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예사롭지 않다" 경고 10년 전 나왔는데...구조조정 1순위 석화 밀당은 계속

조아름 2025. 9. 25.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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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민간 투자 공격적
위기 가능성 이미 제기
석화 산단 재편 밑그림
수직 계열화 추진 난항
"구조조정 시간 걸릴 것"
김정관(왼쪽에서 다섯 번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국내 석유화학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석유화학업계 사업재편 자율협약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의 위협은 양적 성장뿐 아니라 질적 성장이 더 중요하다. 국영 기업에서 2010년 이후 민간 기업 주도로 석유화학 투자를 이끈 중국은 기능성 제품 사업을 공격적으로 키우고 있다

2016년 9월 LG경영연구원(당시 LG경제연구원)이 내놓은 '석유화학 경기 낙관적 전망을 경계하는 이유'란 제목의 보고서 일부다. 보고서는 "중국의 민간 석유화학 기업은 '기초소재 자급화'란 정책적 목적이 아닌 '이익 추구'를 위해 투자를 진행하는 만큼 기술과 원가 경쟁력을 갖춘 성장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글로벌 수급에 관계없이 동시다발적으로 투자를 실행한다"며 "중국 기업의 동향을 민감하게 주시해야 하는 이유"라고 짚었다.

석유화학 같은 장치 산업은 한 번 투자하면 20~30년의 지속 가능성을 생각해야 하고 퇴로를 찾기가 어려운 특성이 있으니 "중국이 손쉽게 과잉 구조를 만든 여러 석유화학 제품들의 사례들을 보다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중국발(發) 공급 과잉으로 대한민국 '구조조정 1순위'에 놓인 석유화학의 위기 가능성이 10년 전 나왔던 것이다.


통합 논의 난항 계속

울산 남구 석유화학공단의 모습. 연합뉴스

8월 정부가 석유화학 업계에 사업 재편 계획을 요구한 지 약 한 달이 지났지만 업계에선 아직 뚜렷한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만성적 공급 과잉에 처한 에틸렌 생산량을 최대 370만 톤 줄이는 목표까지 받아든 상태에서 통합 방식을 두고 기업들 간 입장차가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내 석화업계 전체가 일시적 진통이 아닌 기간 산업으로서 존폐가 걸린 구조적 침체에 신음하는 만큼 올해가 구조조정에 나설 마지막 기회란 점은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24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GS칼텍스와 여수 나프타분해설비(NCC) 통폐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안팎에선 정유사와 석유화학 회사 간 수직적 통합이 유력한 구조조정 방안으로 떠올라 있다.

석유화학 기업은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납사를 분해 설비에 투입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을 생산하고 석유화학 최종 제품을 만든다. 납사가 원가 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원유를 취급하는 정유사에서 납사를 저렴하게 공급받으면 원가 경쟁력이 생기는 구조다. 하루 80만 배럴의 정제 능력을 갖춘 GS칼텍스는 정유업이 핵심이지만 NCC의 하나인 올레핀 생산 공정(MFC)을 가져 연간 90만 톤 규모의 에틸렌도 만든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기업은 원가 경쟁력을 얻고 정유사 역시 기초 원료부터 폴리에틸렌(PE), 고부가합성수지(ABS) 등 다운스트림 제품까지 갖춘 기업과 합쳐야 시너지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산산단에서도 롯데케미칼이 원유 정제 시설을 보유한 HD현대오일뱅크와 통합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구체적 진전이 확인된 건 없다.


수직 통합 회의론도

그래픽=강준구 기자

다만 회의적 시각도 만만찮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경영상 수직 계열화가 아닌 실질적 공정의 수직 계열화로 이뤄질지 의문"이라며 "정유사 입장에서도 수익성이 과거에 비해 악화한 상황에서 수직 통합에 적극적으로 나설 유인이 그다지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 등 신흥국의 거센 추격에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한 일본의 사례를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은 정부 주도로 에틸렌 등 범용 제품 구조조정에 나선 결과 글로벌 점유율은 낮아졌지만 고부가 소재 포트폴리오를 중심으로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경쟁력을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릴 거란 지적도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설비 통합 논의가 진행되는 등 산업 재편이 본격화하고 있지만 구조조정 효과가 실제 사업적, 재무적 효과로 나타나기까지 물리적으로 시간이 꽤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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