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저신용자 정책대출 1조 줄여 최저신용자 몰아준다… “보여주기식 퍼주기”
저신용·저소득자 공급 목표액 1.2조 줄여
제도권 안착 돕는 ‘금융 징검다리’ 역할 축소 우려

정부가 내년 최저 신용자를 위한 정책 서민금융 상품 공급을 1조1000억원가량 확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신용·저소득자에게 지원하던 생활안정자금을 1조원 줄여 최저신용자를 집중 지원하겠다는 것인데, 저신용자들이 재기 기회를 잃고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5일 서민금융진흥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내년 ‘햇살론 특례보증’(햇살론15·최저신용자 특례보증 통합) 목표 공급액은 2조3300억원이다. 이는 올해 각각의 상품 공급 목표치를 더한 총액(1조2200억원)과 비교해 1조1100억원 증가한 규모다. 반면 ‘햇살론 일반보증’(햇살론뱅크·근로자햇살론 통합)의 내년 목표 공급액은 3조3700억원으로 올해 목표액(4조5300억원)보다 1조1600억원 감소했다.
정부는 지원 대상, 재원, 취급 기관의 차이로 나뉘어 있는 정책 서민금융 상품을 내년 1월부터 통합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햇살론 특례보증은 대부업·불법 사금융 등 고금리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최저신용자를 지원하기 위한 ‘고금리 대안 자금’ 성격의 상품이다. 연소득 3500만원 이하이면서 신용 하위 20% 이하인 최저신용자가 대상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연 15.9% 금리를 두고 “너무 잔인하다”고 지적했던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이 내년부턴 이 상품으로 통합된다.

햇살론 일반보증은 특례보증에 비해 금융 소비자의 소득 및 신용 등급 등의 기준이 높다. 정책 목표도 다르다. 저신용자에게 긴급 생활 안정 자금을 공급하고, 동시에 은행 등 제도권 금융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햇살론 일반보증으로 통합되는 햇살론뱅크는 정책 서민금융을 6개월 이상 이용한 성실상환자 중 부채가 줄거나 신용도가 높아진 이들에게 은행에서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징검다리’ 성격의 상품이다. 햇살론뱅크의 은행별 평균 금리는 지난 2분기 기준 연 4.71~8.25%로, 저신용자가 급전이 필요할 때 찾는 카드론(장기 카드 대출) 금리의 절반 수준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8개 전업 카드사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13~15%대였다.
서금원 관계자는 “정부가 은행 등 민간에서 못하는 역할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것이 맞다고 판단해 햇살론 특례보증 공급 목표치를 높여잡았다”며 “중저신용자에 대해선 민간에서 더 많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금융권에선 정책 서민금융이 최저신용자에게 집중돼 저신용·저소득자에 대한 지원 공백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저신용자 역시 정부 보증 없인 제도권에서 금융 거래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시피 한데, 제도권 밖을 맴돌 수 있다는 것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가 보여주기식 ‘최저신용자 퍼주기’에 매달리는 사이 서민들의 제도권 진입 사다리는 걷어차이고 있다”며 “금융 당국은 서민금융의 지속 가능성을 지킬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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