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슈퍼마켓까지 침투한 '노브랜드'…몽골 전역 진격, 유통판 흔든다
[편집자주] 주식회사 대한민국이 재도약과 도태의 갈림길에 섰다. 'K웨이브'로 달궈진 'K산업'의 성장엔진이 식기 전에 글로벌 영토 확장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머니투데이는 전세계 곳곳을 누비면서 '푸드·리테일·패션·뷰티' 등을 중심으로 'K이니셔티브'를 실현하고 있는 기업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현장을 집중 조명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이마트가 몽골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울란바토르에 이마트 2개 점포와 PB(자체브랜드)상품 전문점인 노브랜드 5개 점포를 신규로 출점한다. 이마트가 몽골에 노브랜드 점포를 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마트는 또 수도 울란바토르에서만 점포를 운영하던 전략에서 벗어나 지방 진출을 동시에 추진한다. 몽골 내 16개 도시의 슈퍼마켓에 '노브랜드존'을 신설할 계획이다.
락바수렌 자브즈마 스카이하이퍼마켓 대표 지난 3일 이마트 1호점 내에 위치한 스카이하이퍼마켓 본사 사무실에서 머니투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울란바토르에 이마트 점포 2개를 추가하고 노브랜드 전문점 5개를 새로 오픈할 것"이라며 "노브랜드 오픈을 위해 신세계그룹과 (이마트와는 별개의)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스카이하이퍼마켓은 이마트와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은 알타이그룹 산하 스카이트레이딩이 몽골 이마트 운영을 위해 이마트와 만든 합작회사다.
신규 매장이 문을 열면 몽골 내 이마트 매장은 7개로, 노브랜드 매장은 5개로 늘어나게 된다.
스카이하이퍼마켓은 신도시인 야르막과 울란바토르로 진입하는 초입부에 이미 부지 매입까지 마쳤다. 새로 오픈할 이마트는 스타필드 마켓과 같은 '몰'형태로 건설될 예정이다. 몽골 이마트 중 가장 큰 3호점보다 규모가 더 커질 전망이다. 내년부터 착공을 시작한다.
이마트는 아울러 스카이트레이딩과 노브랜드에 대한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추가로 맺고 울란바토르에 노브랜드 전문점 5곳의 문을 열 예정이다. 몽골 내 마트 수요가 높다는 점을 고려해 SSM(기업형슈퍼마켓) 형태로 운영한다. 이외에도 몽골 내 21개 지방 도시(애막·аймаг) 중 16개 도시의 로컬 슈퍼마켓과 손잡고 '노브랜드 존'을 신설해 자체상품 공급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울란바토르에 집중됐던 노브랜드 상품 판매망이 전국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지난 2일 오후 3시 몽골 울란바토르시 항올구 내 아파트 밀집 지역에 위치한 이마트3호점. 베이지빛을 띈 갈색 외벽부터 들어가는 입구에 비치된 노란색 카트까지 영락없는 한국 이마트의 모습이었다. 왜 이곳이 '몽탄신도시(몽골에 있는 동탄신도시라는 뜻)'라 불리는지 실감 났다.
매장 안은 입학 시즌이 막 끝난 시점이라 시기적으로 비수기였는데도 사람들로 붐볐다. 버거킹 등 글로벌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즐비한 1층을 지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니 노브랜드 존 양옆으로 의류 브랜드 탑텐 매장과 삼성 브랜드 로고가 박힌 디지털 체험형 공간이 가장 먼저 손님을 맞이했다.
이어 정해진 동선을 따라가보면 한글로 적힌 라면과 스낵, 한국산 맥주와 소주가 진열대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전체 3만6000여개 상품 중 한국 상품은 15% 정도지만 대부분 한글이 적혀있어 한국 이마트에 와있는 착각이 들게 했다.
몽골 이마트는 아직 강제 동선을 사용하고 있다. 입구에서부터 출구까지 마트가 정해둔 동선을 따라 쇼핑하게 돼 있다. 이 구조로 진열된 상품을 보여주면서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키울 수 있다는게 장점이지만 필요한 물건만 효율적으로 쇼핑하려는 고객들은 선호하지 않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도 초기에 강제 동선을 많이 채택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사라졌고 이케아 매장 정도가 국내에서 아직 이런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유통이 발달하지 않은 몽골에서는 아직 강제동선 시스템이 더 적합하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된 분위기다. 한 번에 쇼핑객이 많이 몰릴 경우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특히 2016년 첫 매장을 열 때부터 너무 많은 인파가 몰려 강제 동선을 채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개점에 맞춰 3개월치 재고를 준비했는데 2주만에 모든 재고가 소진됐다. 2호점을 열 때도 3호점을 열 때도 이런 흥행은 반복됐다. 한꺼번에 몰린 인파로 인해 1호점은 하루에 최대 7회, 2호점은 11회나 일시적으로 출입을 통제해야 할 정도였다. 이 때문에 3호점은 건설단계부터 초대형으로 계획됐다. 지하 1층·지상 3층의 단독 건물로 1만3550㎡ 규모로 현지 대형마트 중 가장 크다.

참담바타르 엔크수브드(Chandambaatar Enkhsuvd) 몽골 이마트 3호점 점장은 "평일에는 하루에 5000명, 주말에는 하루에 7000명 정도가 방문한다"며 "김치와 치즈볼, 감자칩 등 노브랜드 제품이 가장 잘 팔리고, 매장에서 가장 단일 품목 매출이 가장 높은 제품들도 다 노브랜드 제품과 한국 상품들"이라고 소개했다.
이마트 3호점에는 임대매장만 180여개에 이른다. 식당은 물론 은행부터 여행사와 타이어 판매점까지 거의 모든 종류의 소비재 매장이 다 입점해있다.
몽골 이마트 운영을 맡고 있는 스카이하이퍼마켓에 파견된 이마트 해외사업담당 윤영길 팀장은 "장보기는 물론 모든 쇼핑을 원스톱으로 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며 "이런 복합쇼핑몰 개념의 대형마트는 이마트뿐"이라고 말했다. 몽골에는 까르푸와 로컬기업에서 50개 점포를 운영하는 노민이 있지만 그로서리마켓이나 SSM(기업형 슈퍼마켓) 수준의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이마트가 앞서 몽골을 선택한 이유는 '유통 불모지'였기 때문이다. 몽골의 영토는 한국의 15.6배에 달하고 광물이 풍부한 세계 10대 광물자원 부국이지만 러시아와 중국에 둘러싸여 있어 제조업과 유통업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 상품 대부분이 한국과 중국, 러시아에서 직접 수입한 것이다.
대형마트 개념 자체가 없던 시장에서 이마트는 원스톱 쇼핑 개념을 처음 도입해 2016년 진출 이후 지금까지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질 좋은 한국 상품도 이마트의 경쟁력을 높였다. 실제로 많은 한국 소비재 기업의 몽골 진출의 발판이 마련됐다.
이마트는 국내 유통기업 최초로 '전문무역상사'로 지정돼 몽골 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 진출해 한국 소비재 상품의 매출 확대를 이끌고 있다. 2011년 4억6800만원이던 대행수출액은 올해 상반기 기준 324억7600만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대행수출 품목의 65%가 중소기업 제품으로 약 400여개의 중소기업이 1000여개의 상품을 이마트를 통해 수출하고 있다.
특히 노브랜드 제품은 현지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에 믿을 수 있는 품질을 제공하는 상징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몽골에서도 노브랜드 제품이 인기가 많다보니 지역 소도시 내 작은 슈퍼마켓에서 재판매되기도 한다.
스카이하이퍼마켓의 락바수렌 자브즈마(Lkhagvasuren Javzmaa) 대표는 "노브랜드 제품이 울란바토르 남쪽 우문고비의 한 슈퍼마켓에서 판매되는 것도 봤다"며 "노브랜드 제품이 인기가 많다 보니 지역 상인들이 이마트에서 대량으로 사다가 지역 소도시에서 다시 되팔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문고비는 몽골 내 사막 중에서도 환경이 가장 열악해 인구밀도가 가장 낮은 도시다.

이마트가 울란바토르에 점포 7개를 더 추가할 계획을 세우고 지역 소도시까지 진출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다. 한국산 상품과 노브랜드를 앞세운 이마트의 실험은 이제 수도 울란바토르를 넘어 몽골 전역으로 향하고 있다.

2016년 울란바토르에 첫 매장을 연 이마트는 단순한 대형마트가 아니었다. 몽골 최초의 하이퍼마켓으로 쇼핑의 편리함을 넘어 신선식품 관리, 서비스 기준, 직원 존중 문화까지 새로운 '상인정신'을 전파했다. 몽골 이마트 운영사인 스카이하이퍼마켓의 락바수렌 자브즈마 대표(CEO·최고경영자)도 지난 3일 이마트 1호점 내에 위치한 본사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마트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생활 방식을 바꿔준 곳"이라고 평가했다.
당시 몽골에는 제대로 된 유통시스템이 없었던 탓에 신선식품이라는 개념조차 희박했다. 고기와 채소를 언제 도축·수확했는지조차 알 수 없던 시장에 이마트는 잔류농약 검사와 도축 후 대기기간 준수, 신선식품 관리 기준을 도입했다. 몽골 농업부가 뒤늦게 이마트의 방식을 도입해 제도화했을 만큼 영향력은 컸다. 심지어 건축 환기·전기·난방 기준까지 국제기준에 맞춘 국내 이마트에 맞춰 신세계건설이 직접 컨설팅했다.
현지 경영진에게 최신식 시설보다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온 건 경영자의 마인드였다. 자브즈마 대표는 "한국 본사 경영진은 2호점 개점을 앞두고 매장보다 먼저 화장실과 직원 탈의실을 점검했다"며 "2호점 직원 탈의실에 철재 락커가 설치된 것을 보고 '감옥 같은 시설이 아니라 집처럼 편안해야 한다'며 교체를 주문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이어 "직원과 소비자 환경을 최우선으로 하는 태도는 그대로 교육이 됐다"고 말했다.
자브즈마 대표는 "한국 이마트 사람들은 상품 운용에서도 '매출'보다 '삶의 질'을 기준으로 삼았다"고 소개한 뒤 "이마트 사람들은 몽골에서 잘 팔리는 보드카 대신 와인·맥주 중심으로 술 구색을 재편했고, 스낵류와 캔디는 '과도하다'며 일부 진열을 줄였다"며 "잘 팔린다고 늘리는 것이 아니라 고객 건강을 기준으로 상품을 구성하라는 조언이 충격이었다"고 털어놨다.
3호점을 개점할 때는 기존의 신선식품 유통시스템을 더 강화해 할랄 도축 방식도 도입했다. 이마트가 "소비자가 적어도 한 사람을 위해 필요하다"고 설득했기 때문이다. 도축부터 소분까지 이력이 파악되고 관리돼야 하는 할랄 방식의 특성상 유통이력 관리체계가 강화된다는 측면도 고려됐다. 이후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이슬람 문화권 국가의 대사관 등에서 감사 인사가 이어지며 브랜드 신뢰는 오히려 더 올라갔다.
자브즈마 대표는 "한국 이마트 사람들이 세 가지 기준을 지켜야 한다고 교육했다"며 "의사결정 방식도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가격만 보고 성급히 결정하지 말 것 △비싸더라도 장기적 건강과 안전을 지킬 것 △직원과 소비자의 행복을 함께 고려할 것을 기준으로 삼으라는 조언이었다. 그는 "지금은 모든 결정을 내릴 때 '이 선택이 소비자를 백 살까지 건강하게 살게 하느냐'를 먼저 떠올린다"고 말했다.
현재 이마트는 몽골에서 1위 대형마트로 자리 잡았다. 자브즈마 대표는 까르푸나 노민 등 경쟁업체를 거론하며 "책상과 집기는 따라 할 수 있어도 숨은 철학은 베낄 수 없다"며 "이마트가 판 것은 대형마트라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한국의 상인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마트의 성공이 사실상 현재의 '몽탄신도시'라는 별칭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이마트의 몽골 진출 이후 이를 벤치마킹하고자 하는 몽골 기업이 늘었다"며 "몽골에 CU·GS25 같은 편의점은 물론 뚜레쥬르 같은 한국 기업들이 즐비하게 된 건 다 이마트의 성공 덕"이라고 덧붙였다.
울란바토르(몽골)=김민우 기자 minuk@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신현준, 재혼 김병만에 축의금 '1억6000만원' 선언…무슨 인연? - 머니투데이
- "둘째 임신했나?" 의혹…통통해진 민효린, 입 열었다 - 머니투데이
- 55세 정웅인, 딸 둘과 각집살이 중…"막내, 엄마랑 따로 살아" - 머니투데이
- "한국생활 지옥, 죽고 싶기도"…천재 피아니스트의 고백 - 머니투데이
- '이동건과 이혼' 조윤희, 딸 로아 동생 입양?…"선한 영향력" - 머니투데이
- 싸늘한 시신 된 두 초등생…"그냥 그러고 싶었다" 살인범의 자백[뉴스속오늘] - 머니투데이
- 5200피 뚫고 이제 6000피 향해…"이 업종 사라" 모간스탠리 찝었다 - 머니투데이
- 유명 연예인, 수십억 '원정도박 의혹'...기획사 회장이 빚 갚았다 - 머니투데이
- [속보]美, 한국·일본 등 환율관찰 대상국 지정 - 머니투데이
- 지금 안 뛰어들면 바보?…쓸어 담는 개미군단에 코스피 신고가 랠리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