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판결 받은 ‘대북 전단 금지법’… 與, 항공법에 얹어 재추진
野 “김여정 하명법 부활시키나”

휴전선 인근에서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내용의 항공안전법 개정안이 24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대북 전단 금지법’을 만들어 시행했지만, 헌법재판소에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같은 취지의 법안을 다른 이름의 법안으로 다시 추진하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위헌 법률의 부활”이라며 반발하고 퇴장했다.
현행법상 무게 2kg 이상의 무인(無人) 기구를 공중에 띄우려면 항공 안전 등의 이유로 정부 당국의 허가가 필요하다. 그러나 2kg 미만 무인 기구는 별도의 규제가 없다. 따라서 북한 인권 단체들은 그간 대북 전단을 담은 2kg 미만 풍선을 휴전선 인근에서 띄워 북으로 날려 왔다. 대북 전단엔 주로 북한 독재 체제를 비판하고 북한 내 열악한 인권 실태를 폭로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런데 이날 소위를 통과한 법안에 따르면, 휴전선 인근 등 비행 금지 구역에서는 무게와 관계없이 모든 무인 기구를 띄울 수 없다. 이를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는 처벌 조항도 뒀다. 다만 기상 관측이나 교육 등 목적으로 띄우는 경우는 예외로 했다. 법 조항에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한다’는 규정은 없지만, 이 법이 시행되면 대북 전단을 풍선에 넣어 전파하는 방식은 결과적으로 ‘불법’이 되는 것이다. 이 법안은 복기왕 의원이 대표 발의했고 국토부가 수정안을 내 정부 수정안으로 통과됐다.
앞서 2020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은 인권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를 비난하며 “(금지하는) 법이라도 만들라”고 했다. 그 뒤 당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대북 전단 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을 만들어 시행했는데, 2023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받았다. 이 때문에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은 다른 법으로 대북 전단을 막는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올해 정기 국회 때 처리할 방침인 224개 ‘중점 처리 법안’에도 이 법을 포함시켰다.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과 긴장 완화를 공약으로 제시한 이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야권은 “항공 안전이라는 명목으로 헌재의 결정을 사실상 뒤집는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개정법은 사실상 북한 정권의 요구를 충실히 대변하는 ‘김여정 하명법’이자, 북한 주민을 위한 법이 아닌 북한 정권만을 위한 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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