기 위해 보낸 살수차가 저수지 주위를 에워싸며 부지런히 마른 땅에 굵은 물줄기를 뿌려댔다.
그 덕에 저수율 감소 폭이 둔화했지만, 감소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지난 12일에는 저수율이 역대 최저치인 11.5%까지 떨어졌다.
해갈의 결정타가 된 건 강릉지역에 내린 '금비'였다.
9월 초 약한 비가 드문드문 내리던 강릉지역에 지난 13일 모처럼 단비가 내리더니 지난 17일에는 시간당 20㎜가 넘는 세찬 비가 쏟아졌다.
덕분에 강릉지역에 내린 비가 저수지로 꾸준히 유입되며 저수율이 차츰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여기에 평창 도암댐 비상 방류와 대용량포방사시스템을 활용한 홍제정수장으로의 원수 공급 등 대체수원까지 확보되면서 마른 땅이 다시 촉촉이 젖기 시작했다.
이후 저수율이 60%에 육박하면서 정부는 지난 22일 재난 사태 선포 24일 만에 이를 해제했다. 아파트 등 대규모 수용가의 제한 급수도 이와 함께 끝이 났다.
강릉시는 이번 가뭄을 계기로 생활용수를 다변화하고,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과 농촌용수 개발사업 등을 통해 누수율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홍제·연곡 정수장을 증설하고, 지하 저류 댐 설치, 하수처리 수재 이용사업 등을 추진해 용수 공급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tae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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