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한국정치와 코스피지수

반영은 휴맥스해운항공 대표 2025. 9. 25.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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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맥스해운항공 반영은 대표


지난 9월10일 한국 자본시장은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코스피지수가 2021년 7월 이후 4년2개월 만에 기존 종가 최고치인 3305.21을 넘어 3314.53으로 마감한 것이다. 이런 분위기 덕분인지 최근에는 친구들과 모임에서도 주식투자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현재 우리나라 주식투자자는 약 1500만명이다. 경제활동인구 2900만명 가운데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고 전체 유권자인 4439만명의 3분의1에 해당한다. 숫자로 보면 주식투자자의 표심은 정치인들에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내 기억 속의 대통령선거 중 주식시장 부양을 공약으로 내건 최초 사례는 2007년 대선이다.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747 국민성공 시대'와 함께 '코스피 3000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했다. 747은 경제성장률 7%,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경제강국 진입이라는 거창한 비전이었다. 그러나 당시 미국에서 시작된 서브프라임 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한국 코스피지수는 2008년 10월 892까지 추락한다. 2007년 대통령선거로부터 18년이 지난 현재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아직 3만5000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다. 당시 한국산업은행 뉴욕지점에서 근무하며 글로벌 금융위기의 전개를 현장에서 목격한 내게 747 공약은 세계 경제의 흐름과 너무나도 괴리가 큰 약속으로 느껴졌지만 공약을 내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2008년 귀국 후 산업은행 M&A실에서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담당하게 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글로벌 금융불안 속에서 6조원대 대형 M&A는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다. 포스코와 GS가 공동으로 입찰을 시도했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해 결국 무산됐고 포스코도 입찰 부적격 처리됐다. 당시 한 개인투자자는 퇴직금을 대부분 대우조선 주식에 투자했다가 손실위기에 처했다며 항의전화를 걸어오기도 했다. "포스코가 인수하면 주가가 오를 줄 알았다"는 그의 절박한 사연을 들으며 정치인부터 일반 국민까지 세계 경제의 변화에 대한 인식과 투자의사 결정 및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의식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그후 10여년 동안 한국 사회는 크게 달라졌다. 연기금이 해외 사모펀드에 적극 투자하면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넓혔고 유튜브 등을 통해 뉴욕 등 금융중심지의 정보도 실시간 공유된다. 국민들의 경제지식과 투자경험 역시 과거보다 훨씬 깊어졌다.

올해 6월에 치른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코스피 5000 시대'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선거 직전 2600대에 머물던 코스피지수는 불과 몇 달 만에 역사적 신고가를 경신하며 3400대에 안착했고 대통령은 증시 활성화를 위한 정책의지를 연일 강조했다. 정치와 주식시장이 긴밀히 연결돼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주식투자자의 표심은 이제 정책의 성공 여부와 직결될 만큼 중요하다.

물론 낙관만 할 수는 없다. 한국은 글로벌 경제의 큰 흐름을 주도하는 나라가 아니다. 미국이나 중국 같은 강대국의 결정이 한국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최근 한미 관세협상, 미중갈등 등 불확실성은 여전히 한국 시장의 변동성을 키운다.

국가의 경제력은 첨단산업의 발전 정도나 석유와 같은 천연자원 보유 여부 등에 큰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주식투자는 주식시장과 제도만 갖춘 국가라면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경제활동이다. 정보습득과 상황판단 능력만 갖추면 누구나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2012년 아베 신조 총리가 시작한 일본의 '밸류업정책'은 10여년 동안 일본 증시를 4배 끌어올렸다.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30년 한국 코스피는 어디에 서 있을까. 정치와 증시의 상호작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정책이 투자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면 '코스피 5000'은 결코 공허한 구호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반영은 휴맥스해운항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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